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누에 센서, 스마트 헬스케어에 활용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김성환 아주대 물리학과·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국내의 많은 연구진들은 웨어러블 컴퓨터를 통해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유저(user)의 몸 상태를 더욱 민감하게 체크하는 고성능의 바이오센서 개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성환 아주대 물리학과·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 김성환

김성환 아주대 물리학과·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 김성환

누에로부터 센서를 얻다

국내 연구진이 높은 민감도를 갖는 나노광학 바이오센서를 구현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성환 아주대학교 물리학과·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팀이 누에에서 얻은 실크를 이용, 기존에 구현할 수 없던 인체친화적인 특성을 가지면서도 검출 민감도가 높은 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추후 ICT기반의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국제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지 4월 1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을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생체 신호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센서 기술을 구현하는 데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이란 것이 애초에 생체신호를 스마트폰 등의 휴대용 IT 기기로 실시간으로 전송해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도와주는 것인 만큼, 헬스케어 제품의 생명은 결국 정확한 생체정보를 얻는 데 있는 것이다.

“만약 생체 신호를 분석할 바이오센서를 인체 내에 집적해 혈액 등 체액으로부터 신호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 응용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바이오센서 소자 자체가 생체친화적이고 신호는 무선으로 전송돼야 합니다. 때문에 빛과 같은 전자기파를 이용하고 감도가 매우 좋아야 해요. 저희 연구팀은 이를 동시에 만족하는 바이오센서를 구현하고자 섬유로 잘 알려져 있는 실크 단백질을 활용해 나노광학소자를 제작했습니다. 바이오센서로써 그 가능성을 모색한 거죠. 이번 연구에서 기존의 금속 나노구조체를 활용한 나노광학 바이오센서에서 절연체 물질을 실크로 대체했어요. 기존 센서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검출 성능을 얻을 수 있었죠. 실크가 외부 자극에 감응해 부피가 변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기존의 나노광학센서의 기본 원리인 굴절률 변화 기반 센싱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나노광학기반 바이오센서는 바이오물질의 변화에 따른 굴절률의 변화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높은 성능 구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성 물질이 주로 유리나 반도체 같은 생체에 해가 될 수 있는 물질로 구성됐기에 인체에 삽입하는 데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김성환 교수팀은 누에고치로부터 액체 상태의 실크 단백질을 추출한 뒤 반도체 공정기술을 활용, 실크 필름에 금 나노구조가 부착된 나노광학소자를 구현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광학소자는 금 나노구조 사이에 매우 얇은 실크 필름을 넣은 후 해당 필름이 물이나 알코올 같은 화학물질에 감응해 부피가 팽창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필름이 팽창할수록 나노광학소자가 반응하는 빛의 파장이 크게 확장돼 높은 검출 민감도를 구현할 수 있다.

“실크 단백질의 활용은 생체친화물질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현재 웨어러블(wearable) IT 기기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인체 내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생체 신호를 분석하는 것이라면 구성 소자의 생체친화성은 중요한 고려대상입니다. 또한 실크는 물을 흡수해 부피가 팽창하는 수화젤의 특성을 지니죠. 저희팀은 이러한 특성을 나노광학 소자에 적용했습니다. 기존의 금속-절연체-금속 공진기는 절연체에 특정 파장의 빛을 강하게 속박할 수 있지만 구성 물질의 물리량이 고정돼 높은 변조성을 얻기는 힘들어요. 그러나 절연체를 실크로 대체함으로써 부피와 굴절률이라는 두 물리량을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고, 따라서 높은 검출도를 가지는 센서의 구현이 가능했던 것이죠.

생체친화 바이오센서 구현 모식도.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 단백질과 금 나노구조를 결함해 나노광학소자를 구현하였다. 이는 안정적으로 생체조직 위에 올려져 센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 한국연구재단

생체친화 바이오센서 구현 모식도.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 단백질과 금 나노구조를 결함해 나노광학소자를 구현하였다. 이는 안정적으로 생체조직 위에 올려져 센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 한국연구재단

‘굴절량’보다 ‘물리량’에 초점

앞서도 김성환 교수가 간략하게 업급했듯 기존의 나노광학기반 바이오센서는 미세한 굴절률의 변화에 따라 광학신호 변화를 검출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기도 했다. 굴절률 기반의 바이오센서 성능을 나타내는 성능지수(figure of merit)는 이론적으로 100이 한계다. 이는 아주 잘 만들어진 나노소자를 이용한다해도 0.01의 굴절률을 검출하기 위해 10 나노미터(nm) 수준의 파장 변화를 검출해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도 이상적인 상황이에요. 실제는 이보다 더 성능이 떨어지죠. 우리 몸에 존재하는 체액 성분의 변화는 저보다 훨씬 적은 굴절률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 비춰보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발상을 전환해 연구에 접근하기로 했어요. 굴절률이 아닌 새로운 물리량을 컨트롤한 거죠.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섬유로 알려진 누에 실크 단백질이었습니다. 즉, 실크를 활용해 인체집적이 가능한 생체친화적 바이오센서 구현과, 굴절률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던 거죠.”

처음에는 김성환 교수도 굴절률 기반의 나노광학 센서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연구를 준비하며 읽은 논문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해당 논문에서는 굴절률 기반 센서의 이론적인 한계를 언급하고 있었다. 이 때 그가 가졌던 생각은 ‘한계가 명확하게 보이는 연구를 계속 하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 때 마침 예전에 진행했던 연구가 생각났어요. 실크 단백질로 다른 형태의 소자를 구현했는데 물에 넣으니 부피가 팽창했던 사실이 기억났죠. 부피라는 물리량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시뮬레이션에 들어갔어요. 그 결과 파장 변화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바로 소자 제작을 진행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새로운 물질의 도입은 엄청난 모험이다. “실크라는 물질을 만난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는 그는 “반면 매우 이질적인 물질이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나노광학 소자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며 측정하는 연구를 주로 하는 그에게 고분자이면서 심지어 천연물질인 실크와의 만남은 모든 발생을 전부 바꾸게 할 만큼 생소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연구 결과 물과 알코올을 놓고 봤을 때, 동일한 형태를 가진 기존 굴절률 기반 센서에 비해 수십배 이상의 검출 파장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혈당센서로 적용했을 때 최적화 결과 10배 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헬스케어 연구에서 바이오센서는 결국 인체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이를 위한 기초연구로 가치를 지닙니다. 예를 들어 본 연구결과를 활용해 콘택트렌즈에 집적해 눈물에 존재하는 미세한 혈당을 측정한다던지 피부 밑에서 특정 바이오물질을 검출하는 일이 가능할 수 있겠죠. 또한 실크를 활용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 동안 농산물로 인식된 실크 단백질이 새로운 고부가가치 작물로 재탄생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겠죠.”

(725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