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만 대기를 오염시킨 것이 아니다. 2000년 전 로마인들도 그랬다. 이들은 점토로 만든 용광로 안에 귀한 광석을 집어넣은 후 그 안에서 은(銀)을 추출해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납(Pb) 성분이 분출됐다.
이중 일부가 그린란드에 있는 만년설, 빙하, 부빙 등 빙원(ice cap) 안에 흡수돼 있다가 발견됐다. 그리고 축적돼 있는 이들 납 성분들은 시저에 의해 수행된 전쟁을 비롯해 로마 시대에 발생한 많은 사건들을 말해주고 있는 중이다.
당시 로마는 전 제국에 걸쳐 ‘데나리온(denarius)’이라 불리는 은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한 데나리온의 무게는 3.8g. 성경에 의하면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으로 한 데나리온을 지불하며 화폐 가치로 환산되고 있었다.
과학자들이 그린란드에 있는 빙원을 분석해 전쟁이 많았던 로마 전성기에 납 오염이 가장 심했던 것을 밝혀냈다. 사진은 로마 시대 은화. 당시 은 제련공들은 납 제련을 통해 은을 추출해냈으며 그 과정에서 납 오염이 심해졌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ntiquanova.com
전쟁 많을수록 납 오염도 더 높아져
은은 납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당시 로마는 더 많은 은화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은이 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납을 제련해야 했다. 그 결과 납 제련이 늘어났고 당시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5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1990년대에 이미 만년빙 속에 축적돼 있는 납 성분이 로마 시대 생성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들 납 성분은 스페인, 스코틀랜드습지에 있는 이탄(peat. 泥炭) 층처럼 층층이 다른 농도로 축적돼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차이를 분석하면 시기별로 납 오염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빙하를 뚫고 2년 단위별로 납 오염도를 측정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정밀 분석이 불가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옥스퍼드 대학의 고고학자이면서 로마시대 전문가인 앤드류 윌슨(Andrew Wilson) 교수다. 그는 빙하 깊은 곳에서 얼음을 기둥 모양으로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을 지닌 빙하 코어(ice core)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빙하에서 400m 길이의 빙하 코어를 추출했다. 기원전 1100년 전부터 기원후 800년까지 기간에 해당하는 코어였다. 연구팀은 이 코어를 조각으로 분리해 녹인 후 그 안에 들어있는 성분을 정밀 분석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모든 납 성분이 로마시대 은을 추출하는 용광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먼지로부터 온 것이었다. 또 다른 성분은 화산 폭발로 인해 분출된 납 성분이었다.
연구팀은 로마 시대 오염 연구를 위해 이렇게 발생한 납 성분 알갱이를 일일이 환산해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기원전 1100년부터 기원후 800년까지 로마 시대를 전후해 축적된 것으로 확인된 납 성분 정도를 측정한 결과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안토니우스 역병 이후 오염도 크게 감소
1900년 동안 납 오염이 가장 심했던 시기는 로마 시대 전성기였던 기원후 1세기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역병이 돈 시기 이전, 즉 1세기를 전후한 시기 빙하 속에 포함된 납 성분이 이전 1100년 시기와 비교해 약 6배에 달했다.
그러나 기원후 165년 이후 초기 로마시대 수준으로 오염도가 급격히 감소했다. 165~180년까지는 로마 시를 중심으로 안토니우스 역병(Antonine plague)이 돌았던 시기다. 근동 지역을 원정하고 돌아온 로마 병사들에 의해 전염된 이 병에 의해 로마는 큰 타격을 받았다.
오현제 중의 하나인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사망하는 등 약 5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상태가 약 500년 동안 이어진다. 로마 전성기에 납 오염이 심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로마의 전성기는 전쟁이 가장 많았던 시기다. 이는 전쟁을 위해 로마제국에서 은화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은을 생산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은 생산을 위해 더 많은 납을 제련해야 했고 그 결과 납 성분이 인근 지역을 오염시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로마는 예수 탄생 이전을 기점으로 하는 B.C. 마지막 시기에 스페인을 놓고 격렬한 전쟁을 벌인다. 이 지역은 은 생산을 위한 납 제련이 가장 성행한 지역이었다. 그리고 로마가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납 오염이 더 심해졌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관련 논문은 13일자 미 국립과학아카데미 학회보(PNA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Lead pollution recorded in Greenland ice indicates European emissions tracked plagues, wars, and imperial expansion during antiquity’이다.
연구 결과 로마시대 납 오염은 매우 심각했다다. 일부 지역에서 1년 간 1 평방미터에 축적된 납 성분이 1g에 달할 정도였는데 대부분 로마 제국 스페인이 가까운 서쪽으로 갈수록 그 오염도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많은 역사학자들이 놀라움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 툴레인 대학의 로마 경제사 및 법 전문가인 데니스 케호(Dennis Kehoe) 교수는 “당시 오염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매우 상세해서 크게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워릭 대학의 케빈 부처(Kevin Butcher) 교수는 “그동안 역사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비추어 로마 시대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기와 납 오염이 가장 심했던 시기가 명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며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가는 사료에 의해 사실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과학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근대사학에 있어 과학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로마시대 납 오염 연구는 역사와 과학 간의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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