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시’에서 주인공 루시는 뇌 사용률을 증가시키는 약을 먹게 되어 여러 초능력을 발휘한다. 미국과 영국 박스 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영화 ‘리미트리스’에서도 주인공은 뇌를 100퍼센트 가동하게 하는 약을 먹고 일개 삼류 작가의 삶에서 단번에 성공한 삶을 살게 된다.
‘일반인들은 뇌의 2~3퍼센트밖에 쓰지 못하는데 반해 아인슈타인은 10퍼센트나 사용할 수 있어서 아인슈타인이 똑똑했던 것이다’는 루머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루머는 항상 루머에서 끝나는 만큼, 이 ‘뇌 10퍼센트’ 속설도 생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
2014년도 개봉한 영화 루시 © 다음 영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신경과학자 배리 고든 교수는 이 속설이 틀린 이유를 몇 가지 제시하며 뇌 10퍼센트 속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만약 뇌의 10퍼센트만 쓰인다면, 나머지 90퍼센트에 손상을 가해도 뇌의 성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뇌의 아주 일부만 손상을 입어도 여러 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또한 PET나 fMRI 등의 뇌의 활동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술로 뇌를 들여다보면 간단한 작업을 할 때에도 뇌의 여러 부분의 활동이 필요한 것이 밝혀졌고, 심지어는 잘 때에도 여러 부분이 활성화된다. 뇌 스캔 이미지로 뇌의 활동을 보아도, 뇌가 손상되지 않는 한 자주 활동하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아무런 활동을 보이지 않는 부분은 없다.
fMRI로 특정 상황에 놓였을 때의 뇌의 활동을 찍은 것이다. © Nature
뇌 연구에 쓰이는 방법 중, 전극 다발을 뇌에 삽입하여 뇌의 신경세포의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만약 90퍼센트의 세포가 쓰이지 않는다면 10번 중 9번 정도는 아무 활동이 없는 신경세포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신경세포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행하여 변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90퍼센트의 세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인간의 뇌를 해부해 보았을 때 다량의 세포들이 변성된 형태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다. 극히 일부만 변성되고 나머지는 정상 세포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거의 100퍼센트의 세포가 사용된다고 보인다.
진화적으로 바라보아도 인간이 뇌의 10퍼센트만 사용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의 뇌는 무게로 따지면 전체 체중의 2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는데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나 소비한다. 만약 90퍼센트의 뇌가 사용되지 않는다면, 에너지 측면에서 이렇게 비효율적인 뇌를 가진 개체는 효율적인 뇌만을 가진 개체에게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 도태되었을 것이다. 큰 뇌로 인해 출산 중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등 여러 큰 뇌로 인해 발생하는 생존에 방해가 되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진화적 압박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큰 뇌를 가진 인간이 살아남은 것은 뇌가 에너지만 소비하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기관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만약 10퍼센트 뇌 속설을 ‘한 번에 쓰는 뇌 용량이 10퍼센트 정도다’라는 말로 바꾸면 부분적으로는 사실일 수 있다. 우리는 뇌를 항상 풀가동하진 않는다. 우리가 다리 힘이 100이라고 해도 걸을 때에나 일상 생활을 할 때 항상 100을 쓰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한번에 100퍼센트의 뇌를 사용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초능력이 생길까? 뇌를 한 번에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하면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더욱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기억을 떠올릴 때, 원래 활성화되어야 하는 세포 이외에 다른 세포들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면 기억 회상에 문제가 생겨 회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즉 뇌는 힘든 운동을 할 때 근육을 100퍼센트 사용해서 큰 힘을 내는 논리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절하고 정확한 상호작용이 있을 때에 뇌의 기능이 잘 작용한다. 그렇기에 뇌를 한 번에 100퍼센트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초능력을 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또한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속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도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좌절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길 마련이다. 그리고 때때로는 자신의 능력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내면의 가능성을 믿으며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이 10퍼센트 뇌 속설이 가진 의미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10퍼센트 뇌 속설은 과학적으로 잘못된 말이지만, 그들의 ‘하면 된다’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생각은 여전히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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