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의 플로레스 근처에 위치한 티칼은 고대 마야인들이 만든 주요 거점 도시 중 하나다. 흔히 멕시코의 팔렝케, 온두라스의 코판과 함께 마야 3대 유적지로 꼽히는 이곳은 건축과 문자, 달력, 천문학, 예술 등 고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세련된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구멍이 숭숭 뚫린 석회암 지대에서도 저수지를 만들 만큼 기술이 뛰어났다. 그런데 티칼의 중심부에 있는 저수지는 수은과 녹조로 오염돼 있어서 당시 거주민들조차 마실 수 없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마야 문명의 3대 유적지로 꼽히는 과테말라 티칼 유적지. ⓒ DEZALB(Pixabay)
미국 신시내티대학의 인류학자, 지리학자, 식물학자, 생물학자, 화학자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티칼 유적지 내에 있는 10개 저수지에서 침전물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도시의 궁전 및 사찰에서 가장 가까운 두 곳의 중앙 저수지에서 독성 수준의 오염을 발견했다.
지질 화학적 분석에 의하면 그 같은 오염은 고대 마야인들이 건물 벽화와 점토 그릇, 그리고 기타 물품을 장식하기 위해 사용했던 색소에 함유된 수은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색소의 정체는 바로 진사라는 광물질이었다. 진사(辰砂, Cinnabar)란 천연 수은 황화물로서 수은을 정제하는 가장 일반적인 원료 광석인데, 색을 입히는 안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지질 화학적 분석법으로 저수지 침전물을 검사한 결과, 저수지 속의 수은이 진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광물질 지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벽화 장식용 안료에 함유된 수은이 범인
또한 에너지 분산 방식의 X선 형광분석법이라는 기법을 사용해 저수지 침전물을 정밀 검사한 결과, 저수지 바닥의 기반암에 쌓인 수은은 물속으로 용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10개 저수지 중 4개 저수지의 퇴적층에서 발견된 고대 DNA에 대해서도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중앙 사원과 궁전에서 가장 가까운 저수지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두 가지 종류의 녹조류가 번성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시내티대학 연구진이 티칼의 저수지에서 침전물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장비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 Liwy Grazioso Sierra(UC)
그중 하나는 시아노박테리아라고 불리는 독성 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담수에서 시아노박테리아가 많이 발견되면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해로운 녹조 현상을 연상하게 된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로 참여한 데이비드 렌츠 생물과학과 교수는 “특히 가뭄 때 이 물을 마셨으면 물을 아무리 끓였다고 해도 사람들이 병에 걸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진은 마야인들이 이 저수지를 식수나 요리, 관개 등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낮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도시의 거주민들은 오염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인근 저수지의 물을 음용수로 사용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페르디오와 코리탈이라고 불리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저수지들의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오염 물질에 대한 증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수지는 건축물 반사하는 랜드마크 역할
그럼 도시 중앙에 있는 저수지들의 용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연구진은 사찰과 궁전 근처의 저수지는 오늘날 대형 공원에 조성되는 호수처럼 하나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니콜라스 더닝 지리학 박사는 “고대 도시의 멋진 건축물들이 중앙 저수지 표면에서 반사되는 광경은 정말 황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된 저수지의 물은 이 도시의 멸망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티칼이 멸망한 이유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요인들이 결합되어 사람들이 점차 도시를 떠나게 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진행한 데이비드 렌츠 교수는 기후도 이 도시의 멸망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곳에는 비가 오고 습한 날씨도 있었지만 1년 중 거의 대부분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건조해서 마야인들은 물을 구하기가 몹시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티칼의 중심 저수지마저 생명을 유지하는 장소에서 점차 질병을 유발하는 장소로 바뀌어가자 마야인들은 결국 이 웅장한 도시를 포기하게 되었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티칼의 인구 감소와 도시를 궁극적으로 포기하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은 9세기 경의 가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신시내티대학 연구팀은 이 놀라운 인류 문명의 수수께끼에 대한 더 많은 해답을 구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0005)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신체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거시와 미시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은 SF영화인 '앤트맨'의 세계관 실현과 관련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박혁규·쯔비 틀러스티(UNIST 교수) 연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 물질에서 입자들이 짝을 지어 움직이는 현상을 실험·이론을 통해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1천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나노입자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기법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화학과 권오훈 교수 연구팀은 국내 유일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이산화바나듐 나노입자의 매우 빠른 금속-절연체 상변화 과정을 펨토초(1천조분의 1초) 수준의 정확도로 직접 포착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이지민 교수 연구팀이 질환 억제·촉진 실마리가 되는 단백질의 수명을 결정하는 단백질 '번역 후 변형'(이하 PTM) 코드를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디옥시리보핵산(DNA)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통해 복사(전사·transcription)·번역(translation) 과정을 거쳐 단백질로 발현되는데, PTM은 최종 단백질로 번역까지 일어난 이후 추가로 생기는 현상이다. 단백질 구조·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주로 알려졌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태호·안수민 박사 연구팀이 강원대 조용훈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전해(물 전기분해) 장치를 활용해 친환경 수소를 생산할 때 성능을 80% 향상하는 전해질막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수소 이온을 전달하는 부분과 막의 강도를 유지하는 부분을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로 분리된 구조로 설계했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를 기념한 다양한 과학행사가 연중 이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대전 유성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대덕특구 5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어 기념행사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대덕특구 50주년을 맞아 성과전시회, 기술사업화박람회, 국제콘퍼런스, 50주년 기념식 등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지능형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조성호 전산학부 교수와 서울대 고승환 기계공학부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Zhenan Bao)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전기·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29일 게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국내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과 수학자 허준이의 필즈상 수상 등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등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