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많아서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히말라야 같은 높은 산을 오르려면 아무리 세계적인 전문 산악인이라고 해도 ‘셰르파’라는 현지 전문 보조원을 고용한다.
다윈이라는 현대 과학의 매우 높은 봉우리를 이해하는데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윈이라는 높은 산을 가이드 하는 학자 중 한 명으로 프랑스의 파트리크 토르(Patrick Tort)가 있다. 토르가 쓴 ‘다윈에 대한 오해’(L’EFFET DARWIN)는 ‘문명의 진화적 승리’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지만, 프랑스 원어 제목의 직설적인 번역은 ‘다윈효과’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을 비롯해서 방대한 자료를 남겼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종의 기원’은 다윈이 남긴 방대한 자료의 요약본일 뿐이다. 사람들이 히말라야는 수없이 이야기해도 실제 올라가는 산은 북한산이나 도봉산이나 계룡산인 것처럼, ‘종에 관한 대단한 책’이나 ‘인간의 유례’같은 책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의 기원’도 읽지 않고 다윈을 이야기하며, 다윈을 해석한 한두 마디의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생각한다. 이런 단순화는 심각한 오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특히 이런 오해는 과학, 철학, 사회과학, 신학 사이의 갈등 부문에서는 더욱 첨예하다.
찰스 다윈 국제연구소 소장의 다윈 옹호
세계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낸 유명인이 있으면 ~키즈(kids)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파트리크 토르는 명백하게 ‘다윈 키즈’ 학자에 포함될 만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언어사학자, 과학사학자이면서 자연과학과 과학사 분야에서 독립적인 연구를 했다. ‘찰스다윈국제연구소’(L’Institut Charles Darwin International)를 설립하고 40여 종의 저서를 냈다.
이 책은 저자가 다윈의 진면목을 소개하기 위해서 주로 사회, 철학, 신학 등 분야에서 어떻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많이 다루었다. 다른 분야와 갈등을 일으키는 내용을 다루다 보니 단순히 다윈의 업적을 소개하는 것보다 좀 더 선명하게 다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철학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매우 간결하고 날카롭다. 철학자들은 다윈의 주장을 철학으로 변모시키려는 시도를 앞으로도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임을 예언한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시도는 ‘언제나 오류이자 때로는 위험이 된다’는 점을 경고한다.
왜냐하면 철학은 가치에 대한 수천 가지 담론을 이야기하지만, 가치 부여의 심리적 과정과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학이 주장하는 ‘초월’ ‘보편’ ‘절대’라는 관용구는 다윈이 깨뜨리고 폭파해버린 ‘생물불변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다윈주의와 양립이 어렵다. 본인 스스로 철학에서 출발했지만, 철학에 대한 이렇게 신랄한 비판은 다소 충격적이다.
다윈의 업적을 잘못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생학과 성차별이다. 생물이 불변하다면, 다시 말해서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면, 일부 반인륜적인 학자들이 전체주의 정권의 탄생과 유지에 기여했듯이, 열등하다고 제멋대로 판단한 인종은 나아질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을 차별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철학은 한두 마디로 가볍게 정리한 파트리크 토르는 가톨릭의 전통이 철옹성 같은 프랑스의 다윈 연구 학자답게 다윈의 주장을 교리에 대비해서 변증하는 부분에 많은 분량을 사용한다.
과학은 기본적으로 ‘물질’이 변하는 과정에 대한 합리적이고 엄정한 관찰의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한 증거를 기반으로 한다. 과학은 물질에 대한 학문이다. 이에 비해서 신학은 신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근본적인 충돌이 일어난다. 첫 번째 충돌은 신에 대해 인간이 정리한 이론인 ‘신학’이 과연 신의 모습을 정확히 그렸을까 하는 부분이다. 다윈이라는 높은 봉우리를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해했다고 저자가 밝혔듯이, 신이라는 높은 봉우리를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역시 오해하면서 자기 멋대로 그렸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토르는 과학과 신학의 넘어설 수 없는 간격을 언급하면서 현재로서는 ‘서로 싸우는 일 없이 외면상 친하게 지내기로 결정한 두 적대적인 심급 간의 불가침협정’이라고 고급스럽게 표현했다. 토르는 이를 다시 ‘과학과 신앙 사이의 합의된 단절’로 표현했다.
과학은 신학과 불가침 협정을 맺었다
많은 학자들이 자주 지적하듯이,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처럼, 신학이든 교리든 종교든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순간, 매우 위험한 흉기가 될 수 있다. 인간이 특정한 한계 이상으로 아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는 모든 종교 숭배의식 신학의 일반적인 경향이 되기 쉽다.
가톨릭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학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자가 ‘계몽주의는 교리라는 철옹성에 돌파구를 낸 후에 탄생했고, 이 돌파구를 통해 자연과학이 저변을 넓혀갔다’고 주장한 것은 유럽의 정신적인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토르의 주장에 많은 부분 공감을 하면서도 ‘다윈에 대한 오해’는 다윈의 주장을, 다시 말해서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물질적인 과학이 앞으로 사회과학과 철학과 신학과의 괴리와 대립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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