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간 호모사피엔스와 같은 시기를 살다 멸종된 네안데르탈인들은 동굴에 벽화를 그리고, 죽은 사람을 위해 장례의식을 치렀던, 나름의 문화를 가졌던 인류족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유전자는 적으나마 현대인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최근 영국과 스페인 등 국제 다학제간 연구팀은 현대인의 가장 가까운 조상인 네안데르탈인들이 말을 못 하고 괴상한 소리를 내는 ‘만화 속의 원시인’이 아니라, 현대인과 같이 말을 인식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지녔었다는 새로운 연구를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영국 빙햄턴대 인류학과 롤프 쾀(Rolf Quam)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이 분야를 천착하면서 쌓아온 나의 경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연구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연구 결과는 확실하며, 네안데르탈인들이 인간의 말을 인식하고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쾀 교수는 “화석 증거를 기반으로 언어 진화를 밝히려는 연구는 인류학에서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연구로, 진행 중인 연구 자체가 극소수인데 이번 연구도 그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 현대인과 같이 인간의 말소리를 생성하는 유사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들의 귀는 이런 주파수를 인식하도록 ‘조정(tuned)’됐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화가 찰스 나이트(1874~1953)가 그린 르 무스티에 네안데르탈인들 상상도. © WikiCommons / Charles R. Knight
“네안데르탈인의 언어 능력은 오래된 숙제”
언어의 진화, 그리고 특히 네안데르탈인의 언어 능력은 인류 진화 문제에서 오랫동안 지속해 온 질문으로 알려진다.
논문 공저자이자 스페인 아타푸에르카(Atapuerca) 동굴 유적 발굴 및 연구 공동 책임자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 후앙 루이스 아르수아가(Juan Luis Arsuaga) 고생물학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 진화 연구의 핵심 질문 중 하나는 인간의 의사소통 형태인 구어가 다른 종의 인간 조상 특히 네안데르탈인에게도 존재했는지의 여부였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는 네안데르탈인들이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추론을 어떻게 이끌어냈는지를 재구성했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CT 스캔을 기반으로 아타푸에르카 지역에서 나온 네안데르탈인 조상들의 화석을 비롯해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귀 구조의 가상 3차원 모델을 생성했다.
이 3차원 모델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청각 생물공학 분야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 기반 모델에 입력돼, 현대인들이 말하는 소리의 주파수 대부분을 포함하는 최대 5kHz까지의 듣기 능력을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조상인 아타푸에르카 화석인들과 비교해 네안데르탈인들은 4~5kHz 사이에서 좀 더 나은 청력을 보여 현대인들과 더욱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왼쪽)과 아무드1 네안데르탈인(Amud 1 Neandertal, 오른쪽)의 3차원 모델 및 가상적으로 귀를 재구성한 모습. © Mercedes Conde-Valverde
“더 많은 정보 포함하는 자음 사용 많아”
연구팀은 이와 함께 각 인류 종들에서 점유 대역폭(occupied bandwidth)으로 알려진 최대 감도 주파수 범위를 계산했다.
점유 대역폭은 통신 시스템과 관련이 있어서 점유 대역폭이 더 넓으면 각 인류 종들이 구두 의사소통에서 사용하는 음향 신호를 손쉽게 구별할 수 있는 숫자가 더 많아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인 의사소통 효율성을 향상하게 된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아타푸에르카의 조상들과 비교해 더 넓은 대역폭을 보여주었고, 이 특성에서 현대인들과 더욱더 가까웠다.
논문 제1 저자인 스페인 알칼라대 메르세데스 콩데-발베르데(Mercedes Conde-Valverde) 교수는 “유사한 청각 능력 특히 유사한 대역폭의 존재는 네안데르탈인이 현대인이 말하는 것과 같은 복잡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얻은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네안데르탈인들의 말에 자음 사용이 증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말하기 능력에 대한 대부분의 이전 연구는 구어 영어에서의 주 모음 생성 능력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그러나 자음 사용은 음성 신호에서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는 한편 인간의 말과 언어를 거의 모든 다른 영장류들의 의사소통 패턴과 분리하기 때문에 모음 강조는 잘못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사실은 이번 연구의 매우 흥미로운 측면으로서, 화석 조상들의 언어 능력에 관한 새로운 제안이다.
