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오색찬연 단풍이 지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저마다 겨울나기를 준비하면서 형형색색으로 잎들을 물들이는데, 고작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도 사람들의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유독 짧은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쉽지만, 남아 있는 단풍을 보며 늦가을의 정취, 그리고 단풍 속 과학의 재미도 함께 만끽하는 건 어떨까.
짧은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쉽지만, 남아 있는 단풍을 보며 늦가을의 정취, 그리고 단풍 속 과학의 재미도 함께 만끽해보자. ⓒ화담숲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의 색과 생김새만으로도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여름과 가을 사이에 나타나는 변화는 녹음(綠陰)이 점점 옅어지고, 나뭇잎의 수분이 빠져나가 바스락거리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생태계는 월동 준비를 시작한다. 단풍 역시 나무가 겨울을 맞이하는 활동이고, 긴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식물은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탄수화물과 산소를 생산하는 과정, 즉 광합성 작용을 한다. 그리고 이때 식물 속 엽록소가 빛을 흡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가 여름내 보았던 짙은 녹색의 나무들은 엽록소의 녹색 색소가 왕성하여 나타난 색깔인데 사실 나뭇잎은 녹색 외에도 약 70여 종의 색소를 보유하고 있는 ‘종합 물감 세트’다. 주황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 노란색의 크산토필, 빨간색을 띠는 안토시아닌이 단풍을 물들이는 대표적인 색소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일조량이 많은 계절에는 녹색 엽록소에 가려져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여름에 단풍을 볼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낮의 길이가 점차 짧아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 식물들은 광합성을 멈추게 되는데 이때 엽록소가 파괴되고 녹색에 가려져 있던 색소가 드러나 비로소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단풍이 막 시작하는 계절에 나뭇잎의 색깔 스펙트럼을 보는 것도 가을을 느끼는 재미 중 하나.
단풍이 물드는 과정에서 ‘종합 물감 세트’의 색깔 스펙트럼을 보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재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단풍은 10월 하순에 절정을 이루었고,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11월 초순부터 화려한 단풍이 장관을 이뤘다. 단풍 나들이를 계획한 사람이라면 ‘단풍 예측 지도’를 통해 이미 확인했을 유용한 정보다.
해마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주요 산림 지역의 단풍 절정 시기를 예측한 ‘단풍 예측 지도’를 발표한다. 단풍 절정 시기는 우리나라 산림에 많이 분포해 있는 당단풍나무, 은행나무 신갈나무 등 3개 수종의 단풍이 50% 이상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수종의 변화는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19개 산림 지역과 권역별 국·공립 수목원 9개소에서 관측한 계절 현상 자료와 414개 산악 지역의 기상정보를 기반으로 분석한 후 단풍 예측지도를 완성한다.
한편, 2020년에는 최초로 AI 시뮬레이션 모델이 단풍 절정 시기를 예측하여 발표한 바 있다. 기존의 단풍 절정기 예측은 현장 모니터링 자료와 인공위성 자료를 수집해 예측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미 기상예보에는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가을 단풍의 절정 시기를 예측한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AI 단풍 절정 시기 예측’은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이 국내 거의 모든 산에 자생하는 당단풍나무를 기준으로 2009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록을 AI로 분석한 결과다. 이 과정은 머신러닝 방법 중 하나인 랜덤포레스트(random forest)를 활용했는데, 이를 통해 예측의 오차 범위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실제 랜덤 포레스트는 정확성, 단순성 및 유연성이 높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 중 하나다.
특히 분류 및 회귀 작업에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데이터와 상황을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데 유용한 인공지능 분석 기법이다. 단풍 절정 시기 예측에 유효한 것을 확인한 연구진은 이를 활용하여 개화지도, 단풍지도를 좀 더 정교한 예측 시스템으로 개발하고 있다.
올해의 단풍 예측 지도 ⓒ산림청
해마다 첫 단풍과 단풍 절정 시기가 대체로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케이웨더의 발표에 따르면 실제로 지리산은 최근 5년간 첫 단풍 시기가 1990년대에 비해 11일, 내장산은 3일이 늦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추세는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9월과 10월 평균 기온이 약 0.5℃ 가량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의 단풍 시기도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단풍도 기후 변화로 인해 ‘지각 등장’ 현상을 보인다. 만약 2099년까지 약 1.5~2℃ 가량 지구 온도가 올라간다는 시나리오로 보면 단풍은 1주일 정도 지연될 것이며, 단풍이 물드는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는 단풍의 색이 탁해지는 현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마다 예전의 단풍색과는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나뭇잎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는 안토시아닌은 광합성을 통해 세포 내 당이 많을수록 많이 합성된다. 따라서 진하고 선명한 붉은색 단풍은 서늘한 온도에서 광합성을 많이 해야만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후 온난화로 강수량이 많아지고, 일조량이 낮아 태양의 천정각이 낮아지면서 나뭇잎 속의 안토시아닌이 충분히 생성될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단풍의 색이 해마다 점점 누런빛을 나타낸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풍을 해마다 보고, 미래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서는 단풍이 물드는 자연 시스템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현재의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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