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陶工), 흙으로 예술을 빚는 과학자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13) 도자기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도자기는 흙을 빚어 높은 온도의 불에서 구워낸 그릇이나 장식물들을 통칭한다.

흔히 도자기라 하면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도공의 손을 거쳐온 문화재급의 청자, 백자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도자기는 원료의 종류, 흙을 굽는 온도와 채색·장식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형태로 제작되고, 쓰임이 나뉜다. 또 용도에 따라 생활필수품과 예술작품으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있었다.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간송미술문화재단

실제로 도자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그 우수성이 주로 미학적 측면에서만 다뤄져, 제작 방법과 주요 기술들이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1992년, 미국 재료공학학회(The Minerals, Metals, & Materials Society) 내 ‘예술과 고고학의 재료 문제’를 다루는 분과에서 청자(靑瓷) 연구의 초기 결과를 발표하면서, 도자기의 재료와 제작 기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역사 기록물이나 이를 재현한 사극에서 도공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흙의 선택에서부터 빚는 기술, 가마의 온도와 시간, 유약의 사용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았고, 실패를 거듭한 후에야 완벽한 도자기 하나를 만들어 냈다. 이 모습을 통해 유추하건대 도자기는 변수의 실험이며, 오차와의 싸움, 즉 과학의 모습과 무척 닮았다.

도자기는 변수의 실험이며, 오차와의 싸움이다. Ⓒpixabay

도자기의 ‘0’, 정착생활의 증거

우리나라는 약 1만여 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 흙을 재료로 토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정착생활을 하면서 잉여 식량을 저장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당시의 토기란 흙을 빚어 햇볕에 말린 게 다였지만, 흙을 굳히기 위해 ‘열’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대단히 큰 발견이다. 또한 음식물의 변질을 막기 위해 토기 밑부분에 구멍을 내거나, 토기에 덧칠을 하는 소성(燒成)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오직 유물, 유적을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생활 곳곳에 과학적 원리를 응용한 사례가 드러난다.

용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정착생활을 하면서 잉여 식량을 저장했음을 의미한다. Ⓒcontents.history.go.kr

환경과 변수의 치밀한 조절이 만드는 도자기

도자기는 주원료인 흙의 성분, 가마 속 환경, 유약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생산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전통 도자기에 대한 과학기술 분석은 도자기가 환경과 재료 변수에 따라 다른 형태로 생산될 수 있음을 확인해 준다.

흙을 원료로 형태를 만든 토기는 굽는 온도의 차이에 따라 토기(가장 낮은 온도), 도기, 석기, 자기(가장 높은 온도)로 분류된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토기, 고려의 청자,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들은 1100℃~1300℃ 정도의 높은 온도를 요구하는 삼성분계조성(triaxial composition)의 경질자기이다.

나트륨·칼륨·마그네슘·칼슘·납 등을 혼합한 유약을 발라 구우면 토기의 결점을 보완하고, 물기에 강한 표면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철과 이산화규소를 포함된 유약을 바르면 고려청자의 은은한 푸른빛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백자를 주성분 분석법으로 분석한 결과 청자와 분청사기에 사용되었던 도석 종류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 백자에 쓰인 도석이 앞선 청자와 분청사기보다 철분이 훨씬 적게 포함되었기에 착색 전에 고유의 색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자원의 차이에 따라 일부 지방은 고령토를 재료로 자기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때는 알루미나 성분이 30% 정도 되는 고령토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원료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고령토를 재료로 한 자기는 도석보다 훨씬 높은 소성 온도로 생산되었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도구와 장비, 환경이 갖춰 있지 않았던 당시에 오로지 실패와 성공의 반복으로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치밀한 차이를 발견해낸 도공들. 이들이야말로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과학자라 할 수 있을 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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