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나치 독일, 스텔스 전투기도 만들었다?

[밀리터리 과학상식] 독일의 실험기 Ho229의 신화와 진실

전후 미국에 노획된 Ho229 시제 3호기

Ho229는 나치 독일이 대전 말기에 개발한 실험용 항공기이다. Ho229 항공기는 프로펠러 항공기가 주력이던 1940년대에 당당히 제트엔진을 사용했다. 더욱 혁신적인 것은 항공기의 디자인이었다. 기체 전체가 주날개를 겸하는 전익기(全翼機) 설계였다.

이렇게 파격적인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이 기체를 발주한 독일 공군의 요구부터가 파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독일 공군 총사령관이던 헤르만 괴링 원수는 독일 공군의 차세대 폭격기가 갖추어야 할 성능으로 이른바 ‘3×1000’ 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1000kg의 폭탄 탑재량, 1000km의 전투 행동 반경, 시속 1000km의 비행 속도였다.

Ho229의 설계는 이러한 요구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결과물이었다. 이 요구 조건을 실현하려면 엔진은 당연히 프로펠러 엔진보다 더욱 힘이 센 제트 엔진이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 제트 엔진 기술이 성숙하지 않은 초창기였다. 요즘과 같은 대추력의 제트 엔진은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체 형상으로는 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이에 설계사인 호르텐 형제(발터 호르텐, 라이마르 호르텐)는 전익기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일반적인 항공기의 외형은 동체와 날개로 구성된다. 이 중 동체는 양력을 전혀 발생시키지 못하면서 항력만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이 동체를 없애 버리고 오직 날개만으로 이루어진 항공기를 만든다면 항력을 줄이면서, 그만큼 추력과 양력의 효율을 높여 속도와 항속거리, 탑재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전익기에는 엄청난 단점이 숨어 있다. 일반적인 항공기와는 달리 꼬리날개가 없다. 때문에 비행 제어는 오직 주익의 조종면만 가지고 해야 한다.

그리고 1940년대에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 같은 전자식 조종 체계가 없었다. 플라이 바이 와이어란 컴퓨터가 항공기의 비행 상태 및 주위 공기의 흐름, 그리고 조종사가 입력하는 조종값을 모두 따져 조종면을 자동 제어, 최적의 비행 상태를 이끌어내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오직 조종사의 감각과 손발에만 비행 제어를 맡겨야 했던 1940년대의 전익기는 조종하기 엄청나게 힘든 항공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Ho229의 개발은 시제기의 실험 비행만 성공한 채 종전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종전 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시제 3호기는 미군에게 노획되어,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Ho229의 설계자인 발터 호르텐(좌)과 라이마르 호르텐(우). 라이마르는 Ho229가 스텔스 항공기로 개발될 예정이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과학적인 실험으로 스텔스 신화의 허구 벗겨져

그런데 이 항공기에서 혁신적인 부분은 외형만이 아니었다. 설계자 중의 한 사람인 라이마르 호르텐(1915~1994)은 지난 1983년에 출간한 자신의 저서 ‘전익기(원제 Nurflügel)’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자신은 Ho229의 양산형 외피 상당 부분을 기존 항공기와는 다른 특이한 소재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나무판 사이에 톱밥, 숯, 접착제를 버무려 적층한 소재가 그것이었다. 그는 항공기 외피에 숯을 사용하면 숯이 레이더 전파를 흡수, 레이더에 대한 피탐지율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일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서 이러한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Ho229가 만약 양산되었더라면 세계 최초의 스텔스 군용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1990년 미국이 공개한 B-2 스텔스 폭격기 또한 전익기였다. 때문에 게임이나 소설, 만화 등의 매체에서도 양산형 Ho229가 정말로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주장은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한가?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측에서는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Ho229인 시제 3호기를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일단 시제 3호기의 합판 적층 소재 외피에서 숯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시제 3호기 기체의 스텔스성 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도 실시되었다. 실험은 2008년 9월부터 노스롭 그루먼 사의 전문가들이 진행했다. 이들은 Ho229의 RCS(radar cross-section, 레이더 단면적)를 알기 위해, 해당 항공기의 1:1 정밀 RCS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델을 노스롭 그루먼의 야외 RCS 실험장에 가지고 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레이더와 같은 전자기 주파수의 전파를 비추어 보았다. 또한 Ho229의 합판 적층 소재 외피와 동일한 두께(2cm)의 나무판에도 같은 전파를 비추어 보았다.

그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Ho229의 날개 선단의 유전상수는 같은 두께의 일반 합판보다도 높았다. 유전상수는 유전체의 단위 용적 내에 저장되는 정전 에너지의 양이다. 이 값이 높아질수록 레이더 전파를 더 잘 반사하게 된다.

즉 Ho229가 호르텐 형제의 설계대로 양산되었더라도 스텔스 성능은 전혀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이로써 인류 최초의 실용 스텔스 항공기의 영광은 1980년대에 출현한 미국의 F-117 스텔스 전투기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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