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다”

학생 진로 체험의 날 개최…데니스 홍 UCLA대 교수 기조강연

“로봇이 넘어지고 고장 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이 같은 교훈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산학협력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2020 산학협력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온라인 행사장. 행사를 시청하는 학생들의 진로 체험을 위해 화면에 등장한 데니스 홍 UCLA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는 로봇공학자라는 직업과 보람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가 학생들의 진로 체험을 위한 강연에 나섰다 ⓒ 유튜브 영상 캡처

학생진로체험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초·중·고 학생들과 사회 초년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직업을 소개하여 청소년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만들며 로봇 개발 보람 느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맡은 홍 교수는 “꿈과 직업이 같으면 가장 행복하겠지만, 어릴 적 꿈이 직업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다만 직업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꿈을 잃지 않으면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홍 교수는 로봇공학자라는 직업 외에도 요리와 마술, 그리고 테마파크 디자인이라는 취미를 갖고 있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전문가 수준이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이런 전문적인 취미를 갖고 있는 이유에 대해 홍 교수는 “나 자신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내가 만든 요리와 내가 보여준 마술, 그리고 내가 설계한 테마파크 놀이시설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공학자로서의 삶이 학문 위주에서 가치 위주로 바뀐 계기에 대해 “과거 얼떨결에 참여했던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 개발 대회가 직업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꿨다”라고 전하며 “예전에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식으로 설정한 반면에 시각장애인 자동차를 개발한 이후에는 가슴으로 그 목적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라고 회상했다.

홍 교수가 소개한 일화는 미국의 시각장애인협회(NFB)가 개최한 시각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개발 대회인 ‘시각장애인 드라이버 챌린지’에서 시작됐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만져보면서 희망을 가져보는 시각장애 소년 ⓒ 유튜브 영상 캡처

처음에 대회에 참가신청을 제출할 때만 해도 당시 개발하기 시작한 자율주행 자동차에 시각장애인을 태워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면 우승하는 대회인 줄 알았다. 그러나 협회가 원한 자동차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아니었다. 시각장애인이 직접 판단해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였던 것이다.

뒤늦게 대회 요강을 파악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참가를 포기했지만 홍 교수는 도전 정신이 생겼다. 일단 안대로 눈을 가리는 시각장애인 체험을 했고, 시각장애인협회에 가서 시각장애인들과 생활하며 면밀히 관찰했다.

마침내 홍 교수와 연구진은 ‘데이비드’라는 이름의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 자동차는 헤드폰을 쓴 시각장애인이 컴퓨터의 지시를 받아 운전대를 움직이면서 진짜 운전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홍 교수는 “지금도 웨스라는 이름의 시각장애인 청년이 무사히 데이비드를 운전한 후에 지어 보인 그 행복한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라고 밝히며 “비록 빠르게 운행하지는 못하는 자동차였지만, 자신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한 후 보여준 행복한 웃음을 보며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가졌다”라고 덧붙였다.

실패해 봐야 실패의 원인 알 수 있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로봇을 개발하고자 하는 열정은 이후 재난 로봇 개발로 이어졌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복구 과정에서 피해를 입자 미국에서는 국제적인 재난구조용 로봇대회를 개최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장소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로봇은 자동차에 올라탄 채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해야 한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나무와 덤불이 우거진 도로를 통과하고, 건물 입구에 쌓은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또한 사다리에 오르고 콘크리트로 된 벽도 부숴야만 한다.

최종 결선까지 올랐지만 홍 교수가 출품한 로봇은 중간에 넘어지면서 탈락했다. 그는 “우승이 목표였다면 대회 요강에 맞는 맞춤형 로봇을 제작했을 테지만, 인류를 구할 로봇을 개발하는 테스트 무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라고 언급하며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일상을 돕기 위한 따뜻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국제 재난구조용 로봇대회는 사람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최됐다 ⓒ 유튜브 영상 캡처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을 주는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홍 교수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공부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왜 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소질과 맞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취직이 잘 될 거라는 생각에 공대에 진학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공학은 과학이란 도구와 수학이란 언어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다들 소명 의식은 없고, 욕망만 있으니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왜 하는지도 몰라서 좌절하는 것 같다는 것이 홍 교수의 생각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홍 교수는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로봇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갑자기 넘어지는 것인데, 고장 나고 넘어져야 봐야 극복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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