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높은 수학 점수에 연연하지 말자”

[창조+융합 현장] 황준묵 교수, ‘수학자의 길(Career path)’ 강연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2014 ICM)’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운 소통과 나눔이다. 18일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소통의 장이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수학자들과 한국의 영재들이 소통을 나눌 수 있는 행사다.

‘과학영재, 미래 필즈상을 꿈꾸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오후 첫 번째 강연의 연사는 고등과학원 황준묵 교수(51). 이번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기조강연을 한 인물이다. 복소기하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황 교수는 한국의 과학영재 400명을 초청한 이 자리에서 ‘수학자의 길’이란 주제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어린 시절 “남들보다 수학을 매우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올림피아드와 같은 대회에 나가 입상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풀기 요령 대신 진짜 실력 키워야

스스로 수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대학에 가서도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미래 직업에 대해 뚜렷한 행로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대학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고급 기하학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경험이 그의 인생행로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18일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2014 ICM)'에서 열린 '과학영재, 미래 필즈상으로 가는 길' 행사. 고등과학원 황준묵 교수가 전국에서 모인 과학 영재들에게  수학자의 길'에 대해강연하고 있다.

18일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2014 ICM)’에서 열린 ‘과학영재, 미래 필즈상으로 가는 길’ 행사. 고등과학원 황준묵 교수가 전국에서 모인 과학 영재들에게
수학자의 길’에 대해강연하고 있다. ⓒ ScienceTimes

 황 교수는 이때 “기하학과 자신이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기하학을 하면 매우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판단을 한 그는 얼마 후 하버드대학 대학원에 입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던 기하학을 전공한다.

그리고 지금 세계 최고 수학자들이 참가하는 ‘세계수학자대회(ICM)’의 핵심 참가자가 돼 있다. 이날 강연에서 황 교수는 어린 학생들에게 수학 점수에 연연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훌륭한 수학자가 되기 위해 특별히 높은 점수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할 때 대학은 물론 대학원 수학 강의까지 모두 A+를 받은 학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미국의 좋은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결국 좋은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고 탈락했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수학점수를 잘 받는 요령은 알았지만 진짜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 스스로도 대학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 위상수학의 점수가 매우 높아, 대학원 수강까지 했고, 그곳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유학 시절 박사 코스에 들어가기 위한 자격시험에서 위상수학 때문에 큰 위기를 맞았다. 이 과목이 가장 약해 더 배우고 오라는 주문이었다. 그런 경험을 한 후 점수에 대한 신뢰를 다 버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학교, 학원 등에서는 실제 수학 실력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수학 점수를 높이기 위한 요령을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험성적만을 위한 공부는 아주 위험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천재 아닌 달인

황 교수는 수학을 스포츠와 비교했다. 둘이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다.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하듯이 좋은 수학자가 되려면 인수분해‧수열과 같은 기초적인 것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수학의 기초체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조언했다.

먼저 ▲자기 수준을 뛰어넘는 문제에 도전하고 ▲자신에게 있어 재미있는 공부 방법을 찾으며 ▲ 문제 푸는 요령보다 진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연습을 해나가기를 바랐다.

“높은 수학점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턱걸이‧달리기를 가장 많이 한 선수가 뛰어난 수영‧피겨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 인수분해‧수열 등을 잘 한다고 해서 좋은 수학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수학 어떤 분야에 맞는지 그것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학 역시 스포츠처럼 종목이 수십 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을, 장미란 선수가 역도를 하듯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종목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수학자들과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18일부터 21일까지 △필즈상으로 가는 길 △응용수학분야 소개 △수학분야 유망직업군 소개 등 3개 주제로 진행된다.

‘필즈상으로 가는 길’ 세션에서는 고등과학원 황준묵 교수에 이어 오는 20일 2010년 필즈상 수상자인 세드리크 빌라니(Cedric Villani) 교수 등이 강연할 계획이다. 주제는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에서 직업 수학자로 성장하는 과정과 필즈상을 타기까지의 노력 등이다.

‘응용수학’ 세션에서는 미국수학회가 운영하는 ‘수학 모멘츠(Mathematical Moments)’ 프로그램을 통해 수학이 인류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학원리응용센터와 연계해 수학과 산업의 융합 방안 등을 제시한다.

‘유망 직업군 소개’ 세션에서는 글로벌금융학회 부회장인 전인태 가톨릭대 교수가 수학 전공자가 진출할 수 있는 유망 분야 중 하나인 금융전문가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제시하고, 금융수학 분야 진로 멘토링을 진행한다.

실무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행사를 통해 과학영재들이 수학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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