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내놓으며 존재를 예측했던 중력파를 100년만에 입증한 물리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 라이너 와이스(Rainer Weiss, 85)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Barry C. Barish, 81)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명예교수, 킵 손(Kip S. Thorne, 77) 칼텍 명예교수 등 3인을 2017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3인은 중력파 검출을 위해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 Wave Observatory; 라이고)를 만들어 2015년 9월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으로 입증하면서 노벨물리학상 1순위로 거론돼왔다.
중력파는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충돌 같은 큰 우주현상이 일어날 때 중력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파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하는 곳에서는 일시적으로 시간 흐름이나 물체 위치가 변한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존재를 예견하면서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시공을 초월하는 장면으로 흔히 묘사됐지만 실제 파장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노벨상위원회는 “40년간의 노력끝에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 우주 탄생과 진화 과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는 장을 열었다”며 “중력파 검출은 세계를 흔든 발견”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초기 라이고 소장을 맡아 중력파 검출기 설계와 구현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로널드 드리버 칼텍 전 명예교수는 안타깝게 지난 3월 85세로 사망해 최종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 라이고 설계와 중력파 검출, 국제협력 연구에 큰 기여
이번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3인은 라이고 검출기 설계와 구현, 그리고 중력파 검출에 지대한 공을 세운 연구자들이다.
1932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와이스 교수는 3인 가운데 가장 큰 기여도를 인정받아 상금 900만 크로나(약 12억 7000만원) 중 절반을 배분받는다. 와이스 교수는 74년 ‘웨버 실린더’라고 불리는 장치보다 100만배쯤 감도가 높은 초정밀 레이저 간섭계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으며 중력파 관측을 위해 필요한 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MIT와 칼텍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으로부터 중력파 검출 연구에 관한 R&D기금을 지원받기 시작했으며 킵 손, 고 로널드 드리버 교수와 함께 라이고 프로젝트를 세계 과학계에 제안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우리나라 연구자를 포함해 전세계 15개국 1000여명의 과학자들이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해 결국 중력파 존재를 확인하는 대성과를 이룬 셈인데 이 초석을 닦은 인물이 바로 와이스 교수이다.
배리시 교수는 라이고 탐지기 건설 시작 당시인 1994년에 프로젝트 연구책임자를 맡아 이 실험을 대규모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 키운 주역이다. 현재 라이고-비르고(VIRGO, 유럽 이탈리아 소재의 또다른 중력파관측소로 라이고와 동시에 4번째 중력파를 관측하는데 성공) 과학협력단장을 맡고 있다.
킵 손 교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 과학자문을 맡았으며 2015년 한국을 방문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물리학자이다. 1967년 칼텍 최연소 교수가 된 이후 중력물리학, 천체물리학에 큰 공헌을 했으며 스티븐 호킹, 칼 세이건과의 우정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인 라이고(LIGO)를 구축해 중력파 검출에 성공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이 1915년 중력파 존재를 예측한지 100년만에 실체를 입증해냈다. ⓒ ScienceTimes
# 중력파 연구 100년, 비밀의 문을 열다
사이언스지는 ‘2016년 혁신 연구(Breakthrough of the Year)’ 10개 중 으뜸으로 라이고 중력파 연구성과를 꼽았으며 지난 14년간 39명의 수상자를 예측해 ‘노벨상 족집게’로 유명한 클래리베이트(옛 톰슨 로이터)는 킵 손 등 중력파 연구자들을 2년 연속 노벨물리학상 유력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21세기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손꼽을 정도로 중력파 확인이 전세계 과학계에 던진 흥분과 놀라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 탄생을 이해할 수 있는 큰 실마리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전인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중력파 존재를 예측했다. 그 이후 SF를 통한 상상의 영역에서 중력파는 시공이 뒤틀린 환상적인 우주 세계를 묘사하는 재료로 흔히 사용됐다. 반면 실제 연구에서는 꾸준한 접근이 이뤄졌음에도 관측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1969년 메릴랜드대학의 조지프 웨버는 약 15cm짜리 알루미늄관을 안테나로 사용해 중력파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웨버 실린더라고 불리는 검출기이다. 웨버의 연구는 다른 과학자들이 중력파 존재 연구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1978년에는 조지프 테일러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등이 상대의 주변을 도는 중성자성 쌍을 발견해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하면서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 남극에 설치한 망원경을 사용해 중력파를 포착했다고 주장한 연구그룹도 있다.
