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는 BTS에만 반응하는 ‘BTS 뉴런’이 있다

IBS-키스톤 심포지아 ‘사회적 행위의 뇌 회로’ 콘퍼런스 공동 개최

2017년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음반 부문 대상을 수상 중인 BTS의 모습. 우리 뇌 속에는 BTS에만 반응하는 ‘BTS 뉴런’이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BTS의 사진, ‘Oh my my~’하는 노랫말, BTS라고 적힌 글씨. 우리 뇌 속에는 BTS의 모든 것에만 반응하는 뉴런(신경세포)이 따로 있다. 이 뉴런은 BTS라 말하는 음성을 듣거나 상상만 해도 반응하지만, BTS를 제외한 다른 것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뇌 세포 수준에서 ‘덕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BTS에 대한 선호처럼 뇌는 공감, 불안, 공격성, 사랑, 모성 등 여러 사회적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한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 행위가 발생하는 뇌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사회성과 뇌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세계적 뇌 과학자 150여 명이 국내에 모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9월 4일부터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생명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회인 미국 키스톤 심포지아(Keystone Symposia)와 공동으로 ‘사회적 행위의 뇌 회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다양한 사회적 행동의 기저에 있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사회신경과학’을 주제로 열렸다. 국내외 저명한 뇌 과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이 과학도시 대전에 모여 사회성과 관련된 주요 문제들을 뇌 신경회로 측면에서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모았다.

콘퍼런스 조직위원장인 신희섭 IBS 명예연구위원은 개회사를 통해 “사회적 행동의 뇌 과학 연구는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콘퍼런스에서 사회신경과학이라는 신흥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모여, 사회적 행동이라는 다학제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9월 4~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키스톤 심포지아와 함께 ‘사회적 행위의 뇌 회로’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할머니 뉴런’…친숙함을 구별하는 뇌

5일 플레너리 세션은 오쿠야마 테루히로 일본 도쿄대 교수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테루히로 교수는 ‘엔그램(Engram)’이라고 불리는 기억의 흔적이 뇌에 어떻게 저장되며, 또 어떻게 뇌에서 반응하여 사회적 행위의 방향을 결정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해마에 담긴 사회적 기억의 흔적’을 주제로 강연 중인 오쿠야마 테루히로 일본 도쿄대 교수의 모습(왼쪽). 조직위원장인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명예연구위원을 비롯한 뇌 과학자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오른쪽). ⓒ 기초과학연구원

1960년대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뇌의 신경세포 중에는 할머니처럼 친숙한 얼굴을 알아보는 단일 뉴런이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일명 ‘할머니 세포 이론(Grandmother cell theory)’이다. 처음에는 이런 단일 뉴런이 사람에게는 해당될 수 없다며 무시당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2021년 7월 저명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연구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 연구에서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은 원숭이 뇌의 전측두피질에서 친숙한 얼굴에만 반응을 보이는 작은 영역을 발견했다. 원숭이가 친구나 친척의 사진을 볼 때면 낯선 원숭이의 사진을 볼 때보다 이 영역이 3배 더 밝게 빛났다. 연구진은 친숙한 원숭이 사진의 선명도를 조절해 가며 뇌 변화를 살피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미지가 흐릿하다 어느 정도 선명해졌을 때, 여러 뉴런이 한꺼번에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을 보다가 ‘아~ 너구나!’라며 지인임을 알아채는 순간인 셈이다.

기억의 흔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엔그램(Engram)’은 본래 하나의 특정한 기억에 대한 기억‧인상을 지칭하는 심리학적 개념이었다. 하지만 뇌 과학이 발전하며 엔그램이 실제로 뇌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할머니 세포 이론’이 영장류 실험 수준에서 증명된 것처럼 말이다.

IBS-키스톤 심포지아 콘퍼런스에서 테루히로 교수는 엔그램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을 소개했다. 테루히로 교수는 “엔그램은 뇌 해마에 기록되며, 해마에 있는 배측 CA1 뉴런(vCA1)에 이상이 생기면 친숙함과 낯섦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졌다”며 “설치류, 영장류 수준에서 밝혀진 연구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 밝히기까지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모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날 두 번째 강연은 자폐증을 연구하는 재미 한인과학자인 글로리아 최 미국 매사츄세츠공대(MIT) 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는 2017년 임신 중 바이러스 감염이 자손에게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규명했다. 남편인 허준렬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의 공동연구 성과로 이 연구는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5일 열린 IBS-키스톤 심포지아 공동 콘퍼런스에서 강연 중인 글로리아 최 미국 MIT 교수의 모습. 최 교수는 면역 체계와 뇌 발달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고 있다. ⓒ 기초과학연구원

이들 부부 연구팀은 임신한 쥐가 미생물에 감염되었을 때 나오는 특정 면역물질이 새끼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자폐증이 유발됨을 확인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반응 유도물질인 인터루킨-17이 분비되는 데, 인터루킨-17이 뱃속 새끼 쥐의 뇌세포에 결합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새끼 쥐 뇌 대뇌 피질의 ‘S1DZ’라는 영역이 울퉁불퉁하게 발달했다. 이들은 태어난 뒤 반복행동을 보이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등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이어, 2021년 최 교수는 ‘네이처(Nature)’에 사회성과 관련된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수컷 쥐의 뇌에서는 건강하지 않은 암컷 쥐와의 짝짓기를 피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미생물 유래 전염성 신경전달물질인 리포폴리사카라이드(LPS)로 처리한 암컷 쥐와 함께 있으면 수컷 쥐의 대뇌 피질 편도체에서는 짝짓기를 억제하는 호르몬 수용체가 활성화됐다. 종합하자면, 암컷 쥐의 바이러스 감염은 건강하지 못한 자손을 출산할 확률을 높이고, 수컷 쥐의 뇌는 종족 번식의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행동을 유도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도 자손의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필자의 질문에 최 교수는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인간의 사회성에 얽힌 복잡함을 이해할 때까지

이밖에도 세계적 신경과학자이자, 인간의 사랑에 대한 뇌 과학을 다룬 책 ‘끌림의 과학’의 저자이기도 한 래리 영 미국 에머리대 소장, 우울증의 뇌 과학자 메커니즘을 규명하며 우울증 치료제 개발 단서를 제시한 공로로 2022년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수상한 헤일런 후 중국 저장대 신경과학센터장 등 저명한 과학자들이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각국 석학과 신진연구자들은 사회적 인정, 의사결정, 스트레스, 공격성에서 공감, 사랑, 양육하는 부모의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주제로 토론했다.

5일 열린 IBS-키스톤 심포지아 공동 콘퍼런스에 모인 뇌 과학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뒤에 서 있는 연구자가 책 ‘끌림의 과학’의 저자이자 이번 콘퍼런스의 공동 조직위원장인 래리 영 미국 에모리대 교수다. ⓒ 기초과학연구원

IBS는 2017년 키스톤 심포지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총 3회의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적 학술행사까지 영향을 미쳤고, 두 기관은 3년 만에 두 번째 콘퍼런스를 재개하게 됐다.

노도영 IBS 원장은 “개설 50주년을 맞는 키스톤 심포지아를 IBS와 함께 한국에서 개최하게 되어 뜻깊다”며 “신경과학과 같은 다학제간 연구는 상호 교류 및 협력이 중요한 만큼, 이번 콘퍼런스가 인류의 사회적 행동을 결정하는 뇌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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