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과학을 하는 문화로, 민간주도의 과학문화

[사타가 간다] 과학문화의 ‘공급’에서 ‘자생적 생태계’로, 제11회 과학문화 혁신 포럼

6월 27일, 제11회 과학문화 혁신 포럼이 개최되었다. 과학문화 혁신 포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으로 열리며, 현장 의견 수렴과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과학문화 활동을 추진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자리이다. 이번 과학문화 혁신 포럼의 주제는 민간 주도 행사를 통한 과학문화 생태계 구축이다. 오후 2시 경부터 1시간 40여 분간 유튜브 채널 ‘사이언스프렌즈’로 생중계되었으며, 해당 채널에서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xx1wzbVCn4)

제11회 과학문화 혁신포럼 포스터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이야기해야 한다”, 대중 속에서

제11회 과학문화 혁신 포럼에는 5명의 패널이 참가했다. 각 패널의 5분 발제로 막을 열었는데, 한국과학창의재단 조율래 이사장이 환영사와 첫 발제로 막을 열었다. 조율래 이사장은 25년 여간 관 주도로 운영해온 대한민국 과학축전을 올해 8월에는 과학기술문화민간협의회와 함께 민관공동으로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관공동으로 바꾼 데에 두 가지 이유를 밝혔는데, 그 첫 번째 이유로는 “Ai 및 빅데이터의 등장과 기후변화, 코로나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과학기술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대중과 직접 접하는 행사에 변화가 필요하다” 느꼈기 때문이라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과학문화활동가들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을 통해, 민간의 자율성 발휘를 토대로 과학기술문화행사를 좀 더 발전적으로 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 밝혔다.

다음으로는 전 서울대 교수이자 현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시에 ‘최재천의 아마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최재천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최재천 교수는 과학을 “참 얄궂은 분야”라고 말하며, 과학 없이 인류가 생존할 가능성은 제로일정도로 마치 공기와 물 같은 존재이나, 과학은 끊임없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계속 이야기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재천 교수는 미국에서 수학하던 시절 “의회에 있는 양반들은 과학을 잘 모르는 양반들이니, 가서 귀가 아프게 자꾸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지도교수의 가르침을 언급하며 중요하다고 막연히 느끼는 걸 넘어 왜 중요한지 뼈저리게 계속 느끼게끔 해주지 않으면 후원이 잘 안 되는 분야”라 말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마인드를 갖고 과학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가 훨씬 합리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며 과학문화의 미래에 기대감을 표했다.

제11회 과학문화 혁신포럼 참가 패널의 모습이다. 상단 좌측부터 조율래 이사장, 최재천 교수, 하단 좌측부터 장동선 박사, 조재원 교수, 좌장 이명현 대표이다. ©사이언스프렌즈,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란 지식의 백신”, 대중이 하는 과학

다음 발제를 맡은 울산과학기술원 조재원 교수는 대한민국과학대전 조직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으며, 민간이 주도하는 과학문화 활동에 이야기를 보탰다. 조재원 교수는 “과학자도 대중의 일부”라며 “우리 사회의 기반이자 기준은 대중이다. 대중 속에 과학이 있고, 대중이 토대에 있어야 과학자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은 ‘국민’이지만, 과학적 사고를 통해 소통하고 다른 대안을 만들어내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대중이다”이라 말하며 대중이 과학을 함으로써 수행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장동선 박사는 막스플랑크뇌공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궁금한뇌연구소’의 대표이기도 하다. 과학문화 활동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활동가’로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장동선 박사는 과학이란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법과 우리가 이것을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라 말했다. 또한 과학문화의 목표를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방법론을 통한 비판적 사고를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 말하며, 과학문화를 지식의 백신이라 표현했다. 더불어 ‘문화’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과 그 시대의 기술, 그 시대 사람들이 즐기고 향유하는 것에 맞춰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과거의 주로 즐기는 문화가 오페라와 TV였듯이 현대에는 ‘디지털기기’와 ‘미디어물’이 중요한 플랫폼이라 말했다.

 

민간 자생적 과학문화 생태계를 위한 아이디어

각 패널이 5분 발제를 마친 후 1시간가량의 자유토론으로 이어졌다. 사회자가 발언을 권유할 틈도 없이 서로가 다양한 의견으로 소통하는 활발한 토론이 오갔다. 조율래 이사장은 “민간과 정부가 과학기술 소양을 높임으로써 국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민관의 과학문화 전파의 중요성을 말했다.

토론에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과학문화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투자와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그 중 하나였다. 최재천 교수는 정부와 공공이 해야 하는 영역은 마중물정도가 아니라,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는 필요하다면 더 많은 지원을 장기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더 큰 미래를 만드는 기대감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정부와 공공이 과학과 과학문화의 중요성을 알게끔 노력해야 하며, 창의재단과 재단의 사업들을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로 지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율래 이사장은 “재단의 현재 시스템 내에서는 쉽지 않다. 그러나 충분한 재원이 투입되는 것이 이제는 정말 필요한 시점이 왔으며,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또한 “발전할 수 있는 또는 국민의 세금을 더 투입할 수 있는 사회적 동의와 소통을 통해 지지기반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포럼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왼쪽부터 이명현 대표, 조율래 이사장, 최재천 교수, 조재원 교수, 장동선 박사이다. ©사이언스프렌즈, 한국과학창의재단

장동선 박사는 과학문화 활동가로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특히 “과학전공자로서 과학문화활동을 하며, 의욕과 관심은 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고 언급하며, “사회에 의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으나, 비즈니스 모델 및 성공모델이 없는 것에 민간 쪽에는 큰 허들이다.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비전이 함께 가야한다”며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위해 공공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관의 민간 지원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율래 이사장(좌)의 발언에 장동선 대표(우)가 동의를 표하는 모습이다. ©사이언스프렌즈, 한국과학창의재단

또한 장동선박사는 국내 과학콘텐츠 커뮤니케이터와 콘텐츠에 대해 “속도도 빠르고 트렌디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면에서도 뛰어나다”며 국내의 과학유튜버 및 과학콘텐츠 커뮤니케이터들을 글로벌콘텐츠로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며 정부에서 그를 위한 연결을 만들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연구실 및 교수와 대중을 중간에서 이어주는 ‘가교’역할로서의 과학문화를 함께 이야기했다.

사회자를 맡은 과학책방 갈다의 이명현 대표는 마무리 발언으로 민관협력을 통한 과학문화 생태계 구축을 이야기했다. 정부와 공공이 갖고 있는 아젠다 설정, 추세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과 관의 조직성 등이 민간에 축정된 다양한 역량 및 경험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감을 표했다. 올해 8월에 있을 과학기술문화대전을 시작으로, 더욱 다양해진 과학콘텐츠와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을 기반으로 대중이 이끄는 과학문화가 어떤 미래를 그려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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