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도시의 수직 혁명 이끈 오르내림의 과학

[아파트 속 과학] (12) 아파트의 필수품 ‘엘리베이터’ 집중 해부

“엘리베이터는 위험해서 타지 않는 분들 많으시죠? 저희가 개발한 엘리베이터는 줄이 끊겨도 절대 추락하지 않습니다.”

1853년 신흥국 미국의 과학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열린 뉴욕 세계박람회(New York Expo)에서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한 번에 모으는 아찔한 시연이 펼쳐졌다. 엘리샤 그레이브스 오티스라는 발명가가 안전장치를 개발했다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중 높이 올라간 후 매달려 있는 줄을 끊어버렸던 것.

줄이 끊어지는 순간 관람객들은 비명을 내질렀는데 신기하게도 오티스가 탄 엘리베이터는 땅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고 중간에 멈춰 섰다. 얼핏 마술쇼처럼 보인 이 장면은 작게는 세계적인 엘리베이터 기업인 오티스의 창업스토리이지만 크게는 현대 도시문명의 근간인 공간의 수직 혁명을 몰고 오는 시발점이 되는 대사건이었다.

엘리베이터의 탄생과 수직 혁명의 시작

엘리베이터란 동력을 사용하여 사람이나 화물을 수직 방향으로 이동시킬 때 사용하는 장치다. 기원전 200년 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도르래를 고안한 이래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부터 중세의 수도원과 성(城) 등 수많은 건축물에서 다양한 형태의 엘리베이터가 사용됐다.

사실 우물 바닥의 물을 두레박으로 퍼 올리는 거처럼, 사람을 바구니에 태운 후 도르래에 매단 밧줄로 끌어올리는 것은 대단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문제는 끌어올리는 중 줄이 끊어져 추락할 경우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오티스는 안전장치를 갖춘 현대적 의미의 엘리베이터를 개발함으로써 인류는 안전한 방식으로 여럿이서 함께 높은 곳에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편리한 수직이동 수단을 갖게 됐다. 엘리베이터가 개발된 후 세계 최고층을 향한 마천루 경쟁이 시작됐는데, 건축사 측면에서는 고층 빌딩이 있어서 엘리베이터가 생겨난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있었기에 고층 빌딩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콜로세움의 지하 히포지움에서 지상으로 맹수를 운반하던 엘리베이터(왼쪽)와 세계박람회에서 오티스의 엘리베이터 시연 모습(오른쪽). ⓒ Smithsonian Institution / 오티스 엘리베이터

우리나라는 엘리베이터 숫자도 많고 신설되는 수요도 많아서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유는 단연 공동주택인 아파트 때문이다. 2020년 9월 30일 기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엘리베이터 수는 총 74만 2089대인데, 인구 70명당 엘리베이터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 공동주택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40만 5285대로 전체의 54.6%에 달한다.

3만 개 이상 부품으로 이뤄진 정교한 기계장치

엘리베이터는 겉보기에는 단순한 상자처럼 보이지만 3만 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뤄진 매우 정교한 기계장치다. 엘리베이터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타는 공간인 ‘카(Car)’와 카를 올리고 내리는 ‘권상기’(Traction Machine)’, 카를 매달고 있는 ‘로프’, 그리고 카의 반대쪽 로프에 달린 ‘균형추’로 구성돼 있다.

카는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타는 공간으로, 기차가 철길 레일을 따라 달리는 것처럼 가이드레일을 따라 상하로 움직인다. 카는 최대 몇 명까지 탈 수 있는지가 중요사항인데, 우리나라 아파트에는 보통 12인승에서 15인승 사이가 많이 사용된다. 주거시설이다 보니 비상시 환자가 누워서 이송될 수 있도록 작지 않은 기종이 설치된다.

참고로 엘리베이터에 마지막으로 탑승했는데 기준보다 적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정원 초과 경보가 울리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이유는 엘리베이터의 1인 기준 몸무게가 65kg으로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 성인 평균 체형에 한참 미달한다는 지적이 있어 2019년부터는 엘리베이터의 1인 기준 몸무게가 75kg으로 늘어났다.

엘리베이터의 기본 구조(왼쪽). 권상기(오른쪽 아래 사진)의 전동기가 로프와 연결된 시브를 정방향 또는 역방향으로 회전시켜 카를 올리고 내린다. ⓒ 오티스 엘리베이터(왼쪽) / 현대 엘리베이터(오른쪽 사진)

권상기는 카를 올리고 내리는,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라 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의 핵심장치다. 엘리베이터가 다니는 승강로 상부 기계실에 있는데, 전동기의 회전력을 ‘시브’라는 도르래에 전달해 정방향 또는 역방향으로 회전시켜 카를 상승 또는 하강시킨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층수를 누르면 권상기는 전동기 회전을 정밀하게 조정해 원하는 목적지 층에 딱 멈춰 서야 한다. 전동기에 많은 전류를 흘려 빠르게 움직이다가 목적 층에 다다르면 전류를 차단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멈춰야 하므로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카를 매다는 데는 여러 겹의 강철을 꼬아 만든 강철 로프가 주로 사용된다. 로프는 최대 정원의 10배를 견디도록 제작되고 윤활유를 발라 닳지 않도록 하며 정기적으로 교체된다. 최근 건설되는 초고층에서는 강철 로프가 지나치게 무거워 탄소섬유로 만든 로프가 사용된다. 탄소섬유 로프는 강철 로프에 비해 무게는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하다.

