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예보에 과장법이 허용되는 이유

일반 대중, 허풍 예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일반 사전에는 안 나와 있는 ‘위시캐스팅(wishcasting)’이란 신조어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는 이 단어에 대해 ‘필자가 실현되기를 원하는 것을 실제로 이루어진 것처럼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언론의 한 전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신문‧방송 등에서 이런 보도가 나가면 허위 보도가 된다. 그러나 예외가 되는 영역이 있다. 일기예보다.

특히 겨울 눈 예보에서 이런 경향이 심하다. 전문가들은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눈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오보가 허용되지 않지만 눈과 관련해서는 공개적으로 허풍 예보가 허용되고 있어 기상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Wikipedia

다른 분야에서는 오보가 허용되지 않지만 눈 기상예보와  관련해서는 공개적으로 과장 예보가 허용되고 있어 기상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시카고의 폭설 장면. ⓒWikipedia

위협적 겨울폭풍 예보에 불만 제기 안 해

조지아 대학의 대기과학 연구책임자인 마셜 셰퍼드(Marshall Shepherd) 박사는 10일 ‘포츈’ 지 과학판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위시캐스팅에 대한 심각성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주 초 미 기상청(NWS)에서 발표한 북조지아 주에 대한 겨울폭풍 경보 사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셰퍼드 박사는 SNS를 보고 겨울폭풍(winter storm) 경보가 발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SNS에서는 경보를 접한 많은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기록돼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눈 폭풍 사태에 대비해 슈퍼마켓 등을 찾아 생필품을 사전 구매해야 할지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미 우유, 달걀, 빵과 같은 식료품을 구입하고 눈 폭풍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소동을 본 셰퍼드 박사는 인터넷에서 기상청이 발표한 일기예보 내용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주말을 낀 7~9일까지 조지아 주에 위협적인 겨울폭풍 경보가 발령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위화감을 느낀 셰퍼드 박사는 조그마한 지도와 함께 작은 글자로 적힌 일기예보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기상청을 통해 예고된 겨울폭풍이 북서부 산악 지역에 국한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기예보가 과장돼 해석되고 있다고 판단한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게재했다.

자신이 조지아대학의 기상전문가라는 사실을 밝힌 셰퍼드 박사는 눈을 암시하는 이 겨울폭풍 경보가 과장됐으며,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반응을 기다렸다. 누가 일기예보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면 ‘겨울 폭풍’이라는 단어가 과장돼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눈 폭풍과 재난 가능성에 대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북조지아 주는 미국에서도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이런 과장 예보가 수시로 발령되고 있고, 주민들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눈 예보, 보다 더 과학적으로 바라볼 필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진실을 마주해도 자신의 틀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눈과 관련된 일기예보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다.

올해 초 출간돼 세계적인 반응을 얻은 ‘추론의 수수께끼(The Enigma of Reason)’라는 책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책의 저자인 인지과학자 우고 메르시에(Hugo Mercier)와 댄 스퍼버(Dan Sperber)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기제(mecahnism)로 이런 비논리적인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확증 편향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 하고, 자기 생각에 어긋나는 정보는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견해에는 매우 신랄하게 비판할 줄 알면서도 자기주장에는 한없이 관대해진다. 매우 현명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자신과 관련된 판단에서는 어처구니없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상학자인 셰퍼드 박사는 이런 현상이 기상예보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겨울철 눈과 관련된 기상예보가 관계자들에 의해 과장되고, 이런 가설적인 예보가 대중에 의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몇몇 사람들은 오히려 더 과장된 예보를 좋아한다. 기상청에서 3~6cm의 눈이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면 사람들은 겨우 3cm밖에 눈이 오지 않느냐며, 예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눈 예보는 과학적으로 결론을 내기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북조지아 주와 같은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눈 예보를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각양각색이다. 눈이 온다는 기상예보를 놓고 어떤 사람은 감격해 아름답고 즐거운 광경을 상상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많은 눈을 치워야 하는 고통스런 노동과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는 것.

이로 인해 눈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슈퍼마켓을 찾아 생필품 구매에 나서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눈을 기다리는 등 서로 대비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셰퍼드 박사는 기상전문가 입장에서 사람들이 보다 더 객관적으로 일기예보를 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기상전문가 브래드 파노피치(Brad Panovich) 박사는 미국에서 알아주는 눈 예보 전문가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특히 겨울 눈 예보와 관련해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눈이 올지, 아니면 진눈깨비나 비가 올지 등 눈에 대해 명확히 예측하는 일이 매우 힘들다고 설명하며 예보에 대한 지나친 맹신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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