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모픽, 인간 뇌 모사한 AI 탄생 앞당긴다

인간의 뇌를 담은 컴퓨팅 기술, 뉴로모픽의 미래

헝가리의 위대한 천재 과학자 폰 노이만은 오늘날의 컴퓨터가 존재하게 한 장본인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모두 폰 노이만의 설계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현대 컴퓨팅의 기술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방대하고 대용량의 데이터들이 쏟아지면서 현재 컴퓨팅 시스템은 기술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 컴퓨팅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뉴로모픽(Neuromorphic)’ 칩이다. ‘뉴로모픽 칩’이란 인간의 뇌의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모사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말한다. 뉴로모픽 칩으로 만들어진 컴퓨터가 앞으로 인류가 처리해야 할 대용량 데이터들을 마치 인간처럼 판단하고 처리해줄 수 있을까?

13일 온라인에서 열린 ‘인간의 뇌를 담은 미래 반도체, 뉴로모픽칩’  원탁토론회에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뉴로모픽 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향후 미래 전망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간의 뇌를 담은 미래 반도체, 뉴로모픽칩’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가 13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관으로 한림원 유튜브 채널에서 이뤄졌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가장 효율적인 인간의 뇌를 담은 미래 반도체

‘뉴로모픽 칩’은 인간의 두뇌를 구성하는 신경 시스템을 모사한 반도체다. 뉴런(neuron)과 형태(morphic)의 합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반도체에 인간의 뇌 신경을 구성하는 뉴런, 시냅스를 모사해 적용했기 때문에 비구조화 신호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높은 에너지 효율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단번에 처리할 수 있다.

윤태식 울산과학기술원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교수가 뉴로모픽 시스템에 사용되는 인공 시냅스 소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윤태식 울산과학기술원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교수(울산과학기술원 미래반도체연구센터 센터장)는 뉴로모픽 시스템에 사용되는 인공 시냅스 소자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인공 시냅스 소자는 메모리를 이용한 인공 시냅스 소자와 이온 이동을 이용한 인공 시냅스 소자 두 가지 종류다. 시냅스는 뉴런으로부터 들어온 신호를 다른 뉴런에게 전달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를 시냅스 가중치 업데이트를 통해서 학습하는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메모리 특성을 갖는다.

때문에 다양한 메모리 소자를 이용해 시냅스를 구현할 수 있다. 2 단자 소자인 상변화 메모리(PRAM)나 저항변화 메모리(RRAM)를 사용할 수 있다. 3 단자 메모리도 이용할 수 있다. 윤 교수는 “플래시 메모리 소자를 활용하면 보다 유연한 동작을 구현하고 간섭 효과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소자 외에도 생체 시냅스 소자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온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냅스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성능 및 신뢰성 등 기술적 난제들도 많다. 윤 교수는 “다양한 시냅스의 거동들로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성능화 하는 것이 까다롭다. 집적화하고 시스템으로 구현하려면 다양한 시냅스들이 균일하게 거동해야 하는 요건이 필요한데 시냅스 소자는 일부러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안정성, 균일성 요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인공 신경망 알고리즘에 적용하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고성능 시냅스 소자 구현을 위해서는 재료, 구조, 소자, 알고리즘, 메커니즘(mechanism), 시스템이 최적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뉴로모픽, 인간처럼 생각하는 범용 AI 연구로 이어져

박진홍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센서 기술과 뉴로모픽 기술의 융합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 전망을 살펴봤다. 2016~18년 사이 초기 연구에서는 센서와 시냅스를 단순 연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센서에서 오는 데이터를 한 번에 받아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시냅스 뉴런 네트워크에 집어넣는 연구로 발전되고 있다. 박 교수는 “음성, 음파 신호를 보낸다든가 관절 마디에 신호를 준다던가, 심전도에 사용하는 방법 등이 활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센서 기술과 뉴로모픽 기술의 융합 기술을 전망한 박진홍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박진홍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뉴로모픽 기술이 계속 발전되고 있고 산업계의 요구가 있으면 빠르게 구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안되고 빠르게 검증되고 있다. 산업적인 요구가 충분하다면 센서와 뉴로모픽 두 개의 기술들이 융합해 산업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일본 소니(SONY)의 ‘인텔리전트 비전 센서(Intelligent Vision Sensor)’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Intel Corporation)이 스스로 학습하는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research chip) 로이히(Loihi)를 공개하며 이 분야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Intel Corporation

현재 뉴로모픽 칩의 선두 주자는 단연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 10월 스스로 학습하는 뉴로모픽 칩 ‘로이히(Loihi) 2’를 공개했다. 지난 1세대 뉴로모픽 칩인 로이히 1 버전에 비해 프로세싱 속도, 프로그래밍 역량 및 용량이 크게 향상된 기능으로 함께 개발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로봇 팔, 뉴로모픽 피부, 후각 감지 기능까지 추가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 연구진은 뉴로모픽 칩을 이용해 촉각 기능을 가진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인간보다 1,000배 빠른 반응 속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제는 컴퓨터가 인간처럼 냄새도 맡을 수 있고 촉각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미국 하버드 대학이 공동 연구한 생물 신경망의 네트워크 상태를 그대로 전자 신경망에 복사하는 ‘브레인 카피’ 기술. ⓒ삼성전자종합기술원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한국과학기술원이 뉴로모픽 기술에 뛰어들었다. 이날 김상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컴퓨팅 플랫폼 랩 마스터는 ‘브레인 카피(Brain-Copy)’를 미래의 뉴로모픽 기술로 소개했다.

올해 국제과학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는 삼성전자-하버드 대학이 공동 연구한 새로운 뉴로모픽 기술 연구가 담긴 논문이 실렸다. 바로 생물 신경망의 네트워크 상태를 그대로 전자 신경망에 복사하는 ‘브레인 카피’ 기술이다. 이 기술은 생물 신경망의 고감도 센싱 기술과 고밀도로 적층할 수 있는 메모리 기술을 결합해 살아있는 현재 생물의 현재 네트워크 상태를 그대로 읽어낸 이후에 그 상태 그대로를 전자 신경망에 복사해내는 기술이다.

김상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컴퓨팅 플랫폼 랩 마스터는 이처럼 생물 신경망을 모사해 전자 신경망에 복사하는 뉴로모픽 컴퓨팅이 미래 AI 범용 컴퓨터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1,000억 개의 뉴런을 가지고 고차원적 인지 및 판단 능력을 갖춘 인간 두뇌의 원리를 모사한 AI 컴퓨터가 세상에 탄생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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