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수술하는 굿닥터 ‘줄기세포’

독소 및 바이러스 활용···동물실험서 성공

줄기세포 연구는 위험성이 큰 분야다. 임상 과정 중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니지만,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받았던 10대 소년이 암에 걸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줄기세포는 모든 신체 기관으로 자라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줄기세포는 모든 신체 기관으로 자라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Wikipedia

반면에 줄기세포는 잠재적 가능성이 큰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로 까지 줄기세포를 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줄기세포를 가지고 뇌종양 세포들을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난치병 치료에 대한 희망을 높여주고 있다.

인터넷 과학전문 매체인 아이플사이언스(IFLscience)는 미 하버드 의대의 연구진이 치료하기 어려운 뇌종양의 생존율을 줄기세포 동물실험을 통해 향상시켰다고 보도하면서, 앞으로 뇌종양을 포함한 각종 암 치료에 줄기세포가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관련 링크)

종양세포 사멸 독소를 생성하는 줄기세포

하버드 의대와 부설 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소속의 공동 연구진은 여러 해 동안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암 치료에 몰두해 왔다. 그들은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다른 세포들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종양 세포만을 죽이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줄기세포는 거의 모든 신체 기관으로 자라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 외에도 슈도모나스 균체외 독소(PE, Pseudomonas Exotoxin)라는 물질을 생성하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슈도모나스 균체외 독소는 종양을 유발시키는 세포를 죽일 수 있는 독성 화학물질이다.

따라서 슈도모나스 균체외 독소는 이미 인공적으로 생성되어 종양 치료에 널리 사용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제약이 있다. 백혈병처럼 액체 형태의 종양에는 성공적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고형 종양(solid tumor)에는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독소의 수명이 짧아 종양 부위에 충분히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의 칼리 샤(Khalid Shah) 박사와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를 찾으려 노력했다. 항암제 개발의 전제 조건은 종양의 핵심부에 도달하기 까지 독소를 지속적으로 생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독소를 생성하는 줄기세포(푸른색)가 쥐의 뇌종양(녹색) 부위를 공격하고 있다 ⓒ Harvard.edu

독소를 생성하는 줄기세포(푸른색)가 쥐의 뇌종양(녹색) 부위를 공격하고 있다 ⓒ Harvard.edu

연구진은 이런 조건을 가진 항암제로 줄기세포를 선택했다. 샤 박사는 “수년 전부터 줄기세포가 두뇌의 종양 세포까지 치료용 독소를 계속 전달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스스로 만든 독소에 줄기세포 자신이 피해를 입는 현상이 발생해 개발이 보류되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우선 자신의 독소 때문에 죽지 않고 저항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유전자 조작 기술을 적용했다. 이후 공동 연구진이 밝힌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유전자 조작을 거친 줄기세포들은 뇌종양 세포들을 죽이는 데는 도움을 주면서도 정상세포와 자신에게는 해를 유발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진은 쥐의 종양 부위를 절개하고 줄기세포를 절개된 뇌 속에 이식했다. 그리고 모든 분자 분석 및 의료 영상 시스템을 통해 두뇌 종양 내부의 단백질 합성이 억제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그 결과 독소가 종양 세포를 죽이는 것을 확인했고, 결국 뇌종양을 앓고 있는 쥐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현재 샤 박사와 연구진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기 전에,  슈도모나스 균체외 독소를 생성하는 줄기세포가 다른 항암 성능을 가진 줄기세포와 함께 사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도 줄기세포를 통한 뇌종양 연구에 주력

슈도모나스 균체외 독소를 활용한 종양 제거 연구가 참신한 치료 방법으로 의료계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사실 이와 유사한 개념의 연구는 올해 초에 시작되었다. 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헤르페스(herpes)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좀 더 효과적으로 종양 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

당시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탑재한 줄기세포를 겔(gel)에 넣어 신경 교종을 앓고 있는 실험동물인 쥐에게 주입했다. 신경 교종은 가장 흔하면서도 치료하기 어려운 뇌종양 중 하나다. 연구진은 다양한 이미징 마커(Imaging Marker)를 사용하여 바이러스가 뇌종양을 구성하는 첫 세포층에 전달된 후 종양 세포 전체로 전해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커로 사용된 이미징 단백질을 사용하여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암과 어떻게 싸우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계속 분열하면서 암 세포와 싸운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를 주입한 쥐들이 더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는 결과도 확보하였다.

한편 국내 과학자들도 줄기세포로 뇌종양 및 뇌졸중을 치료하는 성과를 거두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신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연구진은 독자적으로 개발 생산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뇌종양과 뇌졸중을 치료하는 성과를 확보했다고 최근 밝혔다.

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바이러스가 탑재된 줄기 세포가 녹색으로 표시된 뇌종양 세포를 공격하고 있다.  ⓒ Harvard.edu

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바이러스가 탑재된 줄기 세포가 녹색으로 표시된 뇌종양 세포를 공격하고 있다. ⓒ Harvard.edu

‘가톨릭 마스터 세포’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줄기세포는 태아의 탯줄 혈액이나 성인의 지방, 골수 등에 존재하는 성체줄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배아복제나 난자파괴 등의 윤리적 문제가 없으며,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세포를 이용할 수 있어 면역거부 반응 등의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전 교수와 연구진은 뇌종양을 앓는 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치료와 항암제를 병행 치료한 결과, 종양 크기가 감소하고 생존율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신경영양인자를 이식한 줄기세포를 뇌졸중이 있는 쥐에 주입하여 치료한 결과,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보호하여 운동 및 감각 신경이 향상되는 효과가 생긴다는 점도 입증했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뇌종양의 전체 5년 생존율은 65퍼센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악성으로 알려진 신경교종은 38퍼센트, 가장 악성도가 높은 교모세포종은 7퍼센트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워 재발의 위험이 높고,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해도 예후가 불량한 질병이다.

이처럼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 대해 연구진은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표준치료 약물인 테모졸로마이드(Temozolomide)와 병행하자, 테모졸로마이드가 암세포의 트레일 수용체를 증가시키는 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세포의 사멸이 촉진되어 치료효과가 극대화 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전 교수는 “뇌종양을 치료하는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표준치료 약물인 테모졸로마이드와 병행하였을 때 치료효과가 높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전하며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치료법을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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