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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창의’ 중

[인터뷰] 조벽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조벽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그는 학생들과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창의·인성교육 등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여 ‘창의 박사’로 불리기도 한다.
 
미시적으로는 창의적인 교육방법부터 거시적으로는 인생을 신선하게 바라보는 시선까지, 그는 창의를 통해 인생을 논하며 청소년 뿐 아니라 20대를 훌쩍 넘은 성인들에게도 ‘힐링 강의’를 선보이고 있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가 언급한 이야기는 언뜻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호기심이 중요하다

“국내에서 창의교육은 어떤 면에서는 많이 시행되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미비한 상태에 있다. 학생들에게 답이 없는 문제를 내어주고 문제를 풀어보라는 방식의 창의교육은 이미 교육현장에 많이 퍼져 있지만,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게 하는 교육방식은 굉장히 미비하다.”

▲ 조벽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엄지민 작가


조 교수가 국내 교육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지만, 이야기를 듣노라니 문득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생각이 스쳐갔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만들어왔는지.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주어진 문제를 푸는 데 급급할 뿐 스스로 자신만의 맞춤형 문제를 만들지는 않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니, 교육 현장에서 창의교육을 받으며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사회에서 창의적인 아웃풋(output)을 요구받는 어른들의 모습과 별 다를 게 없다고 느껴졌다.

“그동안 학교에서 가장 흔하게 연습해 온 사고방식은 A, B, C, D가 주어지고 함수방정식에 이를 대입하는 식이었다. 압도적으로 이러한 훈련을 받아왔다. 때문에 다른 식의 문제해결은 엄두가 안 나는 게 사실이다. 발명과 창의에는 함수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여기서 발명에 대한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문제 해결 과정에 사용되는 발명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답이 있는 문제를 내어주고 보기를 주었다. 발명의 개념을 여기에 접목해 보면 답이 없는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 방법이나 도구를 찾도록 할 수 있다. 이 역시 많은 학생들에게는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방정식이 존재하지 않은 문제가 주어졌으니까. 두 번째 발명이 필요한 문제는 학생으로 하여금 문제 자체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이 더욱 높은 차원의 발명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무엇이 진정 문제인지 잘 모른다. 때문에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다 채워주지 않고 있다.”

사실 스스로 문제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은 물론, 스스로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모두 아우르고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고 고차원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조벽 교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생각’인 독창성과 ‘세상을 둘러보는 행각’인 적절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발명을 염두에 뒀을 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바로 독창성과 적절성.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독특한 것, 즉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로 불리는 게 독창성이라면 경제활동을 염두에 두면서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 적절성이다. 이걸 좀 더 ‘창의적’으로 이야기해 볼까. 독창성이 ‘세상에 둘도 없는 생각’이라면, 적절성은 ‘세상을 둘러보는 행각’인 셈이다. 어떤가. 정의 방법이 새롭지 않나. ‘적절성’과 ‘독창성’에 대해 재미있고 신선하게 정의를 내렸으니까. 이 말은 인터뷰를 하는 도중,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것이지만 오랜 기간 내가 창의력에 대해 생각해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새로운 것이 나오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고민과 찰나의 영감이 모두 중요한 셈이다.”

조벽 교수는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영감도 중요하고 계속해서 고민하는 삶의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사람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강조하고, 어떤 이는 기본에 충실한 태도가 먼저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이 두 가지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창의’ 폭발하고 있어

최근 국내에 분 오디션 열풍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치는 바람으로 끝날 것 같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격과 시청자 타깃을 달리하며 새로운 형태로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조벽 교수는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 조벽 교수는 다양한 책을 집필하며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엄지민 작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많은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지만 원곡을 얼마나 새롭게 편곡했느냐가 승패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청중들이 새로운 음악을 원하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가수들의 노래가 모두 새롭게 편곡돼 불리고 있다. 창의력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창의적인 마인드를 원하고, 또 그것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것만 볼지라도 현재 대한민국은 창의력이 서서히 폭발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잠재돼 있던 창의력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문득 궁금해진다. 교육현장에서는 창의교육의 일환으로 발명교육이 서서히 중시되고 있는데 창의와 발명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조 교수는 창의와 발명에 대해 두 개념이 절대 같은 개념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마치 피카소가 그린 그림에 대해 창의적이라고는 하지만 발명이라고는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발명이라는 용어는 현대에 와서 쓰임새를 많이 생각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창의력이 큰 개념이고 그 안에 발명이 있을 수 있으며, 발명이 큰 개념이고 그 안에 창의력이 존재할 수 있다. 두 가지가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사고방식이 사용되는 것은 매우 유사하다.”

조벽 교수는 발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창의력’을 언급했다. 더불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 역시 발명 행위를 완성시키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사물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호기심이 있어야 질문이 있고 질문을 해야 새로운 것이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만든 주크 버그는 자신을 상대로 하나씩 질문을 정립해 나간 것이다. 그 결과 전에 없던 새로운 발명품, ‘페이스북’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거미줄을 봐도 왜 다른 것은 다 들러붙는데 정작 거미는 붙지 않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아마 여기에는 부모들의 조언이 이유가 되지 않을까. ‘딴짓 하지 마라’ ‘엉뚱한 생각을 하지 마라’ 등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생각을 점차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벽 교수는 인터뷰 도중 퍼지 사고력(Fuzzy thinking)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는 알쏭달쏭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사고력으로,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가 동시에 공존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어 그는 실패해도 담담하게 넘어갈 수 있는 긍정심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험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모든 것은 여유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는 긍정심과 창의력을 모두 허락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 사람의 창의능력은 현재 매우 잠재돼 있다. 점차 확산되고는 있지만 발현되지는 못하는 중이다. 사람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데 교육에서 한 가지만 너무 키워주고 다른 것은 그러하지 않는다면 창의교육은 힘들 수 있다.”

모두가 우사인 볼트처럼 100m를 달릴 필요가 없다는 조벽 교수. 그는 다양성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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