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무렵 네덜란드에서는 일부 분유 제품의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신생아 출생률이 갑작스레 높아지지 않았는데 세계적인 낙농 대국에서 왜 갑자기 그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원인은 중국인들이 대량으로 유럽산 분유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2008년 중국에서는 멜라민을 넣은 분유가 대량 유통되면서 영아 6명이 숨지고 약 30만 명이 이상 증세를 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산 분유를 구매했기 시작했고, 점차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네덜란드산 분유를 싹쓸이한 것. 실제로 네덜란드 유가공품의 중국 수출액은 2008년 2327만 달러였으나 2012년엔 3배가 넘는 7122만 달러에 이르렀다.
바로 그 즈음 네덜란드의 엔지니어 피터 판 윙거덴 씨는 사업가인 부인과 함께 뉴욕으로 출장을 갔다. 그런데 마침 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 해안에 상륙해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윙거덴 씨 부부는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후 이틀이 지났는데도 상점에서 우유 같은 신선제품을 사지 못했다. 정전과 수해로 유통망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도시에서 직접 소를 기른다면 허리케인이 닥쳐도 신선한 우유를 마실 수 있을 거라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때 부부는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물 위에 떠 있는 목장을 만들면 도시에서도 낙농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7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5월,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에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있는 수상 목장(floating farm)이 문을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항구의 수로 위로 솟아오른 구조물에 설치된 이 목장에는 현재 35마리의 젖소들이 한가로이 사료를 먹고 있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도시 목장
한 층의 면적이 약 1200㎡인 이 목장의 적정 사육 두수는 40마리다. 만약 40마리가 다 들어온다면 하루에 800ℓ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수상 목장은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은 우유와 발효유, 치즈 등의 유제품을 가공하는 공장이며, 2층은 목초 등의 사료 보관창고, 맨 꼭대기인 3층이 젖소 사육 공간이다. 개폐식인 축사 지붕은 빗물 수집 장치가 있어 목장에 필요한 물을 조달하고, 구조물 바로 옆 물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자가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수상 목장의 또 하나 장점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해수면이 높아져도 물속에 박힌 28m 높이의 기둥을 따라 건물이 아래위로 이동할 수 있다. 허리케인이 몰아쳐도 적절히 이동시키면 피해를 입지 않는 구조다. 기후변화로 일부 지역이 매년 몇 ㎜씩 가라앉고 있는 나라에서 지속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도시 목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 목장은 단순히 물 위로까지 사육 공간을 ‘확장’했다는 것보다는 ‘순환’의 개념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소들이 먹는 사료의 80%는 주변에 있는 공원이나 골프장에서 베어낸 풀과 상점 및 농장에서 버리는 감자껍질, 맥주공장에서 나오는 곡물 찌꺼기 등이다.
나머지 사료로 사용할 신선한 목초는 LED를 이용해 수상 농장에서 재배할 수 있다. 그리고 소들이 배출하는 분뇨는 로테르담의 프로 축구팀인 페예노르트 경기장이나 지역 공원에 퇴비로 사용된다. 즉, 목장 자체가 바이오매스의 업사이클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완전 자동화로 필요한 인부는 단 두 명
수상 목장을 직접 설계한 피터 판 윙거덴 씨의 또 다른 목표는 젖소들이 생산한 우유의 운송 거리를 줄이는 데 있었다. 세계적으로 우유를 운송하는 데 많은 비용과 오염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품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유제품은 시민들이 직접 와서 구입할 수 있으며 근처의 23개 식료품점에서 판매하고 있어 운송 거리를 뜻하는 푸드 마일리지가 매우 적다.
그럼에도 이 목장에 고용된 인부는 단 두 명뿐이다. 전체 공정이 완전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 급식 시스템, 소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로봇, 먹이를 주는 로봇, 자체 청소 공간은 물론 소를 돌보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있어 인부들은 앱을 사용해 소들을 관리하면 된다.
유엔은 전 세계 인구가 현재의 77억 명에서 2050년에는 97억 명으로 증가하며, 극심한 도시화로 총 인구의 68%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경작에 적합한 농지는 줄어들고 있으며 식량 수요는 2050년까지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자급자족 및 지속가능한 도시 농업에 적합하며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로테르담의 수상 목장은 뉴욕과 상하이, 싱가포르 등 전 세계 도시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탄생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로테르담의 수상 목장을 만든 피터 판 윙거덴은 두 가지 고정관념을 허물었다. ‘소는 땅 위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이다’는 전제와 ‘바다는 토지가 결코 될 수 없다’는 전제가 바로 그것.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임을 감안할 때 고정관념을 허무는 순간 새로운 농업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은 그만큼 더 넓어지게 된다.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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