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매우 유연하거나 혹은 가소성(plasticity)이 높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새로 대처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뉴런들과 연결을 강화해 신속하게 일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연결성이 강화되면 뉴런들은 그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보상을 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신경과학자들은 추측해 왔다.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 피카워 연구소 연구진은 새로운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균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즉, 한 신경세포와 다른 신경세포의 접합부인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면 아크(Arc)라 불리는 중요한 단백질 작용에 따라 인접 시냅스들이 즉각 약화됨으로써 균형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2일자에 발표됐다(관련 동영상).
“순식간에 방향 전환하는 물고기떼 규칙과 같아”
논문 시니어저자인 므리강카 수르(Mriganka Sur) 뇌 및 인지과학과 교수는 그의 연구팀이 뇌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의 핵심부에서 간단하고 기본적인 규칙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흥분하면서도 놀라지는 않았다. 뇌에서는 1000억개의 뉴런들이 각각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천 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 간단한 기본 규칙을 수많은 물고기떼가 한꺼번에 갑자기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에 비유했다. 물고기떼는 선도 물고기가 방향을 바꾸면 뒤에 있는 물고기들은 바로 앞에 있는 물고기가 하는 대로 따라 하는 단순한 규칙을 지킨다는 것이다.
수르 교수는 “복잡한 시스템에서 집단적인 행동은 항상 간단한 규칙을 따른다”며, “한 시냅스의 부하가 올라가면 명확한 분자 메커니즘을 사용해 주위 50마이크로미터 안에 있는 시냅스들의 강도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발견이, 뉴런에서 시냅스의 강약이 어떻게 결합돼 뇌의 가소성을 생성하는가를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전갱이 무리가 멸치떼를 포식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는 모습. 멸치떼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앞 물고기를 뒤따라가는 간단한 규칙으로 움직인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Bruno de Giusti
간단한 규칙 발견 위해 ‘복잡한’ 실험 수행
연구팀이 발견한 규칙은 간단하지만 이를 밝혀낸 실험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연구팀이 실험용 쥐의 두뇌 시각 피질에서 가소성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시냅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추적할 때 논문 제1저자인 새미 엘-부스타니(Sami El-Boustani)와 자크 팍 칸 이프(Jacque Pak Kan Ip) 박사후 연구원은 수르 교수연구실에서 여러 가지 초기 실험들을 수행했다.
한 핵심 실험에서 연구팀은 뉴런의 ‘수용 영역(receptive field)’ 혹은 뉴런이 반응하는 시각 부분을 변경해 가소성을 불러 일으켰다. 뉴런들은 나뭇가지처럼 생긴 수상돌기의 작은 돌기에 있는 시냅스들을 통해 입력신호를 받는다. 연구팀은 뉴런의 수용영역을 변경하기 위해 뉴런의 관련 수상돌기에 있는 정확한 돌기(spine)를 확인한 다음 뉴런의 원래 수용영역과는 다른 스크린의 특정 위치에 있는 목표를 쥐에게 보여주면서 시냅스의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했다.
목표물이 유도된 새로운 수용영역에 위치할 때마다 연구팀은 쥐의 시각 피질 안에 푸른 빛을 깜박여 마치 또다른 뉴런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여분의 활동을 유도해 뉴런의 반응을 강화했다. 뉴런은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 불리는 기술을 이용해 빛 깜박임에 의해 활성화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했다.
연구팀은 이를 계속 반복했다. 빛 자극은 쥐의 시계에서 목표물이 새로운 위치에 나타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뉴런으로 하여금 새로운 수용 영역을 부호화해 수상돌기 가지(돌기)에 있는 특별한 시냅스를 강화토록 했다.
엘-부스타니 박사는 “우리가 온전한 뇌에서 단일 뉴런들을 재프로그램하고, 살아있는 조직에서 이들 세포들이 시냅스 가소성을 통해 새로운 기능들을 통합하도록 하는 다양한 분자 메커니즘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움직이는 쥐의 온전한 뇌에 있는 수상돌기와 그 가지(돌기)가 뻗어있는 모습을 2-광자 현미경으로 포착한 모습(동영상 캡처). 적색 형광단백질은 수상돌기의 구조를 보여주고, 각 돌기에서의 칼슘 활성화는 녹색 표지자로 모니터링됐다. 시각 자극에 반응하는 가지 전체와 특정 돌기 신호를 관찰할 수 있다. 동영상 CREDIT: Mriganka Sur, et. al.
