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디지털 디바이드 격차 줄이기 위한 교육 및 지원 필요

해마다 명절이 되면 귀성열차 예매를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예약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코레일 주요 역에 위치한 매표소에는 현장 예매를 하려는 기나긴 줄로 장사진을 이룬다. 그러나 현장 예매를 위해 새벽부터 대기했던 사람 중에는 기차표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좌석이 매진돼 입석표를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들 중 대부분은 노인이다.

이번에는 또 다른 풍경이다. 유명 패스트푸드 점에는 손님을 반기는 무인기기가 서있다.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이 무인기기 앞으로 줄을 선다. 대체로 음식 사진이 함께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주문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기계를 다루는 데 서툴러서 주문 시간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눈총까지 받아야 하니 진퇴양난. 안타깝게도 이런 일을 겪는 대부분은 노인이다.

디지털 래그(Digital Lag),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는 지금, 현재를 함께 사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슈이다. ⓒgettyimagesbank

디지털 시대의 명과 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우리 삶에 편리함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 편리함을 담보로 사회,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이 변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가시적인 변화는 아마도 사람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한 초연결 시대의 도래일 것이다. 이 같은 디지털 만능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쉬운 작동으로 편리하게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반면 이것을 편리하게 사용하지 못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 또 디지털정보화 기기를 통해 얻은 정보의 격차에서 소외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 디지털 능력을 갖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불균형 또한 디지털 만능 시대의 한 단면이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그리고 디지털 래그(Digital Lag)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란 디지털 사회에서 세대·사회계층 간 정보 및 기술 활용 능력의 차이로 발생하는 정보격차를 의미한다. 최근 지식의 패러다임은 과거의 선형적 지식과는 달리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 하여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구조다. 이 구조화 과정은 스마트폰, PC 등 디지털 디바이스가 주축이 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기들을 잘 다루지 못하면 정보 격차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또한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지고, 디지털 기술을 따르지 못해 소외되는 ‘디지털 래그(Digital Lag)’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디지털 기술에서 소외되면 정보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정보격차가 심해질수록 디지털 기술을 따르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디지털 정보 접근 수준은 작년 대비 0.6% 상승한 91.7%로 조사되었다. 본 조사에서 ‘접근’이란 컴퓨터 및 모바일 기기를 보유하거나 인터넷 사용 가능 여부를 측정하는 지표이므로, 우리나라의 디지털 디바이스 보유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며 인프라 역시 매우 잘 구축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반면 ‘4대 정보취약층(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9.9%로 70%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PC 및 모바일 기기 이용 능력 및 심화 활용 정도를 뜻하는 역량 수준은 60.2%, 활용 수준은 68.8%로 조사되어, 디지털 접근 대비 역량 및 활용 수준은 낮은 결과를 보인다. 즉, 디지털 래그를 겪고, 디지털 디바이드가 심화될 가능성이 보이는 이른바 ‘디지털 사각지대’가 있다는 의미다.

2019년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 ⓒ한국정보화진흥원

사람과 만나지 않는 서비스, 언택트(untact) 서비스의 시대

‘무인 정보 단말기’로 번역되는 키오스크(Kiosk)는 가판대, 간이 시설물 등을 의미하는 용어로서, 박물관같이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정보 디스플레이 기기로 활용되었다. 그러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은행의 입출금 업무, 공공기관 및 병원의 무인민원발급, 자동주문 및 판매, 매표기 등 사람과 사람이 만나 행해지던 서비스가 ‘언택트(untact)’ 서비스 형식으로 전환되었다.

우리나라의 키오스크 시장은 단순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특장점과 최저시급 이슈로 인해 2018년 기준 약 3000억 원 규모로 조사되었으며, 연평균 14% 이상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시장도 마찬가지다. BBC리서치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2015년 492억 달러였던 세계 키오스크 시장이 2021년에는 83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려 8.9%의 성장세다.

앞으로 4차산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ICT 신기술과 무인이동체의 가파른 기술 진화는 운용자의 개입이 전혀 없는 무인화, 로봇화가 상용가능한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언택트(untact) 서비스 시대를 연 키오스크 ⓒgettyimagesbank

스마트폰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

스마트폰을 켜면 모든 세상과 연결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가 매우 긴밀하고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요즘, 우리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다. 무인도에 가져갈 수 있는 단 한 가지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대다수는 스마트폰이라고 대답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무인도에 있어도 불가능이 없는 ‘스마트폰 만능시대’는 종전의 생활과는 분명 다른 세계이다.

일례로 ‘은행 없는 은행’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에 K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열렸다.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가입하고, 계좌이체 및 예적금도 스마트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리하는 ‘손안의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급증하였다. 은행 외에도 SNS, 각종 구매, 헬스케어 등 다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디지털 디바이스는 또 다른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디바이스, 주변 사물 및 환경과 상호 연동하는 IoT 디바이스,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스마트 디바이스로 발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초연결 시대를 연 스마트폰 ⓒgettyimagesbank

디지털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해소를 위한 다양한 법제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정보 접근 격차, 정보이용 및 활용 격차 해소를 위해서 정보화 교육, 복지시스템 구축, 정보 접근성 향상 등에 초점을 두고 추진 중이다. 미미하게나마 정보격차 지수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고령자들에게는 두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PC, 전화 등과 같은 고정형 디바이스에서 현재는 3세대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를 맞는 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운 세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을 비롯한 지자체, 민간 차원에서 고령자를 위한 실질적인 현장 교육 및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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