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단독인터뷰] “배운 지식은 사람들을 위해”… 코로나19 후유증 치료 연구로 이어져

[사타가 간다] GIST 기능유전체학연구실 박지환 교수와 안현수 학생 인터뷰

‘사타가 간다’는‘ ‘사이언스타임즈가 간다’의 줄임말로, 과기계 이슈가 있는 어떤 곳이든 리포터가 찾아가 관련 인터뷰·현장 취재·리뷰 등을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GIST(광주과학기술원)의 전경 ©Wikimedia, Choyw05090

지난 3월 16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능유전체학 연구실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코로나19 완치 후 후유증 원인을 규명했을 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 가능성까지 제시했다는 성과가 보도되었다. 획기적인 발견을 하는 ‘연구자’는 교수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사이언스타임즈는 연구를 보도하기에 앞서 연구의 제 1저자인 안현수 학생, 지도교수인 박지환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GIST의 교수와 학생연구원(대학원생)의 하루는 어떨까?]

(Q) GIST에서 교수로서, 그리고 학생연구원으로서 살아가는 연구자의 일상은 어떤가요? 라이프사이클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매일 연구실의 공공재가 되시는 교수님, 틈새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학생

박지환 교수 : 오전에는 주로 이메일 확인 및 답장, 그리고 학생들과 개인 면담을 하며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세우며 시간을 보냅니다. 말하자면 오전에는 주로 연구실의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오후에 비로소 강의 준비와 강의, 논문 읽기와 논문 작성을 합니다.

안현수 학생 : 오전 10시쯤 출근해서 전날 저녁부터 도착한 이메일을 처리하고, 점심시간 동안 컴퓨터에서 돌아갈 프로그래밍 코드를 부랴부랴 작성합니다. 11시 30분쯤 연구실 사람들과 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다녀와서 오후에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생들과 토의를 합니다.

오후 4시정도가 되면 저녁을 먹으면서 생각해볼 점들을 찾기 위해 빠르게 분석을 진행하고, 저녁 식사 이후 연구실에 복귀하면 컴퓨터에서 밤새 돌아갈 프로그래밍 코드를 작성합니다. 가끔 급하게 분석결과가 필요할 때는 집에서 준비한 야식을 먹으며 밤을 새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책을 듣는 것을 좋아해서, 연구실 컴퓨터에서 프로그래밍 코드가 돌아가며 분석을 하는 동안 중간 중간에 짧게씩 기다리는 시간이나 단순 반복 작업 중 영어 오디오북을 듣곤 합니다.

 

(Q) 평소 연구와 관련된 활동이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끊임없는 교류와 아이디어 제시

안현수 학생 : 이 부분이 저희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활동 중 제일 즐거운 부분입니다.

매주 한 번 2시간 정도의 랩미팅(연구실회의)을 갖는데, 총 3가지의 발표로 진행됩니다. 저명한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간단히 소개하는 ‘10분 발표’, 자신의 연구와 관련 있는 논문을 마치 스스로가 연구자가 본인인 것처럼 자세히 이해하여 발표하는 ‘1시간 발표’, 그리고 지금까지의 연구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발표하는 ‘연구발표회’를 합니다.

저희 연구실의 랩미팅은 단순히 논문을 공부하고 다른 학생의 연구 진행 상황을 듣는 이상으로,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의 연구 프로젝트를 개선하는 방향의 토론을 하고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같이 구상해보는 정말 중요한 시간입니다. 주로 교수님께서 최신 연구 동향에 알맞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주십니다. 때로는 연구실 학생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하다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교수님께 제안 드리기도 하는데, 코로나19 후유증 관련 연구 아이디어도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박지환 교수 : 모든 학생 및 연구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개인 면담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새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연구실과 공동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보니, 다른 교수님들과 연구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공동연구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Q) 연구생활의 단비 같은 GIST의 장점이 있다면?

맛집이 많고 자전거 여행하기에 좋은 위치

박지환 교수 : GIST는 광주광역시의 첨단 지구에 위치해 있는데요, GIST 근처 뿐 아니라 광주광역시 근교에도 오래된 맛집과 새로운 맛집들이 많아 너무 행복합니다. 점심시간이나 주말에 동료 교수님들과, 그리고 가끔씩 학생들과 함께 주변 맛집을 탐방하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한 번씩 다른 학교 교수님들이 GIST를 방문하실 때 그동안 알아두었던 맛집을 모시고 가서 함께 즐기며 자랑하고는 합니다.

안현수 학생 :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강변의 자전거길을 따라 여행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GIST에서 자전거를 타고 약 25km 정도를 가면 담양에서 맛있는 국수와 한정식을 먹을 수 있고, 110km 정도를 가면 나주목사고을시장에서 맛있는 곰탕을 먹고 목포에서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또, 학교 도서관에서 여유롭게 주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재충전에 도움이 됩니다. 꽃이 피는 계절에는 학생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 GIST 중앙 숲에서 꽃들을 따라 산책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현재는 영업을 중지했지만 GIST 제2학생회관의 수영장에서 잠시 연구에 대한 건 잊고 물살을 가르는 데 집중하는 것도 힐링이 됩니다.