2000년 NSF가 이 비밀을 풀기 위해 R&D 투자에 나서면서 중력파 연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2000년부터 15년간 총 8억 2000만 달러를 라이고에 투입해 대대적인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전세계 15개국에서 1000여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마침내 2015년 9월,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한다. 3000km 떨어진 워싱턴주와 루이지애나주의 검출기 2개를 가동해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2개의 블랙홀이 충돌하기 직전 0.15초간 발생한 중력파를 탐지한 것이다.
# 과거 노벨물리학상 수상 분야
지난 10년간 노벨물리학상으로 선정된 연구 분야를 살펴보면 중력파를 비롯해 힉스 입자, 중성미자 등 굵직굵직한 성과들이 돋보인다.
2016년에는 위상 물리학자 3인에게 그 영광이 돌아갔다. 데이비드 사울레스 워싱턴대 명예교수, 마이클 코스털리츠 브라운대 교수, 덩컨 홀데인 프린스턴대 교수는 위상적 상전이(topological phase transition)와 물질의 위상적 상(topological phases of matter)을 이론적으로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들 수상자는 ‘위상(位相, phase)’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체·액체·기체 상태의 물질 변화가 2차원과 1차원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양한 이론을 통해 밝혀냈다.
2015년에는 일본의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와 아서 맥도날드 캐나다 퀸스대 명예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으며 중성미자가 이동 중 변화를 통해 미량의 질량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4년에는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이, 2013년에는 힉스 입자 존재를 예견한 연구가 각각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양자 입자 파괴없이 측정 가능한 방법 발견(2012년), 초신성연구로 우주의 가속팽창 성질 규명(2011년), 2차원 그래핀 연구업적(2010년), 광섬유의 빛 전달과정 연구(2009년), 자연계에서 쿼크의 존재를 보여주는 대칭성 깨짐의 기원 발견(2008년) 등이 수상 분야로 기록됐다.
# 수치로 보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노벨물리학상은 물리학 발전의 큰 진전을 확인하는과학계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수상자 본인에게는 최고의 명예가 주어지는 인생 역작의 의미가 있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올해 2017년까지 117년간 총 111회의 선정이 이뤄졌다. 단독 수상보다는 2~3인 공동 수상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치를 통해 노벨물리학상 117년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111-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1회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선정이 이뤄졌다. 1916년, 1931년, 1934년, 1940년, 1941년, 1942년에 수상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제1, 2차 세계대전의 여파 등으로 연구 성과가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벨위원회의 설명이다.
207-지금까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총 207명이다. 이 가운데 단독 수상자는 총 47명이다. 2명이 공동 수상한 경우는 32회였으며 올해처럼 3명이 공동 수상한 경우도 32회였다.
2-여성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딱 2번이다. 1903년 마리 퀴리(Marie Curie)와 1963년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Maria Goeppert-Mayer)가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마리퀴리는 이후 191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1-노벨물리학상을 두번 수상한 연구자는 존 바딘(John Bardeen)이 유일하다. 미국의 물리학자로 반도체 연구 및 트랜지스터 개발로 유명하며 1956년, 1957년 연속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55-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평균 나이는 55세이다.(1901-2016년)
이밖에 노벨물리학상 최연소 수상자는 1915년 아버지와 함께 선정된 호주 물리학자 로렌스 브래그(Lawrence Bragg)로 당시 25세였다. 최고령 수상자는 미국 물리학자 레이먼드 데이비스(Raymond Davis Jr.)로 2002년 선정 당시 88세였으며 2006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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