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환경 디자인이 범죄도 예방한다?

[국민 생활 도움 주는 과학기술센터] (5)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최근 가평군은 군민의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1억 7천여만 원을 들여 범죄 예방 환경개선 사업을 벌였다. 범죄를 예방하는 환경개선 사업이라고 해서 특별한 장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청평면에 위치한 낡고 어두운 지하차도를 밝고 산뜻하게 재정비하는 것이 다였다.

낡고 어두운 지하차도를 밝고 산뜻하게 만든다고 해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이 의문에 대한 정답은 ‘그렇다’이다. ‘막연하게 그럴 것이다’라는 답이 아니라 이미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바로 셉테드(CPTED)라고 부르는 환경설계 기법이다.

도시환경 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셉테드 ⓒ cpted.kr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범죄 예방 환경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거리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고, 조명도 밝게 바꿔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이다.

가평군은 바로 이 셉테드 기법을 활용해서 오래된 터널 내부에 20개의 LED 등을 설치해 밝은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침침한 터널 벽면에는 밝은 색의 페인트를 칠했고, 낡은 마을 보행로도 정비해서 주민들이 터널을 오고 갈 때 느끼는 두려움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범죄 예방 환경 조성 시설 연구에 주도적 참여

국내에서 셉테드 기법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국토연구원 부설 연구기관 중 하나인 ‘건축도시공간 연구소(AURI)’다. 건축도시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기 위해 설립된 최초의 건축도시공간 분야 국책연구기관이다.

건축도시공간 연구소의 주요 업무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건축도시공간 정책의 지적 토대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실현 가능한 건축도시공간 사업과 정책대안을 발굴하고 나아가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요 연구사업으로는 기본연구사업과 수탁연구사업 외에도 △건축도시 정책 정보사업 △보행 사업 △한옥 사업 △공공건축 지원센터 사업 △건축서비스 산업육성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셉테드 기법의 개요 ⓒ cpted.kr

이처럼 건축도시 공간연구소는 여러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건축도시공간 사업으로는 앞에서 예를 든 셉테드 기법의 현장 적용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올해 초에는 경찰청과 함께 지난해 공동으로 추진했던 ‘범죄 예방 환경 조성 시설 기법 효과성 분석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지난 2019년 9월 양 기관이 체결한 ‘범죄로부터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추진되었다.

연구 결과 조명이 설치된 도로에서는 야간에 발생하는 강도나 절도 등 5대 범죄가 약 16%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취 소란이나 청소년 비행 등의 무질서 관련 112 신고도 4.5% 정도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옥 사업 및 보행환경 조성 사업 등도 진행

셉테드 기법의 현장 실증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건축도시 공간연구소는 지난해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저층 주거지를 중심으로 한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우선 해당 지역에서 방범 카메라와 조명장치, 그리고 비상벨을 신설하거나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범죄 건수와 112 신고 건수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손동필 건축도시 공간연구소 범죄예방환경 연구센터 센터장은 “적정한 조명의 설치가 야간 시간대에 발생할 수 있는 범죄 및 무질서 감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건축도시 공간연구소 측은 해당 연구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셉테드 추진 권고사항을 마련했다. 첫 번째로는 방범 카메라 설치에 따른 범죄 감소 효과가 일부 확인된 만큼, 범죄 발생 빈도나 범죄 불안감이 높은 지역일 경우 방범 카메라 신규 배치를 고려해야만 한다.

두 번째로 조명 역시 방범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야간 범죄와 112 신고 건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되었으므로 범죄 예방 환경 조성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조명계획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외에도 손 센터장은 “방범 덮개나 담장 도색의 경우 112 신고와 관련해서는 유의미한 영향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기술적 통계에서 해당 시설이 적용된 필지에서 5대 범죄 건 수의 감소가 확인되었으므로 방범시설 확충 시 설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가적 한옥건설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 국가한옥센터

한편 건축도시 공간연구소 범죄 예방을 위한 셉테드 연구 사업 외에도 국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행환경 평가 지원 사업은 도시와 생활환경을 더욱 걷기 좋게 만드는 공공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이론적, 실무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보행자 중심의 원칙과 기준, 그리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반면에 한옥사업은 한옥 보급 및 산업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옥 보전 및 문화육성 지원, 그리고 한옥 분포 및 홍보 컨텐츠 개발 등을 수행함으로써 고유한 문화자산이자 녹색주거환경인 한옥의 미래가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한옥 건설 사업 추진 시 건축도시공간연구소도 참여하고 있다.

보행환경 사업 및 한옥사업 외에도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주요 업무로는 공공건축지원센터 구축 및 운영사업이 있다. 수준 높은 건축문화를 일상생활에서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공공건축의 품격 제고와 디자인가치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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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7월 25일10:35 오후

    아무래도 밝고 깨끗한 환경에서는 범죄가 잘 일어나지 않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정비된환경이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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