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지구’ 해동시킨 것은 소행성?

NASA 연구팀, 호주 야라부바 분화구 지목

2017년 8월에 개봉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 진구의 남극 꽁꽁 대모험’은 “7억 년 전 지구는 얼음에 둘러싸여 새하얀 별이 되었다”는 말로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얼음별 지구는 바로 6억 3500만 년 전에서 8억 5000만 년 전 사이의 크라이오제니아기를 가리킨다.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도 지구는 기온이 크게 내려가 ‘눈덩이 지구’가 된 적이 있다. 21억 년 전에서 24억 년 전의 휴로니아기 때다. ‘눈덩이 지구’ 이론에 의하면, 이 두 시기 모두 적도까지 빙하가 떠돌아다닐 만큼 지구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휴로니아기의 지구를 해동시킨 것은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분화구인 ‘야라부바(Yarrabubba)’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의 지질학자인 티몬스 에릭슨 박사팀이 이끈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국제 지구화학 학술대회 ‘골드슈미트 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최근 휴로니아기의 눈덩이 지구를 해동시킨 것은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분화구인 ‘야라부바(Yarrabubba)’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NASA

최근 휴로니아기의 눈덩이 지구를 해동시킨 것은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분화구인 ‘야라부바(Yarrabubba)’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NASA

야라부바 분화구는 호주 서부에 위치한 분화구로서 완전히 침식돼 항공이나 위성 이미지로는 확인이 잘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화구의 중심 근처에 지구와의 충돌 시 산산조각이 난 석영 등의 물리학적 흔적이 존재한다. 원래 분화구의 지름은 확실하지 않지만 30~70㎞인 것으로 추정한다.

야라부바가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분화구의 자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프레드포트 돔이 차지하고 있었다. 약 20억 년 전에 지름 10㎞ 크기의 운석이 떨어져 만든 지름 300m의 프로드포트 돔은 지구의 침식 작용에도 살아남아 모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22억 2900만 년 전에 지구와 충돌해

과학 저널 ‘사이언스’ 지에 게재된 기사에 의하면, 침식 작용에 의해 원형을 상실한 야라부바 분화구의 정체를 밝혀낸 이는 2001년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의 지질학자 프랜시스 맥도날드다. 그는 광물 결정의 미세한 패턴 등 이 지역을 정밀히 조사한 후 가장 가까운 정거장의 이름을 따서 야라부바라는 명칭으로 이 분화구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야라부바가 눈덩이 지구를 해동시킨 일등공신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에릭슨 박사는 2014년부터 이곳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분화구 중심 지역에 연구 캠프를 마련한 후 주변의 바위 덩어리들을 채취해 분석했다.

자석을 사용해 원치 않는 광물을 추출하고, 핀셋으로 머리카락보다 가는 지르콘과 모나자이트를 수백 알씩 골라내는 힘든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에릭슨 박사는 질량분석계로 방사성 우라늄 등의 반감기를 계산해 마침내 야라부바 분화구가 지구에 충돌한 정확한 시점을 알아냈다.

22억 2900만 년에서 500만 년 전후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는 바로 휴로니아기의 눈덩이 지구가 오랜 동결에서 깨어나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에릭슨 박사팀은 이것이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야라부바 분화구를 형성한 운석이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영향으로 인해 지구 표면의 두꺼운 얼음판이 증발되고 성층권에 뜨거운 증기를 퍼뜨렸다는 것. 이는 차례로 강력한 온실 효과를 초래했으며, 점차 눈덩이 지구를 해동시키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기존 이론에 의하면 휴로니아기의 눈덩이 지구를 해동시킨 주인공은 당시의 활발한 화산 활동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로 인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방출되고, 얼어붙어 있던 대양과 지면이 이를 흡수하지 못해 온실효과가 점점 심해지면서 해동이 이루어졌다는 것.

시뮬레이션 결과, 해동에 상당한 영향 미쳐 

하지만 에릭슨 박사팀이 야라부바 분화구의 생성 과정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 역시 지구의 해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지름 7㎞의 소행성이 두께 2~5㎞의 빙판을 덮치는 효과를 모델링 한 결과, 그 충격이 수천㎞까지 먼지를 퍼트려 열 흡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오늘날보다 훨씬 많은 약 50조 톤의 수증기를 성층권으로 보내 열이 갇히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에릭슨 박사팀은 “야라부바의 충돌 영향이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산 폭발과 함께 작용하여 지구 온난화와 해빙을 야기시켰다”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골드슈미트 학술 대회장에서는 에릭슨 박사팀의 주장에 반대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의 지질학자 에바 슈투에켄 교수는 야라부바 분화구가 그처럼 기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이 분화구의 크기는 66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의 1/3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오스트리아 빈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티안 코벨 박사는 “야라부바 같은 충돌이 생명을 탄생시킬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생명의 파괴자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소행성은 주요 영양소인 인을 지구에 전달하며, 또한 에너지가 풍부한 심해의 열수계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눈덩이 지구 이론도 아직 가설일 뿐이다. 이 기간 동안에도 바다가 존재했으며 다수의 대륙은 일부분만 빙하에 덮여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 눈덩이 지구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수의 증거들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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