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 등장한 연구 분야 중 하나가 사회적 뇌에 관한 부분이다. 이는 뇌과학 측면에서 사회성을 새롭게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사회성은 인간에게 두드러진 특성이다.
과학자들이 2~3세 유아와 침팬지 그리고 오랑우탄을 비교한 결과, 세계를 지각하는 능력,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능력, 대상을 다루는 능력에서 유아와 유인원은 비슷한 지능수준을 보여줬다.
다만 유아는 협동, 타인이해, 정보교환 등 사회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유인원 보다 훨씬 뛰어났다.
독일의 젊은 뇌과학자인 프란카 파리아넨(Franca Parianen)이 쓴 ‘나의 뇌는 나보다 잘났다’ (Woher soll ich wissen, was ich denke, bevor ich höre, was ich sage?)라는 책은 뇌의 사회성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커진 것은 사회성 때문이라고 본다.
이 말은 해석이 필요하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 보니,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뇌가 커졌다는 뜻이다. ‘사람을 벼리는 것은 사람’이라는 말과도 상통한다.
뇌의 사회성을 잘 활용하면 사람들에게 사회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줄 수 있다. 집단이 커지면 공동체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단합대회나 회식같은 의식을 집행하는 것이다.
어느 집단의 단결력과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사회성을 활용하기도 한다. 소속감을 높이려고 집단에 들어올 때 선별과정에 특정한 기준을 만들어놓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어떤 기준에 의해 선별된 사람들이 모였다는 그 사실이 소속감과 동질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원숭이의 경우 사회성을 잘 보여주는 행동이 그루밍이다. 원숭이가 하루에 그루밍하는 시간은 43%나 된다. 시간으로 따지면 10시간에 해당한다.
물론 사람들은 사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긴 시간을 서로 쓰다듬고 안아주지는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같이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거나 혹은 술을 마신다.
개인의 뇌 보다 중요한 사회적 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다수결을 쫓는 경향이 강하므로 사람들은 광고에 나오는 물건에 더욱 시선을 돌린다. 자기 생각을 포기하고 식당에서 여러 사람들이 선택하는 메뉴에 손을 들기도 한다.
사회성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10만원을 준다면, 그 돈을 받은 사람은 되도록 돈을 공평하고 가치 있는 일에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10만원을 우연히 주웠다면 흥청망청 쓰기 쉽다. 인형에 눈을 붙여 놓으면 인형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의 도덕관념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때 사람들은 인간의 도덕감정이 뇌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를 찾으려 노력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하면 ‘부도덕한 인간은 뇌의 어느 부분이 잘못 됐길래 나쁜 사람이 됐을까’라는 질문을 찾으려고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도덕관념은 서서히 발달하는 것이며, 도덕에서 교육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도덕은 학제간 연구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복잡한 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의 협력이 필요하다.
도덕관념을 뇌 속의 아주 작은 부분에 있는 무슨 단추와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이제는 거의 없다. 그러니 저자가 “도덕 역시 네트워크, 다시 말해 사회성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유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논리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뇌의 기능이 잘못 발휘되면서 생기는 것이 편견과 선입견이다. 그리고 더욱 고약하게 자리잡은 것이 인종차별이다.
저자는 소속감을 심어주기 위한 방법으로 ‘집단적인 두려움’을 심어주는 방식을 나쁜 예로 들고 있다.
두려움은 집단의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이런 유대감이 심화되면 그 집단을 고립시키면서 자기들만의 잘못된 정체성을 확립시킨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성이 인간의 뇌를 변화시킨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과학자들은 런던 택시 기사들의 해마 뒷부분이 유난히 더 넓은 것을 발견했다. 이는 공간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이것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해마 뒷부분이 넓은 사람, 다시 말해서 ‘공간인지 기능이 발달한 사람이 택시운전을 한다’는 것이 첫번째 설명이다.
두번째 설명은 ‘택시를 많이 몰다 보니 공간인지기능이 발달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두번째 해석이 더 타당하다.
사람의 뇌는 사회활동을 통해서 일생동안 변한다.
악기를 연주하면 촉각이 예민해지고, 곡예훈련을 3개월만 해도 시각과 운동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의 회색세포층이 두터워진다. 픽션을 많이 읽는 사람은 사회적 능력이 강해지고, 어떤 책에 푹 빠질 수 있는 능력은 공감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같이 사람의 신경도 훈련하면 변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은 최근 떠오르는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여기에서 비롯된 학문이 사회신경과학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각 개인의 지능과 인지능력을 결정하는 개인의 뇌 못지 않게 중요한 ‘사회적 뇌’가 있다는 뜻이다.
뇌 과학자의 싱겁지만 의미있는 두뇌 개발법
이미 잘 알려졌듯이 사람의 뇌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현상이 정치적인 편향이다. 사람의 지각은 주관적이다. 어떤 정치적인 경향을 가진 사람에게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물으면 대체로 이런 대답을 한다. 그것이 옳기 때문이라고.
인간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역시 도덕적인 면과 마찬가지로 뇌만 가지고는 설명이 어렵다. 다만 드러난 일부 현상만 파악할 뿐이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은 무엇인가 결정할 때 명확하고 엄격하면서 일관성이 있다. 이에 비해서 진보적인 사람들은 융통성이 있으며 다의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새로운 경험에 긍정적이다.
사회적 뇌라는 개념은 자연스럽게 ‘과연 사회생활을 통해서 사람의 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대한 저자의 해답은 판에 박힌 뻔한 개념이지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뇌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으로 저자는 사랑을 꼽았다. 사랑이야 말로 뇌 발달의 최고 영양분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 애정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물실험으로도 입증되었다. 정기적으로 쓰다듬은 새끼 쥐는 인지능력이 개선되었으며 놀라운 것은 세대를 넘어서까지 이런 특성이 전달되었다.
섬세한 보살핌을 받고 자란 아이는 사회에 더 잘 적응하고 파트너와 친구관계가 안정적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두려움을 심어주거나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주면 인지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높이고 경계심을 불러일으켜서 도전에 대응하는 능력을 일시적으로 키워주는 좋은 효과도 있다. 그러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해마의 부피가 줄어들어서 우울증 당뇨병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여준다. 해마가 줄어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악순환을 부른다.
결국 저자의 결론은 ‘만성 스트레스는 백해무익하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주거나 받지 말고, 서로 사랑하라. 복잡한 연구결과를 수 백 가지 인용해서 내린 ‘뇌를 개발하는 방법’은 새롭지는 않다.
그렇지만, 아주 쉽고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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