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 기존 예측보다 더 위험해

빙하기 말기 때 빙하 후퇴 속도 갑자기 빨라져

남극 빙하가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약 1만 1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남극 대륙 빙하의 일부가 1년에 약 10㎞나 후퇴했다.

연구진이 수중 자율로봇차량을 이용해 이미지화한 남극 빙하 후퇴 흔적. ⓒ Julian Dowdeswell

이는 오늘날 가장 빠르게 녹는 빙하가 후퇴하는 속도보다 10배가량 빠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스콧 극지연구소의 줄리안 다우즈웰 소장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는 마지막 빙하기 말기 무렵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하는데, 그런 현상이 오늘날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주 저자인 다우즈웰 소장은 “이 연구는 남극 대륙 빙하의 후퇴 속도가 이렇게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최초의 연구”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5월 29일자에 게재됐다.

미국 환경전문지 ‘이엔이뉴스(E&E News)’에 의하면 연구팀은 해저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중 로봇 차량(AUV)을 이용해 남극반도 동부 라센 빙붕 인근 해저를 조사했다. 이 로봇 차량은 해저에서 수천 년 이상 완벽하게 보존된 능선 무늬를 이미지로 만들었는데, 그러한 종류의 능선 무늬는 빙하가 얼음을 잃고 빙판으로 후퇴하면서 형성된다.

연구팀은 바다의 조수가 이 같은 능선 무늬를 만든 중요한 요소라고 추정했다. 즉, 조수가 밀려오면 빙하를 흔들어 바다 밑바닥에서 얼음을 들어 올리고, 조수가 빠지면 얼음이 다시 제자리로 가라앉게 되는 것.

안정된 상태의 빙하는 조수가 드나들 때마다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올라갔다 내려간다. 그러나 빙하는 차츰 얼음을 잃게 되면서 조수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게 된다. 그 과정은 해저에서 능선 무늬를 만들게 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빙하가 어떻게 뒤로 후퇴했는지를 표시한다.

1만 1000년 전 빙하 매일 40~50m 후퇴

연구팀은 능선 무늬를 이용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빙하의 후퇴가 얼마나 빨리 이뤄졌는지 분석한 결과, 당시 그 지역의 얼음은 매일 40~50m씩 후퇴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년으로 치면 10㎞ 이상 후퇴한 것이 된다.

그에 비해 오늘날 남극 대륙에서 가장 빠르게 녹는 빙하 중 하나인 ‘파인 아일랜드 빙하’는 지난 수십 년간 매년 1㎞가 조금 넘는 속도로 후퇴해왔다.

남극 대륙의 파인 아일랜드 빙하와 거기서 떨어져 나온 ‘빙산 B-49’. ⓒ NASA Earth Observatory

남극 대륙 서쪽에 위치한 250㎞ 길이의 파인 아일랜드 빙하는 2000년 이후 계속 균열이 발생하며 거대한 빙산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곳이다. 지난 2월 10일에 파인 아일랜드 빙하에서 거대한 빙산이 떨어져 나왔는데, ‘B-49’라고 이름 붙여진 그 빙산의 크기는 서울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300㎢에 이른다.

연구팀은 1만 1000년 전에 어떠한 물리적 과정이 그처럼 빙하를 빨리 후퇴시켰는지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또한 연구팀은 당시 빙하의 높은 후퇴율은 몇 년 이상 지속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재 남극 빙하의 퇴각 속도와 비교하면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우즈웰 소장은 현재의 상황이 마지막 빙하기 말기에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언제 어디서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할지 등 빙하의 미래를 예측할 때 모델에 의존한다. 하지만 빙하 모델은 대부분 만들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빙하가 기후변화에 물리적으로 어떻게 반응할지를 표면으로만 연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극, 가장 빨리 온난화 진행 중

그런데 최근 들어 여러 연구들이 해수면 상승에 대한 이전의 예측 수치가 너무 낮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시작했다. 즉, 전 세계의 빙하가 이전에 예측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 역시 그런 불안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보면 된다.

한편, 지난 2월 6일에는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남극에서 역대 최고 기온이 관측돼 화제가 됐다. 남극반도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에스페란자연구소에서 그날 기온을 측정한 결과 18.3℃로 측정된 것. 남극은 북반구와 반대로 2월이 여름의 최절정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그처럼 높은 기온이 ‘푄 현상’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지역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남극에서 녹은 빙하의 양은 1979년부터 2017년까지 약 6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남극 대륙의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지구 해수면은 60m까지 상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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