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깨닫고, 소통하고…랜선으로 즐긴 과학축제

언택트 축제의 장, ‘2020 광주과학발명페스티벌’ 성료

조선 시대의 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는 정교한 자동시보 장치로 유명하다. 오늘날의 뻐꾸기시계처럼 특정 시간이 되면 소리를 내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는데, 우리 조상들의 과학기술 수준이 녹록지 않음을 증명하는 대표적 문화재이기도 하다.

이런 자격루의 원리를 재미있게 학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한 수업보다는 실제 물시계를 만들어 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학생들은 부력에 의해 구슬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모습을 경험하고, 관련된 과학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까지 진행된 ‘2020 광주과학발명페스티벌’은 이렇게 흥미와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과학 축제였다. 매년 진행되는 광주과학발명페스티벌은 과학, 발명에 대한 다양한 체험 기회와 다채로운 행사(강연, 공연, 경연)가 어우러진 호남 지역의 대표 과학축제다.

현직 교사들이 원리와 키트 조립법 등을 직접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했다. Ⓒ 국립광주과학관 유튜브 캡처

20종류 실험, 총 1만 2000 키트 준비…언택트 과학 축제 성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콘셉트으로 기획된 이번 페스티벌은 호남권 소재 초‧중등학교에서 과학체험꾸러미를 신청하고, 이를 수령한 학생들이 국립광주과학관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관련 링크>

현직 교사들이 직접 참여해 관련 원리와 키트 조립법 등을 직접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은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많은 호평을 얻었다. 3D 애니메이션 활용과 실제 구현 사례 등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띈다.

덕분에 학생들은 간이 유압프레스 장치를 만들어보며 ‘밀폐된 공간에서 압력이 일정하게 작용한다’는 파스칼의 원리를 이해하고, 풍력 자동차를 통해 ‘작용-반작용의 법칙’도 확실하게 파악하는 등 즐겁게 과학을 누릴 수 있었다. 거리에서만 보던 네온사인을 직접 만들어 보며 디자이너로서의 적성을 찾아보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 체험도 있었다.

‘내가 디자인한 네온사인’은 과학과 예술이 결합되는 멋진 경험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 국립광주과학관 유튜브 캡처

국립광주과학관은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위해 총 20종류(초등학교 13종, 중학교 7종), 1만 2000 개의 체험 키트를 준비하고 10월 말부터 체험 신청을 받는 등 만전을 기했다.

덕분에 행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유튜브 댓글로 소감을 남기는 한편, 수업 진행을 위해 영상 속 PPT 자료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통의 장이 된 것. 빛의 성질, 전기와 자기장의 관계 등 실제 교과과정과도 이어지는 체험 주제 역시 행사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한편 국립광주과학관 측은 단순히 과학체험꾸러미를 보내고 유튜브 영상을 게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사들의 참가 후기와 학생들의 댓글을 적극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소통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수집한 학생들의 반응과 개선 요구 사항들을 모아 향후 더 나은 페스티벌을 구성했다.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들이 호평을 얻었다. 직접 제작한 자격루 물시계를 실생활에 활용해 보는 장면이 인상 깊다. Ⓒ 국립광주과학관 유튜브 캡처

금과터 특별강연 진행…신비한 공생체 지의류 알아보기

부대 행사로는 ‘2020 광주과학발명페스티벌과 함께 하는 금요일에 과학터치 특별강연’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병권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은 ‘신비한 공생체 지의류’에 대해 친절한 목소리로 알려주었다.<관련 링크>

이 연구원은 경남 산청, 강원도 평창, 전남 고흥, 제주도 등 국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의류를 찾고 이를 연구하는 지의류 전문가다. 그는 다양한 사진과 함께 지의류를 소개하며 “곰팡이와 광합성을 하는 조류가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아주 신비한 생물”이라고 정의했다. 곰팡이는 조류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조류는 그 안에서 광합성을 해 곰팡이에게 양분을 주는, 일종의 ‘주인-하인과 같은 관계의 공생관계’다.

전 세계적으로 약 2만여 종에 이를 정도로 큰 다양성을 갖고 있는 지의류는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생물자원이기도 하다. 다양한 색을 바탕으로 한 염료에서부터 샤넬 No.5과 같은 향수, 원예 등 다양한 쓰임새로 주목받고 있다.

이병권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은 ‘2020 광주과학발명페스티벌과 함께 하는 금요일에 과학터치 특별강연’을 통해 ‘신비한 공생체 지의류’를 소개했다. Ⓒ 국립광주과학관 유튜브 캡처

환경평가의 소재로도 지의류는 가치가 높다. 큐티클(표피)이 없기에 외부로부터의 물질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편, 모든 양분을 대기로부터 얻기 때문. 최근에는 그 생명력과 광합성 능력을 인정받은 일부 지의류가 화성 탐사의 핵심 생물자원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이외에도 지의류의 분석과 분류, 연구활동에 대한 내용 등과 함께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진행하며 강연을 마쳤다.

결과적으로 이번 페스티벌은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딛고, 많은 학생들에게 더욱 손쉽게 과학과 체험의 즐거움을 제공했다는 평이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언택트 행사의 장점이다.

국립광주과학관은 기세를 몰아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기획 행사를 속속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언택트 전파교실, 드라이브스루 전파 탐험대, 사이버 전파스테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2020 On택트 전파세상’이 오는 5일까지 진행 중이다.<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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