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 예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다 보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에 대해 ‘그때 그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며 다르게 말하는 경우가 생긴다.
당시의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녹화 비디오가 없다면 누가 정말 올바른 기억을 가지고 있고, 반대로 누가 각색된 기억을 가졌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인 사회 상황에서 이 같은 ‘부정확한 기억(misremember)’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법정이나 학교 교실에서는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인간의 기억은 상황에 따라 편집돼 얼토당토않은 기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미국 듀크대를 비롯한 국제연구팀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잘못 기억하도록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이를 증명했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21일 자에 발표했다(논문명: Prediction Errors Disrupt Hippocampal Representations and Update Episodic Memories).
우리의 뇌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기억을 이용하는데, 예측이 틀릴 때 미래 예측을 개선하기 위해 기억을 업데이트한다. 이때 기억 편집이 되며, 이는 새로운 정보와 연결돼 학습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건 목격자 진술에서는 사실이 왜곡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그림은 뇌 중앙 전두엽 피질을 포함한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뇌 영역. © WikiCommons / Bernstein0275
뇌가 경험 재구성할 때 때때로 기억 편집
논문 제1저자로, 캐나다 토론토대 대학원 재학 때 이 연구를 시작한 듀크대 심리학 및 신경과학과 앨리 싱클레어(Allie Sinclair) 박사과정 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대해 마치 무엇을 녹화해서 그대로 되돌려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기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신뢰할 만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기억을 떠올릴 때 뇌가 경험을 재구성하는데, 그 과정에서 때때로 기억을 편집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억 편집은 우리가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게 하고, 새로운 정보를 오래된 경험과 통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대부분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잘못된 기억을 생성할 가능성도 열어준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연구를 위해 싱클레어 연구원은 토론토대 동료들과 함께 24명의 연구 참가자들에게 70개의 짧고 독특한 비디오 클립을 보여주었다.
다음날 연구 참가자들은 MRI 검사관 속으로 들어가 다시 비디오를 봤다. 그런데 이때는 반수의 참가자들에게, 마치 야구 타자가 배트를 휘두른 순간처럼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순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비디오 클립 방영을 중지했다.
이로 인해 중요한 순간에 영화의 흐름을 나름대로 예측하고 있던 참가자들에게 예측 오류가 일어났다. 이런 예측 오류 혹은 놀라움(surprise)은 현실이 기대와 상반될 때 학습을 촉발한다는 것.
싱클레어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방영 중단과 같은 놀라움은 뇌 전체에 자극을 주고 특히 아세틸콜린과 도파민 및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조절 시스템을 활성화한다”며, “놀라운 일이 발생하면 이런 신경전달 물질이 방출되고, 그 사건을 매우 강하게 기억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억’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상세한 개요. © WikiCommons / Bernhard Wenzl
예측과 다른 놀라움, 잘못된 기억 유발할 수도
셋째 날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가능한 한 많은 비디오를 회상해 내게 하려고 자세하게 인터뷰를 했다. 싱클레어 연구원은 “몇 사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억을 해냈지만, 다른 몇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 잘못된 기억을 얘기해 듣는 사람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영상을 봤던 참가자들의 뇌 MRI 이미지에서 영상 중단에 따른 놀라움이 기억을 생성, 검색 및 편집하는 데 중요한 뇌 영역인 해마의 역할을 변경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단 없이 비디오를 본 참가자들의 해마는 기억을 강화하는 ‘보존 모드(preserving mode)’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중간에 중단돼 놀라움을 일으킨 영상을 본 사람들의 해마는 ‘업데이팅 모드(updating mode)’로 전환돼 기억을 편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놀라움은 해마의 패턴 안정성을 방해해 이 같은 모드 전환을 보여주었다. 패턴 파괴가 많을수록 잘못된 기억이 더 많이 발생하게 돼, 사람들은 갑자스런 중단으로 놀라움을 일으킨 비디오에 대해 잘못된 기억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21일 자에 게재된 논문. © PNAS
“학습 때 놀랄 만한 피드백 주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싱클레어 연구원은 그럼에도 기억을 편집해서 다시 쓰는 것은 완전히 무작위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이는 ‘의미론적으로 관련된(semantically related)’ 영상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야구 비디오가 다른 스포츠 관련 비디오 클립에 관한 기억을 각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클레어 연구원은 “서로 관련된 비디오가 있을 때 거기에서 새로운 정보가 나올 수 있다”며, “특정 비디오의 한 요소를 가져다 다른 비디오에 붙여 넣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범죄 목격자들에게 그들이 보지 못한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사건과 관련자들을 기억하게 하는 방법은 많은 의문을 던지는 별로 좋지 않은 방법임을 나타내준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교육에서 이런 방법은 학습을 더욱 잘 이해할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놀라움은 상황을 강하게 기억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퀴즈에서 오답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도움되듯이, 학생들에게 정답을 제시하기 전에 답을 예측하도록 연습시키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싱클레어 연구원은 “능동적인 예측을 하도록 유도하고 이어 놀랄 만한 피드백을 준다면, 학생들은 그 피드백으로부터 더 많이 배우려 하고, 실제로 기억에도 더 강하게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교육 개선과 함께 목격자의 기억 왜곡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병적인 기억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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