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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나치 UFO 전설의 진원지인 ‘AS-6’

[밀리터리 과학상식] 원반형 날개 항공기 시제품 제작…착륙 이상으로 폐기

나치 독일의 원반형 날개 실험기 AS-6. 이후 ‘나치 UFO 전설’의 진원지가 되었다. Ⓒ 위키피디아

솔직히 ‘황당한 첨단 병기’ 하나쯤 안 만들어 본 나라도 드물긴 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나치 독일은 그 정도 면에서 유독 심각했다. 불리한 전황, 그 전황을 역전시킬 필살기를 찾던 히틀러 독재 정권과 독일 군수계통, 방위 산업체 등의 바람이 황당한 첨단 병기 개발에 집중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황당하기까지 한 당시의 최첨단 기술과 개념이 적용된 ‘분더바페(Wunderwaffe, ‘경이로운 무기’라는 뜻의 독일어’를 그야말로 분수처럼 고안해내고, 이 중 일부를 최소한 시제품 이상 단계로까지 구현해 냈다.

이런 무기들에 혹한 사람들은 별의별 음모론을 지어내기도 했다.

언론인이자 사업가인 오치아이 노부히코(落合信彦, 1942~)는 지난 1980년 ’20세기 최후의 진실-아직도 싸우는 나치의 잔당(20世紀最後の真実-いまも戦いつづけるナチスの残党)’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오치아이가 한 말이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떠난 나치의 잔당이 칠레에 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으며, 고도의 과학기술로 UFO를 제조해 날리며 지구 정복을 노리고 있다! 이 UFO의 시제기는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완성되었다!”는, 이른바 ‘나치 UFO 전설’이 이 책의 골자였던 것이다.

물론 그의 주장이 제3자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하지만 오치아이의 이 책은 일본 국내외에서 숱한 아류작을 만들어냈다. 유명한 영화 ‘아이언 스카이’도 오치아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만화가 김형배 화백이 이 책의 내용을 극화한 ‘라스트 바탈리온’이라는 작품을 그렸다.

그런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없다고, 이 황당하게만 느껴지는 ‘나치 UFO 전설’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농부의 취미 생활에서 시작된 나치 UFO’

1930년대 독일에 살던 농부 아르투르 자크의 취미는 모형 항공기 제작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9년 6월, 그는 제1회 독일 전국 내연기관 장착 모형 항공기 대회에 출전, 자신이 만든 모형 항공기 AS-1을 선보였다. 이 항공기의 날개는 특이하게도 원반형이었다.

설계 및 제작에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이 항공기는 자력으로 이륙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자크가 손으로 집어던져 날리자 무려 100m를 비행해 결승점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이 특이한 퍼포먼스는 당시 독일 공군 연구개발본부장인 에른스트 우데트 장군의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항공기에서 볼 수 없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항공기의 성능은 그 항공기의 주익만 봐도 대충 답이 나온다. 글라이더 및 프로펠러기에 흔한 직선 날개는 양력이 많이 발생되므로 이착륙 속도가 느리고, 활주 거리가 짧다. 그러나 공기저항도 심하므로 고속이 나오기 어렵다.

반면 제트 전투기에 많이 보이는 후퇴 날개는 직선 날개와는 특성이 정확히 반대다. 공기저항이 적어 고속에 유리한 반면, 저속 영역에서는 양력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해 쉽게 실속해 버리고 만다. 따라서 빠른 이착륙 속도, 긴 활주거리, 고속 영역에 적합한 비행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일장일단을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한 대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F-14 톰캣 전투기처럼 후퇴각을 바꿀 수 있는 가변익 날개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가변익은 작동에 필요한 기계적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 두 번째 대안은 AS-1과 같은 원반형 날개였다. 원반형 날개는 가변익과는 달리 복잡한 기계 장치가 필요 없다. 따라서 우데트 장군은 저속 및 고속 영역에서 모두 안정된 성능을 얻는 대안으로 원반형 날개에 주목한 것이다.

자크는 우데트의 지원을 받아 AS-1을 확장한 모형 항공기 AS-5를 만들었고, 1944년에는 1인승 원반형 항공기 AS-6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주재료는 목재였고, 조종석, 엔진, 착륙장치 등 주요 구성품은 모두 다른 항공기의 부품들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한 원반 날개 항공기

그러나 독일 항공기 제작사인 ATG사 비행장과 브란디스 공군 기지에서 진행된 테스트 결과 AS-6은 문제가 많았다. 특히 착륙 장치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비행은 아예 불가능했던 것이다. 원인은 엔진추력 부족, 조종면과 무게중심의 위치 불량, 받음각 불량 등이 거론되었다.

이후 브란디스 공군 기지가 연합군에 점령되었을 때 이 문제의 항공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 원인으로는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되었다는 설과, 기체의 비밀을 유지하려는 독일군이 자폭시켰다는 설이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항공기의 특이한 모습과 실험 결과를 기록한 문서는 전해졌고, 그 내용에 살이 붙고 가죽이 붙어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중 UFO를 완성했다!”는 도시 전설로 변해버린 것이다.

여담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원반형 날개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미국의 원반형 날개 실험기인 V-173, XF5U-1, 캐나다 및 미국의 수직이착륙형 원반형 비행체인 VZ-9V 에이브로카 등이 그 연구의 산물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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