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로봇물고기는 실패했지만…

로봇이 바꾸는 세상(4)-환경 감시 로봇

이명박 정부 시절, 수질 오염을 잡겠다며 57억원을 들여 2010년 개발한 로봇물고기는 ‘대국민 사기극’, ‘완벽한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14년 감사원 감사 결과 9대 중 7대가 고장나고 성능 역시 당초 목표치에 현저하게 못미친 것으로 확인됐으며 설상가상으로 참여 연구원이 1억원의 뇌물을 받고 구속되는 사건까지 터지면서 최악의 연구 개발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기후변화를 측정하거나 해양 생태계를 파악하는 로봇

그러나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수질 오염을 관리하기 위해 로봇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최근 들어 토양과 대기, 바다의 환경을 감시하고 관리하기 위해 로봇을 투입하는 흐름이 전세계적으로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의 국가들은 강, 호수, 바다의 수질 관리나 고래와 같은 희귀종 보호를 위해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를 측정하거나 해양 생태계를 파악하는 도구로도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바다의 다른 생명체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로봇의 형태도 홍합, 백조, 물고기 등의 모습을 띠는 경우가 많다. 대기 오염이나 토양 오염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로 로봇이 쓰인다. 로봇의 활동 및 분석 결과물들은 어업 활동이나 농경지 관리 등에 활용되고 있어 앞으로 로봇의 쓰임새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호수와 저수지에 설치된 수질 모니터링 로봇 뉴스완 ⓒ 로봇신문

싱가포르 호수와 저수지에 설치된 수질 관리 로봇 뉴스완 ⓒ 싱가포르국립대학 환경연구소

싱가포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호수나 저수지의 수질을 관리하는 용도로 로봇 백조를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NUS) 환경연구소가 개발한 로봇 백조 ‘뉴스완’은 실물과 똑같은 크기로 호수 등지에 떠다니면서 수질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분석가들에게 실시간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사람과 보트가 접근하기 힘든 구역에서도 정보 수집이 가능해져 수질 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NUS의 설명이다.

기후변화를 측정하는 임무는 홍합 로봇이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엔가젯’의 보도에 따르면 노스웨스턴대학의 과학자 브라이언 헬무스는 온도측정기, 데이터 로거 등으로 이뤄진 로봇 홍합을 이용해 18년동안 수집한 지구의 기후 변화 데이터를 공개했다. 홍합은 따뜻한 기온과 빛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 측정으로는 매우 좋은 개체로 알려진다.

헬무스 교수는 로봇 홍합을 칠레,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오레곤 주변 해역 등지에 설치하고 센서를 이용해 10~15분 마다 실제 홍합의 체온을 기록함으로써 기후 변화를 추적하고 지구 온난화를 예측했다. 이 결과를 이용해 기후변화 정책을 수립하거나 결정할 수 있으며 특히 침식이나 물 산성화 등과 같은 현안에 직면한 생태계 보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히말라야 호수의 수중로봇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지역 보호에도 로봇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히말라야는 최근 만년설과 빙하가 녹으면서 산악 홍수와 쓰나미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때문에 빙하 호수 아래 사는 거주민에게는 심각한 재해로 다가서기도 한다. 히말라야에 투입된 수중 로봇은 빙하 호수 바닥과 수중을 탐색함으로써 이 지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쓰나미가 언제쯤 닥칠지를 예측하도록 도와준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패트릭 마이어(Patrick Meier)와 울리아나(Ulyana)는 “빙하호수 바닥을 자동적으로 매핑하고 산악 쓰나미를 유발하는 균열을 찾아내기 위해 수중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며 “로봇을 사용하면 인간이 측정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할 뿐 아니라 갑작스런 얼음 붕괴 등의 위험에서도 효과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 변화를 측정하고 지구 온난화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는 로봇 홍합. ⓒ 엔가젯

기후 변화를 측정하고 지구 온난화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는 로봇 홍합. ⓒ 엔가젯

