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 성공, 에너지 효율에 달렸다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 14.4% 감축 목표

2019.11.27 10:00 김준래 객원기자

디커플링(decoupling). 기후변화 동향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행사인 ‘기후 위크 2019(Climate Week 2019)’를 관통한 키워드다.

‘탈 동조화’란 의미를 가진 디커플링은 산업은 발전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킨다. 기존의 경제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에너지 전환’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후변화 동향과 관련한 국내 최대 규모의 행사인 ‘기후 위크 2019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기후변화 동향과 관련한 국내 최대 규모의 행사인 ‘기후 위크 2019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지난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경제성장과 에너지 절감이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디커플링 추진 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디커플링이 가능한 이유는 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

‘디커플링’은 모순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산업이 발전하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따라서 늘어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산업 규모가 성장하면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온실가스 발생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 왔던 논리다.

산업 발전과 온실가스 배출량처럼 서로 밀접한 두 현상이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함께 움직이는 것을 동조화, 즉 ‘커플링(coupling)’라고 한다.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할 때 온실가스 발생량이 함께 늘어나는 것도 역시 커플링이다.

반면에 커플링과 반대되는 디커플링은 산업이 발전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하는 현상이다. 상식적인 경제논리와는 상반된 개념의 디커플링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에너지전환 정책 덕분이다.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이란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최적화와 저효율 소비구조 개선, 그리고 에너지산업 육성 등을 포괄하는 에너지 전반의 혁신 정책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화석연료나 원자력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인 것이다.

해당 정책이 처음 선을 보였을 때만 하더라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제 에너지전환 정책은 세계적 추세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 GDP와 온실가스 배출 추세.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IEA

미국 GDP와 온실가스 배출 추세.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IEA

실제로 유럽의 경우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에너지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디커플링 현상은 유럽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의 GDP는 27.1% 증가한 반면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8.3%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다소 미약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경제는 73.8% 성장했는데, CO2 배출량은 31.5%만 증가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석탄발전 감소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그리고 셰일가스 기술 발전 등을 디커플링 현상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가장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원

‘에너지 효율 혁신 전략’이란 주제로 행사의 발제를 맡은 유성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효율과 과장은 “성공적으로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에너지 효율이야말로 가장 친환경적이고도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이다”라고 주장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과 정책만 갖추고 있어도 경제성장과 에너지원 측면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8위에 해당될 정도로 다소비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 지표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다소비‧저효율 에너지 소비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을 위한 혁신 전략으로 ‘디커플링에 성공한 선진국형 에너지 소비구조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유 과장은 ‘산업과 건물, 그리고 수송 부문의 에너지 효율 전략’과 ‘시스템 및 공동체 단위의 에너지 소비 최적화 전략’ 등 2개 분야의 세부 전략을 제시했다.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MaaS) 도입 전과 후 비교 ⓒ 산업통상자원부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MaaS) 도입 전과 후 비교 ⓒ 산업통상자원부

산업 부문의 전략으로 유 과장은 ‘자발적 에너지 효율 목표제’ 도입과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보급 확대를 꼽았다. 자발적 에너지 효율 목표제의 경우 정부와 다소비 사업자 간에 개선 목표를 협약하고 이를 달성했을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다.

또한 건물 부문과 관련된 전략으로는 ‘한국형 에너지스타 건물’을 도입하고 ‘고효율 가전’을 확산시키며 ‘형광등’을 퇴출시키는 것이다. 또한 수송 부문 전략은 ‘자동차 평균 연비 제고’와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반면에 에너지 소비 최적화 전략으로는 ‘마이크로그리드 산업단지’와 ‘지역 에너지 효율 공동체 구현’, 그리고 ‘에너지 리빌딩’과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MaaS)’를 확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유 과장은 “혁신 전략의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량을 현재 소비량보다 14.4% 정도 감축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는 2200만 가구의 에너지 소비량이나 중형 자동차 4000만대가 1년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과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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