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도시도 청소하는 ‘초원의 청소부’

[금요 포커스] 하이에나가 도시의 공중보건에 도움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동물을 가리켜 ‘지나치게 부패한 육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헤밍웨이는 ‘사자가 먹고 남긴 뼈를 부러뜨리는 턱을 지닌 더러운 포식자’라고 묘사했다. 초원의 청소부를 알려진 하이에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하이에나는 훌륭한 사냥꾼이지만 썩은 사체를 먹거나 다른 동물이 사냥한 먹이를 가로채는 고약한 도둑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탄자니아에서는 하이에나가 우는 밤에 아이가 태어나면 도둑이 된다는 미신까지 있었다.

메켈레의 쓰레기 매립지를 뒤지고 있는 하이에나들. 앞에 있는 하이에나의 입에 신발이 물려 있다. ©Photo by Chinmay Sonawane

또한 케냐의 마사이족은 죽은 사람의 시체를 하이에나가 먹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무언가 단점이 있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 같은 사회적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시체에 피와 기름을 묻혀 하이에나들이 잘 먹어치우게끔 하였다.

에티오피아 동부에 있는 하라르라는 도시에서는 오래전부터 하이에나에게 먹이 주기 의식이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주민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기 위한 이 전통은 최근에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어 여행객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하라르가 아닌 아프리카의 다른 도시에서도 밤이 되면 쓰레기 매립지를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볼 수 있다. 초원이 아닌 도시의 청소부까지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쓰레기 매립지를 뒤지는 하이에나가 도시의 공중보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생태학자 닐 카터(Neil Carter) 교수팀이 주목한 도시는 31만 명의 사람과 12만 마리의 가축이 사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의 주도 메켈레다.

매년 207톤의 동물 사체 폐기물 처리해

이곳에서는 식용으로 도축되거나 자연사한 가축의 사체가 쓰레기 매립지나 길가에 버려지곤 한다. 연구진은 하이에나들이 그 같은 사체를 제거하는 행위가 공중보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 도시 주변에 서식하는 하이에나 무리의 규모와 섭식 습관 등을 조사했다.

적외선 야간 투시경을 이용해 일일이 하이에나의 개체 수를 세고 먹이를 먹는 행위를 관찰한 것이다. 또한, 매일 발생하는 동물 사체의 수와 유형을 기록해 감염된 사체 폐기물로 인해 인간과 가축에서 발생하는 탄저병과 소결핵(소가 앓는 결핵) 감염 수를 예측하고 감염된 가축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했다.

연구진은 하이에나가 존재하는 경우와 존재하는 않는 경우의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그 같은 공중보건 및 경제적 비용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하이에나의 청소가 매년 메켈레 주민의 탄저병 및 소결핵 감염 5건과 가축의 감염 140건을 예방해 연간 5만 2000달러(약 6148만원)의 치료비용을 절약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길가에 버려진 말의 사체를 먹고 있는 점박이 하이에나. ©Photo by Chinmay Sonawane

연구진은 하이에나 한 마리가 매년 도시 주변에서 청소하는 동물 사체 폐기물이 약 95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메켈레 주변에 서식하는 점박이 하이에나의 총 개체 수가 약 210마리이니 매년 약 207톤의 동물 사체 폐기물이 처리되며, 이는 이 도시에서 발생하는 총 동물 사체 폐기물의 4.2%에 해당한다.

국제 학술지 ‘응용생태학저널(Journal of Applied Ecology)’ 온라인판 9월 26일 자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하이에나에 의한 청소의 공중보건 및 경제적 이점을 정량화한 최초의 연구다.

사실 하이에나의 청소 효과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탄저병이나 소결핵으로 소 한 마리라도 잃으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이 지역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큰 혜택이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하이에나 청소 효과, 미래에 더 높은 가치 지녀

또한 연구진이 조사한 것은 메켈레에서 5㎞ 이내에 서식하는 하이에나로부터 발생하는 혜택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5㎞보다 훨씬 더 먼 지역에 서식하는 하이에나도 메켈레에 찾아와 더 많은 폐기물을 처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구진은 메켈레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페기물 발생도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하이에나의 청소 효과는 미래에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를 주도한 닐 카터 교수는 “메켈레에서 하이에나의 청소 행위는 UN이 추구하는 세 가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인 건강과 웰빙, 깨끗한 물과 위생, 생물 다양성 증진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이에나의 청소 행위가 지속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있다. 2011년 통계에 의하면 메켈레에서는 하이에나의 공격으로 인해 매년 33마리의 가축이 사망하고, 하이에나와 인간과의 충돌 사고도 매년 10건씩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 같은 갈등을 완화할 방법을 찾는다면 하이에나의 청소로 인한 위생 및 질병 통제에 대한 이점을 점차 증가시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1516)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