첨단 2-광자 현미경 분석과 고전적인 ‘단안 박탈’ 실험 실시
연구팀은 새로운 수용 영역을 담당하기 위한 시냅스들이 성장하면서 2-광자 현미경을 통해 가까운 시냅스들이 수축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광유전학 자극이 결여된 대조군 뉴런에선 이런 변화를 관찰하지 못 했다.
이들은 발견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확인해 보았다. 시냅스들은 매우 작아서 광학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한계점 가까운 곳에 있다. 실험 뒤 연구팀은 조작한 수상돌기와 대조군 뉴런들이 포함된 뇌 조직을 해부해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의 논문 공저자들에게 보냈다. 스위스 팀은 특화된 고해상도 3차원 전자현미경 이미징을 수행해 2-광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구조적 차이가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르 교수는 “이것은 생체 내에서 영상화된 뒤 재건된 가장 긴 수상돌기”라고 말했다.
유전적으로 조작된 쥐의 뉴런을 빛 반짝임으로 재프로그래밍하는 것은 부자연스런 조작이어서 연구팀은 좀더 고전적인, 쥐의 한쪽 눈을 가리는 ‘단안 박탈’ 실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서는 감긴 눈과 관련된 뉴런에 있는 시냅스들은 약화되고, 떠있는 눈과 관련된 시냅스들은 강화된다. 이어 감겼던 눈을 뜨게 하면 시냅스들이 재정렬된다. 연구팀은 이 행동을 추적해 시냅스가 강화되면 바로 인접 시냅스들이 보상을 위해 약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깨어있는 쥐에서 2-광자 현미경으로 얻은 뉴런의 가지인 수상돌기 이미지. 둥근 프로세스 혹은 돌기는 붉은 형광단백질로, 아크 단백질은 녹색 태그로 표시돼 있다. CREDIT: Mriganka Sur, et. al.
아크(Arc) 단백질의 미스터리 풀기
연구팀은 새로운 규칙을 발견하자 뉴런들이 어떻게 그렇게 순응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력을 집중했다. 이들은 화학적 태그를 사용해 핵심적인 ‘AMPA’ 수용체가 시냅스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고, 더 많은 AMPA 수용체가 발현되면 시냅스가 확장 및 강화되고 반면 이 수용체가 덜 발현되면 줄어들고 약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크 단백질은 AMPA 수용체 발현을 조절하기 때문에 연구팀은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아크 단백질을 추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르 교수는, 문제는 아무도 이전에 살아서 행동하는 동물의 뇌에서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 일이 가능한 화학적 태그를 발명한 일본 교토대 의학대학원과 도쿄대 연구진과 협력했다.
연구팀은 이 태그를 이용해 강화된 시냅스들이 주변의 약화된 시냅스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약화된 시냅스들에는 아크 단백질이 풍부하게 발현돼 있었다. 아크 단백질의 양이 감소된 시냅스들은 더 많은 AMPA 수용체를 발현시킬 수 있는 반면 인접한 수상돌기 가지에 있는 증가된 아크 단백질은 시냅스들이 AMPA 수용체를 덜 발현시키도록 만들었다.
개별 뉴런에서의 학습과 기억 설명에 도움
이프 박사는 “우리는 아크 단백질이 시냅스 자원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어떤 것이 올라가면 무언가는 반드시 내려와야만 하는데, 이것이 아크 단백질의 주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수르 교수는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가 아크 단백질의 신비를 풀었다고 말했다. 즉, 이전에는 시냅스 가소성이 진행되는 수상돌기에서 아크 단백질이 시냅스를 약화시키는 활동을 하면서 왜 상향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나는지 아무도 몰랐으나 이제는 그 대답이 분명해 졌다. 시냅스 강화는 아크 단백질을 증가시켜 인접 시냅스들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수르 교수는 학습과 기억이 개별 뉴런 수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데 이 규칙이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왜냐하면 뉴런이 다른 뉴런의 반복된 시뮬레이션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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