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만성질환’ 두렵지 않은 세상 온다

[전승민의 미래 의료] 먹는 인슐린, 이식형 스마트센서 등 신기술 각광

세균성 감염에 의한 질병은 대부분 치료법을 발견되고 있다. 코로나19 등 일부 바이러스성 질환이 기승을 부리는 일이 있으나 인플루엔자(독감) 등의 사례를 볼 때 이 역시 예방, 치료 약이 빠르게 발견될 것으로 여겨진다. 암, 심혈관계 질환 등 목숨이 오가는 질병의 예방, 치료법에 관한 연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면역치료제, 유전자치료기법 등이 등장으로 이 역시 치료법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결과 현대인들의 관심은 빠르게 ‘만성질환’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치료가 어려운 질환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적절한 관리만 이뤄지면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노화 등을 이유로 일어나는 경우도 많아 완전한 치료법을 찾기도 어렵다. 고혈압 및 저혈압, 당뇨, 통풍, 아토피와 천식 등 평생을 짊어지고 살아야 할 만성질환은 이미 의료 연구인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중병만큼이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런 ‘만성질환’에 대한 대응 기술은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

과학기술과 의학이 발전하면서 만성질환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Unsplash

기존 약품 개선해 환자 삶을 더 편하게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약품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이 분야 연구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시간만 주어진다면 어떤 치료법이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당뇨는 치료가 어려우니 환자는 평생 주사를 달고 살아야 한다. 스스로 상처를 내고 피를 묻혀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을 주사로 맞아야 한다.

최근 연구 추세를 보면 수년 이내에 ‘먹는 인슐린’이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슐린에 의존하는 방법을 바꾸기 어렵다면, 주사보다 편한 먹는 약으로 만들어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2019년 2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마치 작은 알약처럼 생긴 특수 주사기를 개발했는데, 물과 함께 삼키기만 하면 뱃속에서 작은 바늘이 나와 위장 속 표피세포를 통해 인슐린을 흡수할 수 있다. MIT의 또 다른 연구팀도 2019년 10월 장에서 흡수하는 인슐린 캡슐을 개발했다. 인슐린은 단백질의 일종인데, 위산을 만나면 구조가 변해 효과를 보기 어렵다. 굳이 주사로 맞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슐린을 위산에서 견딜 수 있는 캡슐로 감싸 소장까지 도달한 다음 방출하도록 만들었다.

당뇨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먹는 인슐린(왼쪽 점선 안)’. 오른쪽 크기 비교용 동전에 비해 그리 크지 않아 충분히 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MIT

인슐린 성분만 아니라면 먹는 당뇨약은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혈당 강하 효능이 있는 ‘메트로포르민’이나 그와 유사한 성분으로 만든 약을 하루 2~3회 먹어야 한다. 중증 환자는 적용하기 어렵고 매 끼니 약을 챙겨 먹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하루나 이틀에 한 알만 약을 먹으면 천천히 흡수되며 장시간 약효를 발휘하는 방법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도 있다.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은 2~3종류의 약을 섞어 하나로 만드는 ‘복합제제’ 방식이 인기다. 노년이 되면 함께 발병하는 일이 많은 고지혈증과 고혈압, 두 종류의 약을 하나로 합치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 약을 함께 투여할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효과 역시 기대된다는 연구도 있다. 국내에선 보령제약에서 개발한 ‘듀카로’의 경우 고혈압 치료제 피마사르탄과 또 다른 고혈압 치료제 암로디핀, 그리고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바스타틴 3종을 결합했다. 단일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로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반한 환자를 위해 개발했다.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약효 역시 극대화한 사례다. 비슷한 약으로 한미약품의 ‘아모잘탄큐’, 대웅제약의 ‘올로맥스’ 등도 있다. 이 추세에 맞춰 여러 질환에 필요한 다양한 약물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약 편의성은 삶의 질과 큰 관련이 있어 많은 연구자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개발자인 한국인 과학자 김정은 박사는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타미플루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약은 다른 회사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우리는 먹는 약으로 만든 것이 적중해 인플루엔자 치료제 시장에서 성공했다”며 “에이즈 치료제, 간염 치료제 등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대단히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내 몸을 24시간 관찰하는 사이버 헬스케어

