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초원 열대우림으로 바뀌며 고인류 멸종”

안정 동위원소 연구로 홍적세 동남아 환경과 동물군 연구

약 10만 년 전 동남아시아의 초원이 열대우림으로 바뀌면서 거대 동물을 비롯한 고인류까지 멸종됐다는 연구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MPI-SHH)와 호주 그리피스대 인류 진화 센터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7일 자에 고대 동남아 포유류에 대한 안정 동위원소 분석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초기 홍적세(Pleistocene) 때의 열대우림이 중기 홍적세 때 사바나 초원으로 바뀌고 이 초원이 말기 홍적세 때 다시 열대우림으로 뒤덮이면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거대 동물과 호모 에렉투스는 멸종하고, 적응에 성공한 종들과 호모 사피엔스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호주 그리피스대 척추동물 고생물학자인 줄리언 루이스(Julien Louys) 부교수는 “동남아시아는 그동안 전 세계의 거대 동물 멸종 논의에서 종종 간과돼 왔다”고 지적하고, “한때 동남아시아는 지금은 모두 멸종된 거대 동물들이 번성했던, 매우 풍성한 포유류 공동체가 존재했었다”고 밝혔다.

중기 홍적세 때 동남아 사바나 초원에 거대 동물들이 서식하던 모습을 그린 상상화. 당시에는 호모 에렉투스를 비롯해 지금의 코끼리와 비슷한 스테고돈과 하이에나, 아시아 코뿔소와 물소 등 거대 동물들이 번성했다. © Peter Schouten

포유류 이빨 동위원소 분석 식생과 기후 재구성

연구팀은 현대의 포유류와 화석화된 옛 포유류 이빨에 대한 안정 동위원소 기록을 조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과거의 동물들이 주로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풀이나 나뭇잎을 먹었는지의 여부와 이 동물들이 살았던 당시의 기후 조건을 재구성했다.

논문 교신저자 중 한 사람인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패트릭 로버츠(Patrick Roberts) 박사는 “이런 종류의 분석은 연구 대상 동물 종들이 주로 먹었던 먹이와 서식 환경에 대한 독자적이고 비교할 수 없는 일종의 스냅 사진을 제시해 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 260만 년 동안의 홍적세 화석 발굴지의 동위원소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전에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종을 대표하는 동남아시아 현대 포유류에 대한 250개의 새로운 측정치를 추가했다.

동남아시아 고유 종 포유류의 두개골 모음. © Julien Louys

열대우림 초지로 바뀌었다 다시 열대우림으로

연구 결과 이들은 홍적세 초기에 미얀마에서 인도네시아까지 열대우림이 번성했으나, 점차 초지(grassland)가 더 많은 환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변화는 약 100만 년 전에 정점에 이르렀고, 지금의 코끼리 비슷한 스테고돈(stegodon) 같은 거대 초식 동물군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아울러 이로 인해 현생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 인류족(hominin)들이 번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태계의 이런 급격한 변화는 일부 종에게는 유익했으나, 지구에 생존했던 가장 큰 유인원인 기간토피테쿠스(Gigantopithecus) 같은 다른 동물들의 멸종을 초래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런 변화는 영구적이지 않았다. 약 10만 년 전 열대우림이 다시 우거지기 시작했고, 오늘날 이 지역 생태계 스타인 전형적인 열대우림 동물군이 등장하게 됐다.

고대 동남아시아에서 수많은 거대 동물군이 사라진 것은 이와 같이 열대우림이 들어서고 대신 사바나 초원이 없어진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찬가지로, 한때 이 지역에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와 같은 고인류도 숲이 재확장되는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오늘날의 동남아시아 열대우림 모습. 도시 확장과 삼림 벌채, 동물 남획 등으로 거대 동물을 비롯한 많은 동물 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 Julien Louys

호모 사피엔스만이 열대우림에 적응

로버츠 박사는 “열대우림 환경을 성공적으로 이용하고 번성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종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뿐이었다”고 말하고, “다른 모든 고인류종은 명백하게 이런 역동적이고 극한적인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계의 열대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들의 활동으로 인해 이제 열대우림 거대 동물들이 가장 큰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다른 많은 종들도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루이스 교수는 “동남아시아의 포유류들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열대우림 확장으로 이익을 얻는 게 아니라, 인간의 활동으로 전례 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인간은 도시 확장과 삼림 벌채 및 과도한 사냥 등을 통해 광대한 열대우림을 황폐화시킴으로써 마지막 남은 몇몇 거대 동물군마저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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