과학기술인

만화주인공 해랑 선생을 만나다

아주대 의대 정민석 교수 인터뷰

해부학은 전문가들의 분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민석 교수는 오히려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화로 해부학 수업을 진행하는 정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만화는 하나의 도구


“제게 만화는 의대생들에게는 의학을, 일반인에게는 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입니다.”

▲ 정민석 교수의 해랑선생의 일기 ⓒ정민석


정민석 교수는 “만화는 어려운 의학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자신만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보내는 정 교수. 하지만 검은 안경을 낀 자신의 분신 해랑 선생은 세상의 곳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만화의 주인공 해랑은 ‘해부학을 사랑하는 선생’이란 뜻으로 정 교수 자신을 상징한다.

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좀 더 쉽게 해부학을 가르칠 방법을 찾던 중 만화를 생각하게 됐다. 해부학은 모든 의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하지만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방대한 구조들의 생김새와 쓰임새를 모두 외워서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거기다 용어마저 어려워 의학도에게 부담이 되는 교과이기도 하다.

“해부학은 사람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내용을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죠. 각 기능에 따라 사람의 몸을 나누고, 덧붙여 관련 질병을 설명하면 됩니다.”

이렇게 조금은 단순한 생각으로 2001년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술적인 요소가 강해 재미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머와 풍자를 덧칠해 ‘해랑 선생의 일기’라는 명랑만화를 선보이며 의학 만화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지금까지 해부학 명랑만화 550편과 과학 명랑만화 150편을 그린 정 교수는 2005년에는 ‘대한해부학회지’에, 2011년에는 SCIE 학술지에 자신의 만화를 소재로 논문을 쓰기도 했다. 올해 역시 국제 학술지에 투고해 심사를 받고 있다. 그가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쓰는 이유는 “만화 영어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실리면 한국 과학의 다양한 면을 홍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전문가는 쉽게 전달하는 사람

▲ 정 교수는 해부학중 연속절단면영상 분야의 대가이다. ⓒ정민석

사실 정 교수는 해부학 중 연속절단면영상 분야의 대가이다. 연속절단면영상 분야는 동물의 뇌를 미세하게 절단한 후 그 면을 연속촬영해 3D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으로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정 교수는 2009년 가천의과대학교 조장희 박사팀과 함께 ‘7테슬라 MRI 뇌지도’를 출간해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영하 70도로 얼린 뇌를 0.1mm 두께로 잘라가며 사진을 찍었어요. 20cm나 되는 머리를 무려 2천 번에 걸쳐 자르고 찍기를 반복한 셈이죠.”

미국의 경우 뇌를 깎는 기술이 0.33mm~1mm라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정 교수의 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정 교수는 과학대중화에도 관심이 많다. 해부학 만화, 영상 분야에 관심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해부학을 알면 자신의 몸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그림, 사진, 동영상과 같은 다중매체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간혹 있더라도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래서 다중매체 자료를 손쉽게 골라서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아울러 홈페이지(anatomy.co.kr)를 통해서 무료로 배포해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는 자기 전공을 쉽게 풀이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상대의 수준에 맞춰 10시간 동안 낱낱이 풀이할 수도 있고 10초 동안 쏜살같이 풀이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교수는 의학 전 분야에 걸쳐 의학만화를 그린 후 만화의학백과사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전문가는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해부학 전문가로서 눈높이를 낮추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부학 용어의 한글화에 애를 쓰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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