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달팽이 껍질 나선은 시계방향일까?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159

과학자들 가운데는 정말 이상한 걸 다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들은 연구내용에 대해 듣기 전에는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모를 주제를 붙잡고 씨름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달팽이 껍질의 나선방향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달팽이 껍질이 나선을 그렸나?’ 이런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독자는 먼저 인터넷에서 달팽이를 검색해 살펴보기를 바란다.

달팽이 껍질 나선 방향은 종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번 실험 대상인 물달팽이는 껍질이 뾰족해 헷갈릴 수 있으므로 구분하기 쉬운 유하드라속(Euhadra) 달팽이 사진을 대신 싣는다. 왼쪽 종(E. senckenbergiana)은 시계방향이고 오른쪽 종(E. quaesita)은 시계반대방향이다.   ⓒ 위키피디아

달팽이 껍질 나선 방향은 종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번 실험 대상인 물달팽이는 껍질이 뾰족해 헷갈릴 수 있으므로 구분하기 쉬운 유하드라속(Euhadra) 달팽이 사진을 대신 싣는다. 왼쪽 종(E. senckenbergiana)은 시계방향이고 오른쪽 종(E. quaesita)은 시계반대방향이다. ⓒ 위키피디아

사진을 보고 손가락으로 중심을 시작점으로 해서 나선을 그릴 때 시계방향인지 시계반대방향인지 확인해보자. 측면사진이라 애매하다면 위에서 찍어 나선이 확실히 보이는 사진을 택하면 된다. 어떤 사진을 택했는가에 따라 시계방향일수도 있고 시계반대방향일수도 있다. 둘 가운데 하나는 포토샵으로 좌우가 바뀐 사진이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걸까.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달팽이의 종에 어떤 종류는 껍질 나선이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고 어떤 종류는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즉 달팽이 맘이란 말인가.

세포골격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3월 7일자(2월 25일 사이트에 미리 공개)에는 물달팽이(Lymnaea stagnalis)의 껍질 나선방향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밝혔다는 논문이 실릴 예정이다. 영국 노팅엄대 생명과학부 앵거스 데이비슨 교수팀은 껍질 나선이 시계방향인 물달팽이 가운데 가끔 시계반대방향인 개체가 섞여 있다는데 주목했다.

몇 차례 교배실험을 통해 이게 열성형질(dd로 표시)임을 알았다. 즉 둘 다 우성형질(DD)인 시계방향 개체와 dd 개체를 교배해 나오는 개체(Dd)는 모두 시계방향이지만, Dd끼리 교배하면 시계방향과 시계반대방향이 3:1로 나온다(멘델의 유전법칙!).

연구자들은 다양한 분자유전학 기법을 써서 포르민(formin)이라는 단백질을 지정하는 Ldia2 유전자가 이 형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열성형질(d)의 경우 이 유전자 앞부분에서 염기가 하나 탈락돼 유전정보가 엇갈려 엉뚱한 아미노산이 만들어지다가 중간에 종결돼 버린다(비유하자면 띄어쓰기를 잘못해 ‘아버지가 방에’가 ‘아버지 가방에’가 되듯이). 즉 제대로 된 포르민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한편 Dd형은 포르민이 DD형의 절반밖에 만들어지지 않지만 표현형, 즉 껍질 나선 방향은 그대로다.

그렇다면 포르민 단백질은 어떻게 달팽이 껍질 나선 방향에 영향을 미칠까. 포르민은 액틴(actin)이라는 세포골격을 이루는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한다. 식물세포는 단단한 세포벽이 있어서 형태를 유지하지만 동물세포는 내부의 세포골격을 통해 형태를 유지한다. 외골격 동물, 내골격 동물과 비슷한 관계다.

그런데 배아발생 과정에서 세포골격은 그 개체의 비대칭성 방향을 결정하는데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겉모습은 좌우대칭이지만 내부장기 대부분은 비대칭(예를 들어 심장은 왼쪽, 간은 오른쪽)인데, 이런 결정이 배아발생시 세포골격의 형성과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물달팽이의 껍질 나선 회전 방향은 수정란의 배아발생 초기 세포골격 형성 단계에서 결정된다. 포르민 단백질이 있을 경우 시계방향으로(왼쪽(4세포기에서 8세포기로 넘어가는 단계)과 가운데(8세포기)), 없을 경우는 시계반대방향으로(오른쪽(4세포기에서 8세포기로 넘어가는 단계)) 진행한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물달팽이의 껍질 나선 회전 방향은 수정란의 배아발생 초기 세포골격 형성 단계에서 결정된다. 포르민 단백질이 있을 경우 시계방향으로(왼쪽(4세포기에서 8세포기로 넘어가는 단계)과 가운데(8세포기)), 없을 경우는 시계반대방향으로(오른쪽(4세포기에서 8세포기로 넘어가는 단계)) 진행한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이번 연구에 따르면 배아초기 포르민의 영향이 없을 경우 세포골격의 구조가 물달팽이의 껍질 나사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가게 영향을 미치고 포르민이 더해질 경우 세포골격 구조를 바꿔 껍질 나사 방향도 반대로 한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포르민은 척추동물에도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따라서 이 단백질을 교란할 경우 척추동물의 비대칭성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연구자들은 척추동물 배아발생 모델동물인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의 배아에 포르민 단백질의 기능을 방해하는 약물을 처리했다. 그 결과 생겨난 올챙이 가운데 약물 처리 시점에 따라 최대 13%에서 내부장기의 일부 또는 전부에서 좌우가 바뀌는 내장역위증(heterotaxia)을 보였다. 즉 척추동물에서도 포르민 단백질이 비대칭의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달팽이 껍질의 나선 방향은 정말 달팽이 맘인가? 여러 정황상 어느 방향이 선호돼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각 종마다 껍질 방향이 정해져 있고 이는 바뀌지 않는다. 물달팽이처럼 가끔 반대방향인 개체가 나오지만 도태된다. 달팽이가 짝짓기를 하려면 생식기가 서로 맞물려야 하는데, 껍질의 방향이 서로 다를 경우 자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왼손과 오른손이 제대로 악수를 할 수 없듯이.

(16973)

태그(Tag)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