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에는 흑백 TV가 보급되던 시대였죠. 6.25 전쟁 때 군인들이 교신하던 무전기와 TV를 결합하면 이런 (스마트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상상했지요.”
이정문 화백(80)이 한 아이가 ‘휴대용 소형 TV’라고 적힌 그림 옆에서 휴대폰을 보면서 화상통화를 하고 있는 그림을 지목하며 말했다.
그가 55년 전 한 학생 과학 잡지에 발표한 한 장짜리 만화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 속에는 태양열 주택, 청소하는 로봇, 전기로 가는 자동차, 집에서 원격으로 학교 수업을 듣는 온라인 학습 등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보고 돌아가 만화를 그린 듯 지금의 생활이 그대로 구현됐다.
‘철인, 캉타우’, ‘설인, 알파칸’ 등 1960~1970년대에 미래를 내다보는 걸작을 그려온 이정문 화백(80)이 1965년에 발표한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는 지금 봐도 놀라운 미래의 모습이 담겼다. ⓒ 부천 국제만화축제 BICOF
미래를 그리는 크리에이터, 이를 실현시키는 과학자
지난 27일 경기도 부천국제만화축제 BICOF에서 주최한 ‘마스터 클래스-만화로 바라보는 현대와 미래 세계, 과학과 환경’ 온라인 포럼에서는 무려 50년 후 미래를 내다본 이정문 화백과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가 만화가 어디까지 미래를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문 화백은 우리나라 만화 역사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이 화백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심술통’이다. 그는 심술이 턱에 덕지덕지 붙은 ‘심술통’으로 1980년대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대중적인 만화가로 우뚝 섰다.
국내 SF만화의 거장 이정문 화백이 지난 27일 온라인에서 열린 경기도 부천 국제만화축제 BICOF에서 미래를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 배경을 밝혔다. ⓒ 부천국제만화축제 BICOF
그는 당시 궁핍하고 힘들었던 시기에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명랑만화를 그리면서 미래를 앞서가는 SF만화를 그렸다. 그가 그린 ‘철인, 캉타우’는 우리나라 로봇 만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당시 우리나라 문학 시장은 일본에 잠식된 상태였다. 어린이를 위한 문화는 더욱 부족했다. 공영방송에서 일본만화를 가져다 이름만 바꿔 방영하던 시절이었다.
‘마징가Z’(원작 나가이 고, 1972년 애니메이션 방영)나 ‘철인28’(원작 요코야마 미쓰테루, 1963년 애니메이션 방영) 등 어린 시절 우리나라 만화라고 생각하며 열광했던 만화들은 모두 일본 작품으로 당시 우리나라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은 걸음마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정문 화백이 1976년에 그린 ‘철인, 캉타우’는 이러한 일본식 로봇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캉타우 철인의 몸 전체는 고도의 첨단 무기로 무장되어 있다. 이외에도 만화 속에는 놀라운 상상력들이 숨겨져 있다.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는 “만화 속에서 안테나를 세워 번개를 이용해 비밀기지의 에너지를 얻는 장면이라던가 버뮤다 삼각지대, 지구 공동설 등 SF적인 감각이나 스토리 등이 지금 봐도 상상을 초월한 세련된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정문 화백은 당시 일본 만화가 우리 극장가를 휩쓰는 것을 보면서 순수한 우리나라 로봇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캉타우’라는 이름도 순수한 우리말 ‘깡다구’에서 비롯해 작명한 것이다. 이 화백은 “당시 스토리는 빈약했지만 어떻게든 일본과는 차별될 수 있는 우리만의 로봇 만화를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그의 만화에는 당시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환경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철인, 캉타우’에도 지구의 환경에 대한 사상 차이로 외계 전투가 벌어진다는 설정이 들어있는데 그가 이전에 그린 ‘설인, 알파칸(1965년 발표)’에는 아름다운 지구의 환경을 살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을 기반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보태 미래 예견
같은 해 한 과학 잡지에 발표된 그림 한 장은 35년 후 미래를 정확하게 예언해 큰 놀라움을 줬다. 이 화백이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현대의 모습을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태양열 집열판이 세워진 주택의 지붕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집’이라고 적혀 있다. 도로에는 공해가 없는 전기 자동차가 달린다. 부엌에서는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모니터에서 레시피를 알려주는 모습이 그려진다. 마치 지금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공부도 집에서’ 하고 집에서 의사의 치료도 받는다.
이 화백이 그림을 그릴 1965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흑백 TV가 보급되던 때였다. 핸드폰은커녕 전화도 없던 시기였다. 전쟁을 끝낸 지 오래되지 않아 모든 삶이 궁핍하고 어려웠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 화백은 마치 미래를 예언하듯 지금과 똑같은 모습을 상상해냈다. 그는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상력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 화백은 당시 신문 기사 등 여러 군데서 얻은 사실적 지식을 기반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보태 앞으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냈다.
‘달로 가는 수학여행’은 당시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 간 치열하게 경쟁하던 우주개발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움직이는 도로’는 탱크 바퀴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 화백은 “탱크 바퀴가 무한히 굴러가는 것을 보고 그것을 펼쳐 이으면 길이 움직여 이동할 수 있다고 상상했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스마트폰을 떠올리게 하는 ‘소형 TV 전화기’는 6.25 전쟁 중 군인들이 쓰던 무전기를 떠올리며 무전기에 TV를 작게 만들어 결합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이 그림을 두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그의 상상력은 미래가 됐다. 이렇게 지금 우리의 모습은 과거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상상으로 구현된 미래다. 크리에이터들은 꿈을 꾸고 과학자들은 이를 현실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진행자인 라이어 영화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의 창작물은 시대를 반영하고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창작물들이 과학과 환경, 미래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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