해양 생명체를 보호에도 로봇이 앞장선다. 해양 폐기물들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하거나 로봇이 위험에 처한 생명체들에게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사실 해양 쓰레기의 폐해는 심각하다. 수질 오염은 물론 해양 생물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트테크놀로지에 따르면 2015년 한해동안 바다에 유입된 폐기물은 26만 9000톤으로 추정되며 약 5조 2500억개의 플라스틱 파편이 떠다니면서 크고 작은 해양 생물이 죽거나 다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쓰레기 모으는 폐기물 상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구는 지난해 깨끗하고 스마트한 항만 운영을 내세우며 항구의 물들이 바다로 나가기 전에 미리 쓰레기를 모으는 폐기물 상어를 도입했다. 폐기물 상어는 한번에 500kg의 쓰레기를 수집할 뿐 아니라 수질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뉴욕의 파이어 아일랜드 서쪽 해양지역에도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로봇 부표가 떠다닌다. 복잡한 항구 부근 지역의 경우 매년 선박과 충돌해 생명을 잃는 고래가 늘어나자 로봇 부표의 소리를 활용해 파도 아래서 고래가 듣도록 함으로써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우드홀해양연구소(WHOI)는 “고래 사망 원인 중 3분의 1이 선박 충돌일 정도로 치명타가 되고 있다”며 “희귀종으로 알려진 혹등 고래, 참 고래, 긴 수염 고래, 보리 고래 등 네 종에 대해 집중적인 소리 호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퀴드 로보틱스사의 웨이브 글라이더. 장기 무인 해양 로봇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과를 자랑한다. ⓒ 리퀴드 로보틱스

리퀴드 로보틱스사의 웨이브 글라이더. 장기 무인 해양 로봇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과를 자랑한다. ⓒ 리퀴드 로보틱스

리퀴드 로보틱스사의 웨이브 글라이더는 해양 로봇의 대표주자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세계 최초의 장기 무인 해양 로봇인 웨이브 글라이더는 영국 외무성의 활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2015년 11월 남태평양에 투입됐다.

213일 동안 총 7205해리(1만 3344km)를 돌아다니며 인간이 도달하지 못했던 바다 지역에서 9516개에 달하는 각종 기상 및 해양 측정 데이터와 해양 생물 다양성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진다.

리퀴드 로보틱스의 창업자인 로저 하인은 “로봇을 통해 사람과 대형 선박을 보내지 않고도 접근 불가능했던 바다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됐다”며 “바다에 대한 인간의 활동 반경은 로봇을 통해 더욱 넓어길 것”이라고 밝혔다.

땅과 하늘에서도 환경감시 로봇의 활약은 이어진다. 오슬로에 위치한 노르웨이 생명과학대의 라스 바켄(Lars Bakken) 교수는 지난해 말 토양의 아산화질소(N2O)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필드플럭스 로봇을 개발해 테스트 작업을 벌이고 있다.

3개의 커다란 바퀴로 굴러가는 이 로봇은 토양의 샘플을 체크할 수 있는 두 개의 장치가 거대한 팔에 매달려 있어 땅의 상태를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기후 변화를 말하면 이산화탄소가 주범으로 언급되지만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N2O가 이산화탄소의 30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필드플럭스 로봇은  N2O 정도를 모니터링하는데 있어 27시간 걸리는 수작업을 단 1시간에 끝낸다. 이 같은 N2O 정보를 이용해 농부들은 산성도나 구리 함량을 조절해 토양을 제처리할 수 있다.

독일 쾰른대는 대기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ITaR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리 퀴리 리서치 펠로우십 프로그램이 펀딩하는 이 프로젝트는 에어로졸과 구름의 상호작용 방식을 파악해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데 목적이 있다. 원격 항공기 기반 센서와 지상 기반 측정을 활용해 구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거나 강수량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를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호주남극연구소 연구팀이 수중로봇을 이용해 조사한 바다속 생태계. 얼음 아래는 다양한 생명체가 어우러져 있다.  ⓒ 호주남극연구소

호주남극연구소 연구팀이 수중로봇을 이용해 조사한 바다속 생태계. 얼음 아래는 다양한 생명체가 어우러져 있다. ⓒ 호주남극연구소

땅, 하늘, 바다는 지구를 구성하는 거대 환경이다. 또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자연 환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발이 닿는 지구의 표면과 인간이 들어갈 수 있는 바다의 깊이, 인간이 올라갈 수 있는 대기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가장 깊은 바다는 태평양 마리아나해구의 챌린저 해연으로 깊이가 1만 1033미터에 이르지만 인간은 고작 162미터까지 내려간 게 최고 기록이었다. 지표면에서 지구 중심을 향해 35km에 걸쳐있는 지구 지각에서도 인간이 들어간 최대 깊이는 4km에 불과했다. 땅을 파는 것은 고사하고 지표면에서도 인간의 발이 닿지 않은 오지는 수두룩하다.

인간이 지구라는 생태계를 더 잘 이해하고 순응하며 살기 위해서라도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은 로봇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로봇을 환경 분석과 자연 탐사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오래된 것이지만 최근 로봇 제조기술의 발전과 함께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기법 등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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