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도전은 곧 기회”… ‘삶’으로 증명하다

[인터뷰] 김준연 ‘2020 페임랩코리아’ 우수상 수상자

“단 한 번만이라도 상관없으니, 저를 통해 전 국민이 ‘과학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좋겠어요. 그런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 시원시원한 목소리에서 당찬 포부가 절로 배어 나온다. ‘2020 페임랩코리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준연 씨의 첫 인상이다. 현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과 대구 대건중학교에서 과학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 수상에 유난히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최종 10인에 선발돼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우수상까지 받았으니 완벽을 넘어선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수상으로 제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명’이 된 것 같아 더욱 기뻐요.”

“이번 대회 수상은 내 삶에 대한 ‘증명’”

김 씨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얼마 전까지 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교사였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업을 박차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작년까지 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면서 많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교과과정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고 입시에 방점을 맞춘 교육을 실시하면서 제가 좋아하던 과학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김준연 씨는 얼마 전까지 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안정적인 직업을 박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아주 만족스럽다”라며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생태적 지위’ 찾기를 당부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이는 “어렸을 때부터 생명과학이 너무 재미있었다”는 그에게 좀처럼 참기 힘든 일이었다. 학창 시절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느껴지던 과학 수업이었지만, 막상 교사가 된 김 씨는 ‘교과서’, ‘교육 과정’이라는 틀에 갇힌 느낌을 받았다고. 결국 오랜 생각 끝에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사실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두고 다른 도전을 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 미래에 대해 가끔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저 자신이 도전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인생에 대한 도전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행히 이직은 성공적이었다. 김 씨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아주 만족스럽다”며 “가르치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기획하고, 야외로 나가 아이들과 물고기를 잡으면서 좀 더 생생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만의 생태적 지위, 나처럼 찾길 바라”

재미있는 것은, 이런 삶의 궤적이 곧 ‘2020 페임랩코리아’에서 발표한 주제와 맞닿아있다는 점이다. 김 씨는 지난 8일 진행된 대회에서 ‘생태적 지위’에 대해 설명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생태적 지위라는 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생물들이 각자 고유한 영역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과감히 이직을 하고 페임랩에 참가함으로써 저만의 영역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 성공했죠. 이러한 삶의 방식에 대해 평소 학생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이는 공무원 시험, 고시 공부 등 ‘안정적이지만 불확실한’ 미래만을 추구하는 학생들을 보며 깊어진 생각이라고. 김 씨는 “오동나무와 사시나무류가 우거진 숲속, 그중에서도 5~8미터 높이에 둥지를 짓고 살아가는 딱따구리를 예로 들 수 있다”며 “그처럼 자신만의 생태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종(種)은 도태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생활 장소와 생활양식을 가진 두 생물 개체군이 같은 장소에 머무르지 못하듯, 사람도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김준연 씨는 지난 8일 진행된 ‘2020 페임랩코리아’ 대회에서 ‘생태적 지위’에 대해 설명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 사이언스올 캡처

그는 이어 “생태적 지위에 대해 얘기하면 ‘경쟁을 피한다’거나 ‘완전히 다른 영역을 개척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해”라고 강조하며, 같은 나무를 보금자리로 삼는 딱따구리와 동고비를 예로 들었다.

“딱따구리는 나무 아래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먹이를 찾고, 반대로 동고비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합니다. 이런 사소한 차이로도 공존이 가능한 것처럼,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혹은 잘 하는 분야를 기본으로 조금씩만 발상을 전환하면 아주 많은 기회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의 이런 메시지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김 씨 본인이 이뤄가는 ‘삶’이 생태적 지위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생명과학과 교육이라는 축을 유지한 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본 결과, 교사 때보다 더 적성에 맞는 삶을 살고 있다”며 “정해진 길 외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흥미’와 ‘과학’, 두 마리 토끼 잡은 ‘수상한 생선’

이제 완벽히 생태적 지위를 찾고 자신을 증명한 김 씨는,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생명과학 전문 유튜브 채널, ‘수상한 생선’이 그것.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한 ‘이 시국에 방사능 피폭 증상 정도는 알아야지?’ 영상을 필두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최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링크)

“유튜브를 보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비과학적인 내용을 설파하는 ‘가짜 과학’이 참 많습니다. ‘수상한 생물선생(생선)’이라는 콘셉트로 그런 오류를 지적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죠.”

유튜브 채널 ‘수상한 생선’은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김준연 씨의 야심작이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각종 이미지들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흥미’와 ‘과학’을 모두 잡았다는 평이다. ⓒ 유튜브 채널 ‘수상한 생선’ 캡처

현재 그가 운영하는 채널에는 유전자 편집 아기, 이종교배 등 ‘자극적이기에 흥미 위주로만 소개되기 쉬운’ 과학적 주제가 알차게 마련돼 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각종 이미지들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 ‘흥미’와 ‘과학’을 모두 잡은 모습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교육적인 내용을 보다 강화하고 있습니다. 원생생물 관찰, 생태교란종의 영향 등 학교 수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영상을 하나둘씩 올리고 있죠. 특히 해부에 대한 콘텐츠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언젠가 전 국민이 과학을 즐기는 역사적인 순간이 올 것”이라며, “한 명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그 영광을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트로트도 원래는 일부만이 좋아하던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등 여러 콘텐츠가 각광을 받으면서 전 세대에 걸쳐 인기를 얻고 있죠. 이처럼 과학 역시 그 즐거움을 제대로 전달해 줄 매체만 있다면, 모두가 사랑하게 될 문화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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