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펭귄을 쫓는 동물행동학자의 일기

[2019 우수과학도서] 펭귄의 여름

펭귄은 짧은 다리, 불룩한 배, 분홍 발로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 때문에 덤벙거리는 하루를 보낼 것 같지만 사실은 여름 내내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며 온종일 바다에 나가 먹이를 구해 오는, 성실한 일상을 사는 동물이다. ⓒ게티이미지

‘펭귄 마을’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남극 킹조지 섬의 나레브스키 포인트. 펭귄은 짧은 다리, 불룩한 배, 분홍 발로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 때문에 덤벙거리는 하루를 보낼 것 같지만 사실은 여름 내내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며 온종일 바다에 나가 먹이를 구해 오는, 성실한 일상을 사는 동물이다.

여름이면 북극으로, 겨울이면 남극으로 떠나는 동물행동학자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그는 매년 한 번씩 남쪽의 끝과 북쪽의 끝으로 날아가 그곳에 사는 동물의 행동 생태를 연구한다. 그런 그가 남극에서 부지런히 뒤를 쫓으며 연구하는 동물은 펭귄이다.

12월부터 2월 사이는 남극에도 여름이란 계절이 찾아오는 시기다.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것만으로 ‘여름’과 ‘따듯하다’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곳. 남극에 여름이 오면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5000여 쌍은 킹조지 섬의 ‘나레브스키 포인트’라 불리는 펭귄 마을에 모여 부지런히 둥지를 만들고 알을 부화해 새끼를 키운다.

펭귄들이 새끼를 키워내느라 두 달 남짓한 짧은 여름을 압축해서 사는 바로 그 시기에, 이원영은 남극의 킹조지 섬으로 날아가 세종과학기지에 짐을 풀고 매일같이 펭귄 마을을 찾는다.

동물행동학자 이원영은 ‘펭귄 박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평소 현장에서의 과학적 발견을 사람들과 나누는 데 관심이 많아 SNS는 물론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캐스트, 한국일보 연재 등으로 극지와 펭귄, 동물과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부지런히 전해왔다.

하지만 이 책에는 ‘펭귄 박사’ 이전에 ‘펭귄 덕후’인 그의 면모가 더욱 짙게 담겨 있다.

펭귄의 성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진심이 글과 그림으로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동물을 향한 애정과 그들과의 공존을 고민하는 한 연구자의 기록이 아주 먼 극지의 동물을 새롭게, 그리고 아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펭귄의 여름 ⓒ 생각의힘

저자는 어릴 적 좋아하는 곤충을 채집하고 재미 삼아 키워보려 했다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금방 죽어나가는 모습에 자신의 애정이 잔인함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후로 표현의 방식을 ‘채집’에서 ‘바라보기’로 전환해, ‘바라보기’로 동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동물행동학자가 되었다.

이 책은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의 생활과 펭귄의 생물·생태학적 특징(수면, 잠수 깊이와 시간, 번식과 성장, 취식지, 깃갈이 등)을 다양하게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한 인간이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너무나 쉽게 유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펭귄. 그러나 펭귄은 사실 남극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동물이다.

인류에게 언제나 신비로운 장소인 남극과 매년 여름 한곳에 모여 번식을 이어가는 5000여 쌍의 펭귄을 관찰하는 과학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펭귄과 극지에 대한 지식은 물론 동물과 함께 지구에 공존하는 한 생물종으로서의 인간을 돌아보게 한다.

(296)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