 

[‘연구자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Q) 현재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생명정보학과 AI의 만남

박지환 교수 : 장기의 발달과정이나 질병의 발전과정에서는 한두 개의 유전자가 작용하기보다는, 여러 유전자들이 함께 상호작용을 하며 복잡한 시스템을 이루어 조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유전자들을 전체적인 시스템 수준에서 이해하는 동시에, 단일 세포 수준의 고해상도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TV가 화면이 점점 커지는 동시에 화질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질병을 좀 더 넓은 시야와 높은 해상도로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를 위해 딘일세포 유전체 기술을 활용하여 유전체학과 생명정보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현수 학생 : 특히 인공지능을 생명정보학에 적용하는 연구에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인공지능이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는 것처럼, 생명정보학에 있어서도 제일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이터 분석 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여줄 수 있습니다. 최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폴드*가 구조생물학 분야를 여러 번 뒤흔들었듯이 인공지능은 생물학과 생명정보학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고, 생명정보학이 발전할수록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있는 세부분야도 점점 많아질 것이기에 전망도 밝은 것 같습니다.

*알파폴드(AlphaFold) : 구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파악 인공지능(AI)으로, 기존에 습득한 데이터를 통해 단백질 3차원 구조를 예측해낼 수 있다. 인간 단백질 2만 개 구조 예측에 성공한 바 있으며, 분석 시간 또한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

 

(Q) 안현수 학생께, 현재의 연구실 및 연구분야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안현수 학생 : GIST 자대에서 생명과학부 재학 중에는 생명정보학에 초점을 맞춘 연구실이 없었습니다. 학부 기간 동안 평소 관심 있던 주제인 암 생물학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 학부 인턴을 하게 됐고, 인턴 기간 동안 생명정보학을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인턴을 하는 동안 연구실에서 개인 생명정보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암 생물학에 적용되는 다양한 공공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결정할 시기에 GIST 생명과학부에 생명정보학 실험실이 처음으로 생겼고, 학부 지도교수님의 조언과 배려 덕에 현재의 연구실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실험 없이 생명현상을 공부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1월 초,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의 롭 필립스 교수님 초청강의를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수업을 들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사용하면 세포배양기나 원심분리기같은 실험기기가 없더라도, 컴퓨터만 있다면 누구든지 생명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석사 및 박사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연구 추세의 변화를 느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생명정보학 연구에 깊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연구자로서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것]

(Q) 연구 생활을 하며 어려웠던 점이나 힘들었던 경험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연구란 성공을 맛보는 시간보다 좌절을 겪는 시간이 훨씬 많다

박지환 교수 : 연구를 하다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학위과정동안 그리고 심지어 연구책임자로서 학생들과 연구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에도 성공을 맛보는 시간보다 좌절을 겪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이렇게 연구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고 실패를 겪게 되면 저 같은 경우는 몇날며칠, 학생들의 경우에는 몇 달까지도 무기력과 우울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거나 어떻게 문제를 극복하고 다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결국에 연구는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달리기나 마찬가지이기에, 실패로부터 잘 배우고 다른 아이디어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안현수 학생 : 한번은 몇 달간 기다려 얻은 중요한 실험결과가 예상과 크게 달리 실패하여 좌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연구에 자신감을 많이 잃었었지만, 교수님께서 침착하게 ‘다음’으로 가능한 연구 방향들을 제안해주셨던 것이 정신적으로 큰 지지가 되었습니다.

 

(Q) ‘연구자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재미있는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월급을 받는, 만족스러운 직업”,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박지환 교수 : 제 입장에서는 단지 제가 관심 있고 재미있는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인데, 학교에서 월급도 받고 국가에서 연구비도 지원받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직업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과학서적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과학채널을 즐겨보았었는데요, 지금은 직업과학자로서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논문을 보거나 세미나를 들을 때면 비슷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학교로부터, 그리고 국가로부터 이런 넘치는 지원을 받은 만큼, 앞으로도 실질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자합니다. 제가 배운 지식들을 학생들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안현수 학생 : ‘연구자’란 작게는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부터, 더 포괄적으로는 사회 전반에서 지식이 널리 알려지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도 뉴욕타임즈에서 제공한 코로나19 실시간 기사를 통해 연구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후유증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 역시 병원이나 대학연구기관이 아닌, 감염경험자들이 중심을 이룬 시민과학자 단체에서 진행한 연구들 덕분이었습니다.

저를 잘 설명해주는 말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는 사람’입니다.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지식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일 것 같습니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됨으로써 생물학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 제 자신일 수도 있고, 연구실 동료일 수도 있고, 일반 대중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올바른 지식이 사람들에게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해주는 것을 보는 것은 항상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GIST(광주과학기술원)의 박지환 교수(우)와 안현수 학생(좌) ©GIST 제공

(Q)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한 마디 해주신다면?

박지환 교수 : 제가 하고 있는 연구가 너무 재미있고요.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미지의 세계를 계속해서 탐구해나가고 싶습니다. 특히 저희가 여러 가지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안현수 학생 : 연구를 하며 소중한 인간관계들을 형성하는 것 또한 저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밤새우지 않고, 건강하고, 교수님과 다른 연구실 사람들과 더욱 잘 소통하는 학생이 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인터뷰를 통해 ‘연구자’로서 살아가는 일상은 어떤지, 어떤 과정의 길을 거치며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지 진솔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점은, 좌절 속에서 일어나기 위해 ‘다음’을 바라본다는 점, 그리고 배운 지식과 연구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람이자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답변이 일치했다는 점이다.

안현수 학생을 포함한 여러 학생들과 박지환 교수가 진행한 ‘코로나19 후유증 원인 규명 및 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 결과는 다음 주 사이언스타임즈에 게재될 예정이다. 두 사람이, 그리고 ‘연구자’로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길을 응원하며, 이제껏 그래왔듯 그들의 노력이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바꿔나가는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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