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속 ‘교통 정체’ 치매·루게릭 유발

존스홉킨스 연구진 '네이처'에 발표

2015.08.27 09:50 김병희 객원기자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돌연변이가 어떻게 루게릭병과 치매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은 인간 염색체 9번에 있는 유전자(C9orf72)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RNA 분자들이 단백질 수송 핵심통로를 막음으로써 뇌세포 핵의 바깥에서 분자 교통로 정체가 나타나고, 뇌세포의 기능과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또한 이 개념을 증명하는 실험을 통해 분자 치료로 ‘교통로 정체’를 부분적으로 해소하고 뇌세포 안의 분자 흐름을 복구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6일자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이 대학 신경학과 교수이자 뇌과학연구소 이사인 제프리 로드슈타인(Jeffrey Rothstein) 박사는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 축색 경화증(ALS)와 전측두엽 치매(FTD)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인 이 돌연변이는 이미 수년 전에 발견됐으나 전형적인 유전자 돌연변이가 아니기 때문에 판도를 뒤집을 만한 발견”이라며, “이제 뇌와 척수세포의 조기 손상 원인에 대해 얼마간의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C9orf7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루게릭병 환자에게서 생성된 빨간색의 뉴런들과, 흰색의 핵 속에 있는 노란색의 RanGAP 단백질 덩어리가 표시돼 있고, 다른 세포의 핵은 파란색으로 보인다. ⓒ Jeffrey Rothstein laboratory, Johns Hopkins Medicine

C9orf7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루게릭병 환자에게서 생성된 빨간색의 뉴런들과, 흰색의 핵 속에 있는 노란색의 RanGAP 단백질 덩어리가 표시돼 있고, 다른 세포의 핵은 파란색으로 보인다. ⓒ Jeffrey Rothstein laboratory, Johns Hopkins Medicine

유전적 돌연변이는 이들 질병과 관련된 가장 흔한 유전적 위험요소로서 유전성 루게릭병의 40%, 유전성 전측두엽 치매의 25%를 차지하며, 비유전성 루게릭병과 전측두엽 치매의 10% 가량을 차지한다. 두 질병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경세포가 퇴행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측두엽 치매는 대개 65세 이하 연령층에서 잘 걸리는 치매의 한 종류로, 발병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나 말하기와 언어 이해 및 감정 표현에 장애를 보인다. 루게릭병은 신경세포의 퇴행이 뇌와 척수에까지 번져 점차 전신의 근육을 움직이기가 어렵게 되는 질환이다.

RanGAP C9orf72 변이에 따른 반복 복제의 대상

로드슈타인 교수에 따르면 연구팀은 C9orf72 유전자 변이가 DNA의 한 구성 블럭을 다른 것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섯개의 DNA 뉴크레오티드 구간을 수백번 반복 복제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변이된 DNA의 영향을 받은 세포들은 반복적으로 만들어지는 RNA의 긴 끈들을 생겨나게 한다는 것이다. RNA는 통상 DNA의 유전코드를 핵산 밖으로 내보내 그 코드에 따른 단백질이 생성되도록 하는 유전물질이다.

2013년에 로드슈타인 교수팀은 세포 안에서 반복성 RNA 끈이 직접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400개 이상의 단백질을 식별해 냈다. 그리고 이번에 존스홉킨스대 신경학과 토마스 로이드(Thomas Eugene Lloyd) 교수와 함께 이 단백질 중에서 변이된 RNA 효과를 매개하는 핵심 단백질인 RanGAP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로이드 교수는 “인간 루게릭병과 전측두엽 치매를 가진 초파리 모델을 활용해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뇌세포 사멸을 막는 400개의 후보 단백질을 추려낼 수 있었다”며, “이 작업을 통해 그중 RanGAP이 바로 C9orf72 변이에 따른 반복 복제의 대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RanGAP의 기능이 복원되면 뇌세포 사멸을 막게 된다.

건강한 세포에서 RanGAP은 분자들이 핵막의 작은 구멍으로 운송되도록 돕는다. 이 핵막 소공은 세포를 채우고 있는 액체상태인 세포질과,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세포의 중심부분인 세포핵과 연결된다.

초파리 모델과 해부된 뇌조직 통해 개념 확인

루게릭병 관련 C9orf72 유전자 변이를 가진 초파리와 인간 뇌세포에 대한 이번 실험에서 로드슈타인 교수와 로이드 교수는 RanGAP이 세포핵 바깥에 뭉쳐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RanGAP의 도움을 얻어 세포핵으로 운송되는 단백질들은 핵막 소공을 통해 이동하지 않는다.

로드슈타인 교수는 “연구팀은 인간 줄기세포와 초파리 모델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으나 환자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사실들을 실제로 확인하고 싶어 해부된 인간 뇌조직을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뇌조직에서 RanGAP와 다른 단백질들이 뭉쳐있는 것을 발견하고 두 병의 발병 원인을 확실히 확인하게 됐다.

초파리와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한 또다른 실험에서 연구팀은 반복성 RNA 끈들과 결합하도록 디자인된 RNA의 한 조각인 역배열 올리고 핵산염을 첨가하고, 그 끈들이 RanGAP와 상호작용을 하지 못 하도록 막았다. 그러자 막혔던 핵산 소공이 다시 열리고 핵심 단백질들이 세포핵 속으로 이동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로드슈타인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제약회사와 협동연구를 시작했으나 시판 약이 개발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로드슈타인 교수는 “C9orf72 유전자 변이와 뇌세포 사멸 사이의 여러 단계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질병 치료를 위한 훌륭한 타겟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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