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달 탐사를 위한 발사장은 어디가 좋을까?

[달 탐사선 궤적 설계]

지구는 황도면을 기준으로 23.5° 기울어져 있고 매일 1회 자전하는 반면, 달은 28일의 공전주기 동안 지구의 북위 28°에서부터 남위 28°를 왔다 갔다 한다. 물론 이 기간에 지구와 달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지구는 아주 빠르게 회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 탐사선을 달에 보내려면 지구와 달의 물리적이고 기하학적인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발사장의 조건

우리나라에는 전라남도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라는 발사장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개발 중인 누리호(한국형발사체, KSLV-II)의 엔진을 시험하고, 향후 이 발사체를 이용하여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기 위한 곳이다. 2021년 첫 발사가 예정된 누리호 1단은 75톤 급 로켓엔진 4기로 구성되는데, 이 75톤 급 로켓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시험하기 위해 2018년 11월 28일 한 기의 75톤 급 로켓엔진을 장착한 시험발사체가 발사되었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한 바 있다. 누리호는 주로 저궤도 위성을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될 예정이지만, 달 탐사선 발사에도 이용될 수 있다.

전라남도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 Ⓒ 최수진

발사장은 다소 위험한 시설이다. 왜냐하면 발사하는 과정에서 발사체가 폭발한다면 폭발된 잔해물이 지상에 떨어져 큰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발사장은 민가와 멀리 떨어져야 하며, 발사체가 발사되는 경로에 민가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해외의 많은 발사장이 바닷가 주변에 위치하며, 발사체를 발사할 경우 발사체가 곧바로 바다 위를 지나도록 하고 있다. 발사체가 발사되자마자 곧바로 바다 위를 지난다 하더라도 해당 경로 근처에 배가 지나다니지 않도록 사전에 공지를 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달 탐사선이 발사된 발사장은 미국의 CCAFS(케이프 카나베라 공군 정거장, 북위 28.5°), 미국의 WFF(왈럽 비행시설, 북위 37.9°), 일본의 Kagos- hima(가고시마 우주센터, 북위 30.4°), 중국의 Xichang(시창 위성 발사장, 북위 28.3°), 인도의 Sriharikota(스리하리코타 우주센터, 북위 13.7°) 등이 있다. 대한민국의 나로우주센터는 북위 34.4°에 위치하여 위도 관점에서 달 탐사선을 발사했던 해외 발사장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해외의 발사장은 시창 위성 발사장을 제외하곤 동쪽이 바다이지만 대한민국의 나로우주센터는 동쪽에 일본 내륙이 있다는 것이 큰 차이이다. 발사장 동쪽에 내륙이 있을 경우 발사 방위각의 범위를 제한하여 발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달 탐사 발사에 이용된 국외 발사장 현황 Ⓒ Space Mission Engineering: The New SMAD, James R. Wertz

발사 방위각에 따라 달라지는 위성의 초기 경사각

발사장이 특정 위도에 있다 하더라도 궤도에 투입될 위성의 초기 경사각은 발사 방위각에 따라 달라진다. 발사 방위각이란 북극에서 발사장까지 이은 경도선(흰색)과 발사체가 발사 시 날아가는 방향의 사잇각을 의미하며, 경사각이란 궤도에 투입된 위성의 궤도 평면과 적도와의 사잇각을 의미한다. 빨간 궤적의 경우 발사 방위각은 60°, 노란 궤적의 경우 90° 그리고 연두 궤적의 경우 120° 이다. 이러한 발사 궤적에 따라 위성의 궤도에 투입되면, 위성의 초기 경사각은 각각 44.2°, 33.9° 및 42.4°가 된다. 즉, 발사 방위각이 90°일 경우 위성의 경사각은 발사장의 위도와 유사한 값이 되지만, 발사 방위각이 90°를 벗어나면(커지거나 작아질 경우) 위성의 경사각은 점차 증가하게 된다.

