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달로 소풍을? 가상현실에선 OK!

가상현실과 미래의 교육이 만나면

“자, 오늘 소풍은 어디로 갈까?” 선생님의 말에 어린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미국 자유여신상 앞이요”, “남극이 좋아요”, “심해 바다로 탐험을 떠나요!”

아이들의 반응은 뜨겁다. 수업 시간에 떠나는 세계 여행. 봉선초등학교에서는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아이들은 남극을 건넜다가 심해의 바다 속 탐험을 떠난다. 시리아 내전을 경험할 수도, 기아 상태의 감정을 느낄 수도, 우주선을 타고 달을 갔다가 대기권을 탈출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가상현실(VR)에서 할 수 있는 초유의 경험이다.

봉선초등학교 학생들이 가상현실 기기로 수업을 하며 세계를 누비는 현실과 같은 체험을 하고 있다. ⓒ bit.ly/choiman

봉선초등학교 학생들이 가상현실 기기로 수업을 하며 세계를 누비는 현실과 같은 체험을 하고 있다. ⓒ bit.ly/choiman

가상현실(VR)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8일 비영리교육기관인(사)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주최로 서울 역삼동 동그라미재단에서 ‘VR과 교육의 미래’ 포럼이 열렸다. 이 날 포럼에서는 봉선초등학교에서 가상현실을 통해 수업하고 있는 실제 사례와 반응이 소개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가상현실(VR)과 미래의 교육 현장의 변화

봉선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최 만 교사는 자신의 수업에 가상현실을 적극 활용했다. 아이들의 수업 몰입도와 참여도는 최고였다. 2년 동안 자신이 가르치는 수업 시간에 입을 열지 않았던 한 여학생은 방언 터지듯 “신기하다, 신기해”를 반복하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봉선초등학교 최 만 영어교사는 "가상현실은 학교 수업에 최적인 미디어 도구"라고 말했다.

봉선초등학교 최 만 영어교사는 “가상현실은 학교 수업에 최적인 미디어 도구”라고 말했다. ⓒ김은영/ ScienceTimes

아이들은 가상현실 영상을 통해 교과서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오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상현실을 통해 전쟁이라는 참혹함을 느낄 수 없는 세대에게 전쟁은 또 다른 비극 임을 일깨워줬다.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시작되는 영상에는 음악소리가 여유롭게 들린다. 하지만 곧바로 귀청을 찟는 듯 한 굉음의 포탄이 떨어지고 연기가 시야를 가린다. 아이들은 흠칫 놀라 뒷 걸음질 친다.

독수리가 되어 날아도 본다. 독수리의 시야로 펼쳐지는 거대한 절벽과 들판이 바람 소리를 가르며 스쳐 지나간다. 인간이 동물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시점이다. 최 만 교사는 가상현실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공명(共鳴)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무엇보다 즐거워 해요. 아이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잖아요. 상상하는 것이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니까. 가상현실을 통해 아이들은 상상을 자기 결대로 만들어요.”

최 만 교사는 VR 교육의 특징을 감정이입의 ‘자유’와 지속가능한 ‘평등’ 두 단어로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돌림 당하는 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입에도, 수학여행 및 수영이나 스키 등의 계절 현장 교육에서도 미리 실감나게 경험을 함으로써 안전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인간이 믿는 현실과 실재, 그리고 가상현실의 차이

인간의 눈은 언제까지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이 날 행사에 나온 임상훈 한양대학교 스마트교수학습센터 연구원은 가상현실이 극대화되면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혼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훈 한양대학교 스마트교수학습센터 연구원은 가상현실은 인간으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하는 차세대 미디어라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임상훈 한양대학교 스마트교수학습센터 연구원은 가상현실은 인간으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하는 차세대 미디어라고 말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와 같은 견해는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 이자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이미 예측한 바와 같다. 커즈와일은 “신경계 내의 가상현실이 해상도와 신뢰도 면에서 실제 세계와 다를 바 없게 되면 우리의 경험은 점차 가상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쇼 쇼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 (The Matrix: 1999)는 레이 커즈와일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상상력의 세계이다.

주인공 네오(neo)가 살고 있는 현실은 1999년.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복도로 뛰어나온다. 보드를 타고 복도를 지나는 풍경은 경쾌하고 여유롭다. 따스한 햇살이 창가를 비춘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가상현실이다. 현실은 암울한 2199년. 인간은 뇌세포에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입력된 체 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돈하며 살아간다.

가상현실의 화려한 측면 뒤에 역기능에도 고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pixabay.com

가상현실은 그 화려한 측면 뒤에 있는 역기능에도 심도 깊은 논의와 고찰이 따라줘야 한다. ⓒ pixabay.com

임상훈 연구원은 시간과 공간을 자각하기 어려운 가상현실 세계가 대중화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가상현실의 역기능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가상현실을 미래의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드리고 활용할 수 있을까?

임 연구원은 “현재는 가상현실 화면이 보여주는 화려함과 몰입도에만 관심을 갖기 쉽지만 가상현실의 철학적인 고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상현실(VR)이 미래의 교육에서 꼭 필요하고 충분히 좋은 효과를 내기 위한 차세대 미디어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앞으로 가상현실을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활용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8446)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