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속 수증기로 전기를 만들어낸다”

충전 안하는 휴대전화기 등 광범위 응용 가능

미국 연구진이 천연 단백질을 사용해 공기 중의 습기에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개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UMass 애머스트) 전기공학자인 준 야오(Jun Yao) 박사와 미생물학자인 데렉 러블리(Derek Lovley) 박사는 혐기성 미생물인 지오박터(Geobacter)로 만든 전기 전도성 단백질 나노와이어를 장착한 공기 발전기를 고안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7일 자에 발표했다.

이 기발한 장치에 ‘에어-젠(Air-gen)’이란 이름을 붙인 연구팀은 이 새로운 기술이 미래의 재생 에너지와 기후 변화 및 의학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어젠은 대기 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수증기로부터 전류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단백질 나노와이어(nanowire)에 전극을 연결해 전기를 얻는다.

야오 박사는 “우리는 말 그대로 옅은 공기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에어젠은 24시간 쉬지 않고 클린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30년 동안 지속 가능한 생물학 기반 전자재료를 개발해 온 러블리 박사는 “이번 개발품은 지금까지 나온 단백질 나노와이어 가운데 가장 놀랍고도 흥미로운 응용물”이라고 말했다.

대기 습도에서 전기를 생성하는 단백질 나노와이어 박막의 그래픽 이미지.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UMass 애머스트) 연구팀은 이 장치를 통해 옅은 공기에서 전기를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UMass Amherst/Yao and Lovley labs

오염 없고 재생 가능하며 값도 싸

야오 박사의 실험실에서 개발된 이 새로운 기술은 오염이 없고, 재생 가능하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약간의 습기만 있으면 구동이 가능해 사하라 사막과 같이 건조한 지역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러블리 박사는 “에어젠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다른 재생에너지원과 달리 햇빛이나 바람이 필요 없기 때문에 커다란 이점이 있고, 심지어 실내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에어젠 소자는 두께 10미크론 미만의 얇은 단백질 나노와이어 필름만 있으면 된다. 작동을 위해서는 필름의 바닥 아래에 전극 하나를 위치시키고, 필름 위 일부를 덮는 좀 더 작은 전극을 올려놓는다.

이런 상태에서 나노와이어 필름은 대기 중의 수증기를 흡수한다. 단백질 나노와이어의 전기 전도성과 표면 화학 조합은 필름 안 나노와이어 사이의 미세 모공과 결합해 두 전극 사이에서 전류를 생성하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현재 개발된 에어젠 장치(오른쪽 아래)는 아직은 소형의 전자기기에만 전원을 공급할 수 있으나, 연구팀은 산업적 규모의 대규모 전력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UMass Amherst/Yao and Lovley labs

“에어젠 응용하면 휴대전화 충전 불필요”

현재 에어젠 장치의 생성 전류는 작은 전자기기만을 구동시킬 수 있으나, 연구팀은 이를 조만간 상업적 규모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다음 단계 개발에는 작은 에어젠 ‘패치(patch)’도 포함돼 있다. 이 패치가 건강 상태나 피트니스 모니터 기기 혹은 스마트 시계 같은 착용형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하게 되면 기존의 배터리는 필요 없게 된다.

연구팀은 현재 휴대전화를 수시로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휴대전화용 에어젠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

야오 박사는 “궁극적인 목표는 대규모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예를 들면 가정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에어젠을 벽에 바르는 페인트에 통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는 독립형 공기-구동 발전기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일단 나노와이어 생산이 산업적 규모에 도달하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대형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오박터 종의 하나인 지오박터 설파레듀센스(Geobacter sulfurreducens) 세포의 투과전자현미경 사진. ⓒ Wikimedia / Anna Klimes and Ernie Carbone, UMass Amherst

“대장균 이용한 대규모 생산공정 확보”

러블리 박사 연구실에서는 지오박터의 실용적인 생물학적 능력 향상에 매진하면서 최근 단백질 나노와이어를 더욱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미생물 균주를 개발했다.

러블리 박사는 “우리는 대장균(E.coli)을 단백질 나노와이어 공장으로 전환시켰다”며, “이 새로운 확장 가능한 공정이 확보됨으로써 단백질 나노와이어 공급이 더 이상 다양한 응용장치 개발을 지연시키는 병목 현상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에어젠 발견이 흔치 않은 학제간의 성공적인 협업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러블리 박사는 30년 전 포토맥 강의 진흙 속에서 지오박터 미생물을 발견했고, 후에 이 미생물이 전기 전도성 단백질 나노와이어를 생산할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네이처’ 17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매사추세츠 주립대(애머스트)로 오기 전 그는 하버드대에 수년간 근무하면서 실리콘 나노와이어를 사용한 전자 장치를 고안한 바 있다.

이들은 지오박터에서 얻은 단백질 나노와이어로 유용한 전자 장치를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힘을 합쳤다.

논문 제1저자인 야오 교수실 박사과정생 샤오멩 류(Xiaomeng Liu) 연구원은 센서 장치를 개발하고 있을 때 뭔가 예기치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나노와이어가 특정한 방식으로 전극과 접촉했을 때 장치에서 전류가 생성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대기 습도에 노출돼야 하고 단백질 나노와이어가 물을 흡수해 장치 전체에 전압 구배(voltage gradient)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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