로프의 한쪽에는 카가 매달려 있고 다른 쪽 끝에는 엘리베이터 최대 정원의 40∼50%에 달하는 무게의 균형추가 달려있다. 균형추는 엘리베이터를 움직일 때 전동기의 부담을 줄여주는데, 예를 들어 1000kg의 카를 들어 올려야 할 때 반대쪽에 500kg의 균형추가 달려있으면 절반의 힘으로 들어 올릴 수 있게 된다.

추락을 방지하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들

인간은 불과 2~3층 높이에 추락해도 생존을 자신할 수 없을 만큼 연약한 존재다. 따라서 수십 층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안전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권상기를 통해 목적지로 이동한 후 문이 열리고 닫힐 때 카가 움직이면 매우 위험하므로 정지 중 위치 유지는 엘리베이터 안전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해진 위치에서 카가 계속 안전하게 멈춰 있을 수 있는 것은 ‘제동기’ 때문이다.

제동기는 권상기 전동기의 회전축에 설치돼 있는데, 엘리베이터 운행 중에는 전자기력에 의해 브레이크가 열려있지만, 정지 시에는 전원이 차단됨과 동시에 브레이크가 닫혀 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붙잡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정상적인 속도보다 빠르게 하강할 때도 제동기의 전원이 차단돼 제동을 걸어 카를 멈추는 역할을 한다.

엘리베이터의 비상정지장치(왼쪽)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낙하하면 원심력에 의해 추가 정해진 한도보다 더 벌어져 비상정지장치를 작동시키는 조속기(오른쪽). ⓒ 현대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매달고 있는 강철 로프들이 모두 끊어지는 경우처럼 제동기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위기 상황을 책임지는 것은 조속기(Governor)다. 조속기는 카가 과속으로 추락하면 로프에 연결된 바퀴가 더 빠르게 회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바퀴에 달려있는 추가 원심력에 의해 정해진 한도보다 더 바깥으로 벌어지게 돼 비상정지장치를 작동하게 된다.

조속기는 물리적인 원심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정전 시에 작동하고 고장 가능성이 없어 더 안전하다. 조속기가 가동하는 비상정지장치는 카 하부 좌우에 설치돼 있는데 가이드레일을 꽉 잡아 카의 하강을 점진적으로 멈추는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장면이 가끔 나오는데 실제로는 조속기가 작동하기 때문에 추락하기 어렵다.

엘리베이터의 카가 최악의 경우 추락하더라도 바닥에 떨어질 때의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기가 설치돼 있다. 완충기는 스프링식과 유압식이 사용된다.

이 외에도 엘리베이터는 탑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정격하중 초과 시 경보가 울리고 해소 시까지 문을 열고 대기하도록 하는 과부하 감지장치와 도어가 완전히 닫혀야만 카를 출발시키는 도어스위치가 장착돼 있다. 출입문에 승객 또는 물건이 끼었을 때 다시 열리게 하는 출입문 안전장치와 승강기가 최상층 이상 및 최하층 이하로 운행되지 않도록 하는 리미트스위치도 중요하다. 비상 호출버튼과 인터폰, 비상조명도 안전을 위한 기본 장치들이다.

시속 75km 넘는 괴물까지 등장

엘리베이터에서 안전 다음으로 중요한 건 무엇일까? 쾌적함과 편리함 등 다양한 가치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가장 원하는 엘리베이터는 아마도 대기시간이 가장 짧은 엘리베이터일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는 평소 느긋하던 사람도 조급함을 느끼기까지 40초가 한계라는 연구도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운행을 담당하는 두뇌는 ‘제어반(Control Panel)’이라 부른다. 제어반은 엘리베이터의 제어회로가 집약된 설비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목적지를 설정하면 적정 속도를 산출해 모터의 속도를 올리거나 감속하는 등 규정된 속도로 운행되도록 제어하고 안전 및 동작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어반은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승객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면 모든 엘리베이터의 모든 카가 반응했는데, 최근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가장 일찍 도착하는 카를 하나만 보내고 나머지는 호출을 무시하고 운행된다. 이는 엘리베이터의 그룹 제어(Group Control)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그룹 제어는 2대 이상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경우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운행 상황을 고려해 할당 제어를 하는 방식이다. 엘리베이터를 호출한 승객이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카를 할당하는데, 다양한 ICT(정보통신기술)와 접목되고 있다. 그룹 제어는 탑승하기 전 목적지를 먼저 누르는 목적지 예고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데, 도착시간의 단축은 물론 전체적으로 엘리베이터의 운행 횟수를 조절해 에너지 절약까지 도모할 수 있다.

2대 이상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경우에는 대기시간 단축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그룹 제어가 중요하다. ⓒ 현대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초고층 마천루의 등장과 함께 세계적인 엘리베이터 업체의 신기술 경연장이 되고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에는 초당 1m에서 4m를 움직이는 중속 엘리베이터가 사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를 1m/sec인 중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간다고 가정할 경우, 지하 2층부터 전망대인 121층까지 총 496m 구간에 8분 16초나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간에 정차하면 시간은 더 길어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2019년 10월 기네스북에 등재된 CTF 광저우 금융센터의 엘리베이터로 초당 21m의 속도로 움직인다. 시속 75.6k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상승하고 하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에서도 지난해 5월 초당 21m의 세계 최고와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엘리베이터는 탑승객의 쾌적함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의 소음과 진동을 줄이고, 기압 변동으로 인한 불쾌감을 느끼지 않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비좁은 공간인 만큼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공기 청정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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