현대인과 네안데르탈인 및 아타푸에르카 동굴 화석인(the Sima de los Huesos)의 귀 해부학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청각 패턴. 네안데르탈인은 그들의 조상인 아타푸에르카 동굴 화석인과 비교할 때, 인간의 구어에서 자음 생성과 관련된 음향 정보를 포함하는 주파수 범위인 3.5 ~ 5kHz 사이의 높은 감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인과 더 가깝다. © Mercedes Conde-Valverde
“100년 이상의 연구 끝에 결정적인 답 제공”
이번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네안데르탈인은 우리 현대인과 같이 인간의 말소리를 생성하는 유사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들의 귀는 이런 주파수를 인식하도록 ‘조정(tuned)’됐다는 점이다.
네안데르탈인의 청각 능력 변화는 그들의 아타푸에르카 조상들과 비교할 때, 석기 기술의 변화와 불의 사용 및 상징적 관행들을 포함해 점증하는 복잡한 행동 패턴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와 일치한다는 것.
따라서 이번 연구는 인간의 진화 과정 전반에 걸쳐 점차 행동 양식이 복잡해지면서 음성을 통한 의사소통의 효율성도 증가하는 공동진화(coevolution)를 지지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연구팀은 이번 새 연구 결과를 내기까지 거의 20년 동안 연구 라인을 개발해 왔고, 더 많은 화석종으로 분석 연구를 확장하기 위해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
스페인 알칼라대 이냐시오 마르티네즈(Ignacio Martinez)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만족스럽다”고 평하고,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100년 이상의 연구 끝에 네안데르탈인의 언어 능력 문제에 대한 결정적인 답을 제공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10212)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잉여 영양분을 세포 안에 축적해 살이 찌게 하는 '백색 지방세포'를 영양분을 태워 없애는 '갈색 지방세포'로 바꾸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과 고명곤 교수팀이 전북대 안정은 교수팀과 공동으로 TET(Ten-eleven translocation) 단백질을 억제하면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화 되고, 기존 갈색 지방세포는 더 활성화돼 열량 소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처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알아보고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친구를 맺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보다 체취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으며, 냄새 판별 기기인 전자코(eNose)를 통해 체취를 확인하면 서로 낯선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케미가 맞는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실제로 후각 차원에서 화학(chemistry)이 작용하는 셈이다.
기후변화로 대기 중 오존 농도가 짙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기후변화와 오존을 주제로 한 현안 보고서를 27일 홈페이지(www.nier.go.kr)에 공개한다. 보고서는 그간 나온 국내외 논문·통계자료·기사 등을 종합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오존 농도는 1989년 0.011ppm에서 2020년 0.03ppm으로 상승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 Net)으로 누리호 탑재 위성들을 포착했다고 24일 밝혔다. 누리호가 성능검증 위성과 더미 위성을 궤도에 무사히 올려놓은 것을 확인한 것이다. 천문연은 누리호 발사 당일인 지난 21일 오후 8시 20분부터 모로코에 있는 OWL Net 2호기로 추적을 시작해 22일 낮 12시 52분 3초와 오후 1시 3분 26초 사이에 발사체 3단과 더미 위성을 관측했다.
노화는 인간을 비롯해 모든 동물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장수'의 상징이 돼온 일부 거북 종은 놀라울 정도로 적은 노화 현상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는 최신호에서 이런 증거를 제시한 두 편의 논문을 나란히 다뤘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등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생태학 부교수 데이비드 밀러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거북은 물론 양서류와 뱀, 악어 등을 포함한 사지 냉혈동물 77종의 노화와 수명을 비교했다.
유방암은 흔한 암 유형 가운데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는 사람이 약 230만 명에 달한다. 유방암도 초기에 찾아내면 대체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훨씬 더 치료하기 어렵다. 암의 전이는,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순환 종양 세포' 클러스터(CTCs)가 혈류를 타고 다른 기관으로 이동해 새로운 종양을 형성하는 것이다.
화성 탐사 후발주자인 중국이 미국보다 2년 앞서 화성 암석시료를 지구로 가져올 것이라고 중국 우주탐사 관계자가 밝혔다. UPI 통신과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 등에 따르면 중국의 화성탐사 미션 '톈원(天問)1'을 설계한 쑨쯔어저우 연구원은 지난 20일 난징대학 개교 120주년 세미나에 참석해 우주선 두 대를 활용해 화성 암석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톈원3호' 계획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