높은 약효를 기대하려면 내 몸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수록 유리하다. 다만 일상생활 중 매번 검사와 투약을 반복하긴 어려우므로 시간에 맞춰 약을 먹고, 혈중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엔 발전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만성질환 관리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우선 가까운 미래엔 손목시계나 발찌, 반지, 안경 등의 형태로 몸에 착용하는 ‘생체인식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환자의 맥박, 혈압, 체온 정도를 확인하는 기초적 수준이지만 향후 운동량, 생활습관 기록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환자의 생체 활성지수 등을 측정하는데 쓸 수 있다. 비만이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 관리에는 필수적인 요소다. 이 정보와 함께 기본적인 건강검진 기록, 유전자 정보 등이 기록된 정보를 주치의가 열람하면 적합한 치료 계획을 짤 수 있게 된다.

이보다 조금 더 기술이 발전할 경우 ‘체내 이식형 스마트 바이오센서’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손목 아래쪽이나 목덜미 등, 평상시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을 위치에 전자칩이 들어있는 캡슐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맥박이나 체온 등은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몸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수시로 혈액검사를 할 수 있으며, 이식한 위치에 따라 심전도 등 다양한 검사를 실시간으로 할 수도 있다. 필요할 경우 캡슐 안에 넣어 둔 약물을 조금씩 분출하는 형태로도 쓸 수 있으며, 신경 손상 등으로 만성 통증을 겪는 환자는 진통제를 필요할 때 자동으로 투여받을 수 있다. 습관성이 없는 신개념 진통제 역시 개발되고 있어 기대받고 있는 분야다. 응급 시에는 이식한 캡슐에 심어진 NFC 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혈액형, 알레르기 물질 등 기본적인 의료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인체에 이식하는 캡슐이나 전자칩은 시간이 지나면 피부 안쪽에 유착(엉겨붙는 것)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인체 내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는 물질로 제작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2018년 연세대 연구진은 포도당 성분을 이용해 마이크로칩을 대체할 수 있는 ‘저항스위칭 메모리’ 소자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술을 응용할 경우 현재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몇 종류의 꼭 필요한 약물을 성분을 조합해 자동 분출하는 ‘나만의 초소형 제약공장’으로 발전한 가능성도 갖고 있다. 또 이런 정보를 취합하면 환자 개인에 맞는 최적의 약물을 빠르게 조합할 수 있어 환자 개인에게 꼭 맞는 맞춤형 치료제 개발 역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먹는 약 넘어선 전자약도 등장

최근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기술 중 하나로 ‘전자약’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전자약은 인체 내에 전기 자극을 줄 수 있는 작은 기계장치를 삽입해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방법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심장박동 보조 장치(페이스메이커)도 전자약에 포함된다.

미국 FDA가 2015년 승인한 비만치료 전자약 ⓒ EnteroMedics

최근 이 장비로 15년간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환자가 의식을 되찾는 등 다양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기 자극을 통해 잘못된 신경 신호를 교정한 것이다. 위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서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미국 식품의약처(FDA) 허가를 받은 바 있으며, 신경을 자극해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도 있다. 심장박동 신경에 관여하면 고혈압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 파킨슨병, 우울증, 관절염이나 크론병 치료용 전자약이 등장한 적도 있다.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향후 당뇨나 천식 등의 치료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전자약 기업 중 유명한 것은 ‘갈바니 생체전자공학(Galvani Bioelectronics)’. 구글과 영국 최대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합작해 만들었다.

다양한 만성질환 관리 기술은 치료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미래의료 기술의 핵심이다. 관련 기술 발전을 위한 법 제도 개선 역시 뒤따를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의료기기산업법을 5월부터 시행하고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을 제정, 관련 기술 개발의 가이드를 제시했다. 여기 따르면 관련 기술이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도에 따라 총 4개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위험성이 경미한 의료용품은 A등급, 수술 및 치료도구 등은 B등급, 치과재료 등 인체에 일정 기간 삽입하는 용품은 C등급, 인체 내 영구적으로 이식되는 것들은 D등급으로 나눈다. 또한 3년마다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안전성 검증을 위해 제약을 두고 있다.

(6852)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