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떴다하면 2개월, 군함새의 비상

무역풍 이용해 인도양 가로질러

군함이 하늘을 난다? 군함새 이야기다. 군함새는 열대나 아열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에 사는 바닷새이다. 영어로 프리깃버드(frigate bird)라고 한다. 프리깃은 기동력이 좋은 소형 구축함을 말한다. 날쌔게 나는 모습이 구축함을 닮아서다. 프리깃을 우리말로 옮기며 군함새 또는 군함조란 이름이 붙었다.

열대나 아열대에 사는 군함새가 온대지역인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 2004년 제주, 2007년 춘천, 그리고 2011년 강릉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아마도 태풍에 편승하여 날아온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수컷 군함새  ⓒ 김웅서

수컷 군함새 ⓒ 김웅서

대양을 가로질러 날 때는 2개월 이상 공중에 떠있다

군함새는 물고기를 잡아먹기 알맞게 주둥이가 길쭉하고 끝이 휘어져 있다. 등 깃털은 금속광택이 있는 검은색이다.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목에 있는 선홍색 주머니를 부풀려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은 머리 아래 배 부분이 하얀색이다. 군함새는 땅이나 바다에 내려앉지 않고 몇 주 동안 계속해서 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군함새(Fregata minor) 이동 경로를 파악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양을 가로질러 날 때는 2개월 이상 떠있다고 한다. 공중 체류 기록이 갱신된 것이다.

군함새는 양 날개를 펼치면 길이가 2.3m나 된다. 몸길이가 약 1m인데 비해 날개 길이가 2배 이상 된다. 덩치에 비해 몸무게는 아주 가벼워 1.0~1.8㎏밖에는 안 된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가벼운 노트북 컴퓨터 정도 무게다. 군함새는 새 종류 가운데 몸무게 대비 날개 길이가 가장 큰 새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 덕분에 날갯짓을 많이 하지 않고도 글라이더처럼 날 수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팀과 영국, 캐나다, 독일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한 군함새 연구 결과를 7월 1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모잠비크 해협에 있는 섬에 번식하는 50여 마리의 성체와 새끼들에게 센서(sensor)를 달았다. 센서는 몇 달 동안 자동으로 새의 위치, 심장박동, 날갯짓 횟수를 측정하였다. 연구팀은 이 자료로 군함새가 날개를 움직여서 나는지, 아니면 활공하는지,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알아내었다.

군함새가 먹고 사는 방법 – 날치가 구세주

군함새는 관찰 결과 무역풍을 이용해 힘을 덜 들이고 아프리카에서 인도네시아까지 인도양을 가로질러 이동하였다. 힘이 약한 새끼 군함새들도 2개월 이상 비행하였다. 놀라운 능력이다. 군함새는 뭉게구름 속 대류현상을 이용하여 롤러코스터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공중을 선회하였다. 고도 600~700m쯤 되는 뭉게구름 하단부에 도달하면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수 ㎞를 활공하였다. 다시 고도를 3000~4000m까지 높일 때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 상승 기류를 탔다. 군함새 몸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다.

2개월 동안 계속 날다니, 그럼 물고기는 어떻게 잡아먹고 잠은 언제 잘까 하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여느 바닷새는 물위에 내려앉거나 물속으로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계속 나는 군함새도 먹고 살 방법이 있다. 날치가 구세주이다.

날치는 가슴지느러미가 커서 물 밖으로 뛰어 올라 글라이더처럼 수십~수백 m를 날수 있다. 배를 타고 항해하다보면 뱃머리 근처에서 물위를 날아 도망치는 날치를 볼 수 있다. 물속에서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큰 물고기를 피해서 물위로 튀어 올랐는데, 하늘에도 포식자가 기다리고 있는 줄 몰랐다. 군함새는 이 날치를 잽싸게 낚아챈다. 군함새는 상승기류를 타며 수 분 동안 날갯짓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쪽잠을 잔다. 다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여태까지 대를 이어 내려왔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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