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대장균은 우리에게 해로운 세균일까?

[만화로 푸는 과학 궁금증] 대장균의 오해와 진실

언론을 통해 가끔 어떤 음식이나 식당에서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 발견되어 식중독의 위험이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장균을 식중독을 일으키는 위험한 세균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장균은 이름 그대로 우리 대장에 살며 우리 몸과 공생 관계를 이루는 인간과 친숙한 세균이다.

대장균은 어떤 세균일까?

사람의 장에는 다양한 세균들이 살고 있다. 보통 성인의 경우 장 속에 150~400여 종의 세균이 살고 있다. 장에 사는 세균 대부분이 대장에 살고 있는데, 그 수가 100조 개를 넘는다. 대장에 가장 많은 세균은 박테로이데스 균이고, 그다음으로 비피더스 균이 많다. 대장균은 그 이름 때문에 대장을 대표하는 세균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대장에 사는 세균의 0.1%밖에 되지 않는다. 대장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대장균이 가장 먼저 발견된 장내 세균이고 연구가 가장 많이 된 세균이기 때문이다.

대장균은 1885년 독일의 의사인 테오도르 에쎄릭(Theodor Escherich)이 사람의 똥에서 발견하였다. 대장균은 막대 모양이고, 영양분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길이가 2~4μm이며 지름이 0.25~1.0μm 정도이다. 하지만 영양분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구형에 가깝게 길이가 줄어드는데, 이 모양의 대장균은 영양분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도 비교적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몸에 편모가 있어서 운동성이 있다.

보통 성인의 장 속에는 100조 개의 세균이 살고 있다. ⓒ 윤상석

우리 몸과 대장균의 관계

대장균은 다른 장내 세균과 함께 인간의 대장에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 만약 해로운 세균들이 대장에 들어와도 이들 장내 세균들 때문에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결국, 대장균과 같은 장내 세균은 세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은 한다. 또한, 대장균은 대장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면서 소화되고 남은 음식 찌꺼기를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하고, 인간에게 필요한 비타민 K, 비타민 B5, 비타민 B7을 만든다. 이 비타민들은 대장에서 흡수되므로 사람이 그것들을 음식으로 섭취하지 않아도 결핍증이 생기지 않는다.

대장균은 소화되고 남은 음식 찌꺼기를 분해하고, 인간에게 필요한 비타민을 만든다. ⓒ윤상석

이렇게 대장균과 우리 몸은 서로 도움을 주고 살아가고 있다. 대장균은 인간의 대장에서 오랫동안 진화해 오면서 서로 해를 끼치지 않고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장균이 대장 밖으로 나가면 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세균으로 변할 수 있다. 혈액에 세균이 감염된 패혈증 환자의 혈액에서 대장균이 많이 발견되고 있고, 요도에 세균이 침입해 생긴 요로감염증의 원인균으로 대장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편, 사람과 공생 관계에 있는 대장균에 바이러스가 침입하여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위험한 대장균이 생길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장 출혈성 대장균인 O-157이다. 이 대장균은 멸균이 되지 않은 우유나 덜 익은 소고기, 잎이 많은 채소에 있다가 사람의 몸으로 들어와 출혈성 설사와 복통 증세를 일으키고 심하면 신부전증과 뇌 장애를 일으킨다. 하지만 대장균은 60℃에서 약 20분 정도 가열하면 모두 죽기 때문에 익힌 음식을 주로 먹는다면 병을 일으키는 대장균을 막을 수 있다.

대장균의 이용

대장균은 음식이나 식당이 비위생적인지를 검사할 때 오염의 지표로 사용된다. 음식이나 식당에서 기준치보다 많은 대장균이 발견되었다면 병을 일으키는 다른 세균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대장균은 실험실에서 배양하기 매우 쉬운 세균이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편리하게 비위생적인 음식이나 식당을 가려낼 수 있다. 만약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직접 찾는다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장균은 음식이나 식당의 세균 오염의 지표로 사용된다.ⓒ윤상석

대장균은 다루기 쉬울 뿐만 아니라 실험실에서 쉽게 배양되고 혹시 사람에게 감염되어도 큰 위험이 없어 연구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세균이다. 또한, 영양분이 충분하면 한번 분열하는 데 20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증식 속도가 빨라서 생명공학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대장균을 이용하여 인간 몸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호르몬을 만들 수 있다. 세균은 세포질에 염색체와 다른 별도의 유전 정보를 갖는 ‘플라스미드’라는 고리 모양의 DNA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다른 세균의 몸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의 유전자 하나를 꺼내와서 대장균에서 꺼낸 플라스미드에 끼워 넣을 수 있다. 이 플라스미드는 다시 대장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이 대장균은 자기 몸 안에 있는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인간 몸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제약 회사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당뇨병을 치료하는 인슐린과 인간 성장 호르몬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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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케미 2021년 6월 17일4:41 오후

    O-157 때문에 대장균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는데 세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과 비타민 K, 비타민 B5, 비타민 B7을 만든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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