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을 추구하는 것은 각별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네.”
당대의 석학이자 최고의 이슈메이커였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한국을 방문했다.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를 통해서다.
지난 5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되는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는 대과학자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처음 접하게 된 40대 중반 이후의 삶을 그린다. 진지한 연구자이자, 호탕함을 자랑하는 갈릴레이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숭고한 지식인’ 대신 ‘인간적 면모’ 강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학자는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그리고 지식인은 ‘진실’을 대중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갈릴레이가 주장한 지동설은 17세기 이탈리아에서 ‘불편한 진실’이었다. 때문에 그는 종교재판에 회부되는 등 갖은 고난을 겪곤 했다.
목성의 위성 발견, 금성의 위상 변화 등 갈릴레이의 연구결과는 그동안 가설에 불과했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그러나 갈릴레이는 종교재판 내내 자신을 낮추며 재판관에게 자비를 구걸했다.
‘갈릴레이의 생애’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외압에 저항하며 신념을 굽히지 않을 것인가, 혹은 이를 피하며 오래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연극은 ‘위대한 과학자’ 갈릴레이가 아닌, ‘인간’ 갈릴레이의 갈등과 모순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는 원작자 브레히트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1943년 스위스에서 초연된 초판본이 좌절을 겪으면서도 연구를 계속해 많은 업적을 이룬 ‘숭고한 지식인의 모습’을 다뤘다면, 그 이후의 수정본에서는 지식인의 ‘도덕적 책무와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 공연된 작품은 수정본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사건을 접한 그는 그때부터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두 과학자는 그날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사실 과학자의 내면을 다룬 과학연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코펜하겐’ 역시 비슷한 느낌을 준다.
‘코펜하겐’의 주인공은 양자역학의 두 거장,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9월의 어느 날, 스승과 제자 사이로서 절친했던 그들 사이에 있었던 격렬한 논쟁이 ‘코펜하겐’의 내용이다.
이 연극이 주목받는 것은 당시 이 두 사람이 처했던 상황이 너무나 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독일 진영에서 핵분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었던 하이젠베르크와 점령지의 반(半) 유대인으로서 힘들게 살고 있던 닐스 보어는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확실한 것은 이날의 대화를 끝으로 둘의 사이는 아주 멀어졌다는 것이다.
연극은 이 둘의 대화를 양자역학의 ‘불확실성’만큼이나 불친절하게 보여준다. 하이젠베르크가 보어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지, 그가 던진 질문과 보어의 대답이 무엇인지가 썩 명확하지 않다. 애초에 둘의 만남 자체를 일종의 추측과 가정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전쟁과 과학, 그 사이에 껴있는 두 과학자들의 고뇌와 심정을 전달하는 것이 ‘코펜하겐’의 포인트다.
과학연극, ‘과학’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
이러한 과학연극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2009년 ‘과학연극, 과학과 연극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주제로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리소스센터에서 진행된 제1회 융합카페에서는 이에 대한 근사한 답안이 제시됐다.
당시 ‘과학연극의 현주소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학연극의 목표는 단지 복잡한 과학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학의 눈을 통해서 보게 되는 자연, 세상, 인간사 등을 예술적 감각으로 표현함으로써 과학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과학’이 아닌 ‘연극’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 또한 대중성을 살리기 위해 적당한 윤색이 들어갔다. 특히 작품 중간 중간 노래를 부르는 것이나 무대 위 영상을 통해 우주를 구현하는 장면 등은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최근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시도하고 있는 국내 창작 과학연극 시리즈 역시 대중성과 과학을 모두 잡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대학로 민송아트홀에서 공연된 ‘SCIENCE NIGHT LIVE-리와인드’는 현대무용과 다양한 음악을 바탕으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다뤄 많은 이들의 호평을 얻었다.
이는 전문 연출가, 작가, 연극배우들과 현직 과학자로 구성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기획 단계부터 대본까지 치열하게 협업한 결과다. ‘SCIENCE NIGHT LIVE-리와인드’의 유쾌함, ‘갈릴레이의 생애’에서 보여주는 대과학자의 인간적 면모, ‘코펜하겐’이 담아내는 시대정신과 과학윤리에 대한 고찰 등은 ‘연극으로서의 과학’이 얼마나 매력적이면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주제인지를 잘 드러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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