발사 방위각이 60°(빨간색), 90°(노란색), 120°(연두색)에 따른 발사체 지상 궤적 Ⓒ 최수진

궤도 경사각 Ⓒ 최수진

달 탐사선을 발사할 경우 발사 방위각은 주로 90°가 된다. 그 이유는 지구의 자전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함이다. 지구는 사실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하고 있어서 자전 방향인 동쪽으로 발사체를 발사하면 지구의 자전 효과를 이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발사체가 사용하는 연료를 줄일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인류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인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사용되었던 발사체 새턴 5호(Saturn 5)의 발사 방위각에 대한 위성의 질량 손실을 보여준다. 즉, 발사 방위각이 90°를 벗어나면 지구의 자전 효과를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동일한 고도에 투입할 수 있는 위성의 질량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

발사 방위각과 위성 투입질량 손실 관계 Ⓒ https://history.nasa.gov/afj/launchwindow/lw1.html

하지만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체를 발사할 경우 최적 발사 방위각인 90°를 이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발사체 비행경로에 일본의 내륙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발사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사체의 일부 또는 전부가 일본 내륙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큰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나로우주센터에서 달 탐사선을 발사하려면 비행경로 상 내륙이 없는 호주 방향으로 발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발사체의 발사 방위각은 172°가 넘게 되고, 위성 투입질량 손실이 다소 커질 수밖에 없다.

발사장의 위도가 28° 보다 높아야 하는 이유 

지구는 황도면을 기준으로 23.5° 기울어져 있으며 매일 1회 자전하고,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는 28일로 동일하여 지구에서 달을 보면 늘 한쪽 면만 보인다. 이러한 물리적 상황에서 지구에서 달로 향하는 방향벡터를 이용하면 달의 위치를 지구 표면에서의 위도와 경도로 표현할 수 있고, 달의 공전주기 동안 달의 위도는 아래 그림과 같이 북위 28°와 남위 28°를 오간다. 즉, 달의 경사각은 시점에 달라지고 0° ∼ 28° 사이에 있게 된다.

달의 공전주기 동안 지구 표면에 투영된 달의 위도 Ⓒ https://history.nasa.gov/afj/launchwindow/lw1.html

그럼 지구 궤도에 투입된 달 탐사선의 경사각이 28°보다 작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 달 탐사선이 경사각이 15°인 궤도에 투입되면, 아래 그림에 묘사된 바와 같이 달의 위도가 15° 이하인 기간(파란 실선)에는 달 탐사선이 달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달의 위도가 15°보다 높으면(회색 실선) 아무리 타이밍을 잘 맞추더라도 달 탐사선이 달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달 탐사선을 매일 달에 보내는 상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달 탐사선의 초기 경사각을 28°보다 높여야 하며, 이러한 경사각을 갖기 위해서는 발사장의 위도가 28°보다 높아야 한다.

경사각이 15°인 궤도에서 달에 접근할 수 있는 영역 Ⓒ 최수진

인도의 스리하리코타 우주센터의 경우 발사장이 북위 13.7°에 위치하여 발사체가 90° 발사 방위각으로 발사되면, 달 탐사선의 경사각은 발사장의 위도와 유사한 값이 된다. 따라서 달 탐사선 발사 시 발사 방위각을 조절하여 경사각이 28°보다 높아지도록 하거나(위성 투입질량 손실 유발), 달의 공전주기 동안 달 탐사선을 매일 달에 보낼 수 없게 된다. 그동안 가장 많은 달 탐사선을 발사했던 미국은 이러한 이유로 발사장을 케이프 카나베라 공군 정거장(북위 28.5°)으로 선택하였다. 대한민국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달 탐사선을 발사할 경우 발사 방위각(172°)이 커서 위성 투입질량 손실이 다소 있겠지만, 달의 공전주기 동안 매일 달 탐사선을 달에 보낼 수는 있다.

(980)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