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들의 오디세이] 로켓 작명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
우리 기술로 개발해 2021년 발사할 한국형 발사체(Korea Space Launch Vehicle-II; KSLV-II)의 이름이 ‘누리(Nuri)’로 정해졌다. 이는 6천여 명의 국민들이 보내준 1만여 개의 이름들 중 선택된 것이다.
누리는 우리 옛말로 ‘세상’이란 뜻이다. 그동안 KSLV-II 로 불렀던 우리 로켓은 이제부터 누리로 불리게 된다.
KSLV-II 보다 앞서 세 차례 발사했던 KSLV-I의 이름은 ‘나로(Naro)’였다. 우리 땅에서 처음 발사한 나로 역시 국민 공모를 통해 정한 이름이었다.
나로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센터인 나로우주센터(Naro Space Center)가 있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는 이제 두 번째 이름이 붙은 발사체를 가지게 됐다. 앞으로 한국형발사체가 계속 늘어날수록 더 많은 이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국민공모전을 열 수는 없지 않을까? 그 전에 작명의 원리나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우리보다 먼저 수많은 로켓을 개발하고 발사한 미국이 그 많은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알아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미국 로켓의 역사는 독일 출신의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 1912~1977)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는 제2차세계대전 말미에 소련군을 피해 미국에 투항했다. 폰 브라운과 그의 동료 120명(일명 ‘로켓 팀’)은 미국으로 건너가 뉴멕시코와 텍사스에서 로켓 개발과 탄도미사일 연구를 했다.
1950년 4월에는 앨라배마 주 헌츠빌의 레드스톤 병기창(Redstone Arsenal)에 있는 육군 탄도미사일국(Army ballistic Missile Agency;ABMA)에서 육군의 장거리 로켓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로켓 팀이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은 V-2 로켓의 직계 후손 격이었다. 이 로켓은 ‘우르사(Ursa)’, ‘메이저(Major)’라는 애칭으로 불리다가(Ursa major는 큰곰자리란 뜻) ‘레드스톤’이라는 공식명칭을 얻었다.
레드스톤은 로켓이 개발된 곳의 이름이었다. 우리 나로호도 그러한 경우를 따랐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 최초의 로켓은 아니었다. 이미 해군의 ‘바이킹(Viking)’로켓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군은 바이킹을 개량한 후 이를 1단 로켓으로 사용한 3단 로켓 ‘뱅가드(Vanguard)’를 내놓았다. 뱅가드는 ‘앞장서는 사람’이란 뜻으로 미국 우주개발의 선봉 로켓이 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뱅가드는 1956년, 1957년 각각 진행된 두 번의 시험발사에도 성공했다. 미국인들은 조만간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인공 위성을 지구궤도에 쏘아 올릴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최초의 인공위성’은 소련의 것이었다. 1957년 10월 4일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를 발사한 것이다.
다급해진 미국은 소련을 따라잡기 위한 위성 발사를 서둘렀다. 그 해가 가기 전인 12월 6일에 위성을 실은 뱅가드가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버럴(Cape Canaveral)의 발사대에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그러나 화염과 연기를 내뿜으며 발사된 로켓은 어린아이 키 정도인 1.2m 정도를 상승한 후 풀썩 주저앉으며 폭발하고 말았다.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zVeFkakURXM)
TV 생중계로 발사 광경을 지켜보던 미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우주탐사에 있어서는 소련이 미국보다는 한 수위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58년, 1월이 다 가기도 전에 미국도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Explorer 1)’를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뱅가드가 아닌 레드스톤에 실어보냈다.
애초에 레드스톤의 성능이 더 좋은데도 불구하고 뱅가드를 썼던 이유는 바로 자존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미국 최초의 위성을 독일인이 아닌 미국인의 손으로 만든 로켓에 실어 보내고 싶었다는 것. 폰 브라운은 1955년 시민권을 얻어 미국 시민이었지만 나머지 팀원들의 시민권은 1960년에나 주어졌으니까, 독일인의 손으로 만든 것이 맞기는 하다.
혹은 각자 미사일 및 로켓을 개발하던 육,해,공군 간의 자존심 대결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해군의 뱅가드와 육군의 레드스톤은 일종의 경쟁상대였으니까. 1958년 항공우주국(NASA)이 출범하고 나서야 각 군에 흩어져 있던 관련 프로그램들이 통합되었다.
하늘을 진 아틀라스 신. 아틀라스라는 이름은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로켓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손색이 없었다. 제주 그리스신화박물관에서 촬영. ⓒ 박지욱 / ScienceTimes
NASA가 출범한 이후 공군 출신 ‘토르(Thor)’ 도 위성 발사에 사용됐다. ‘망치’를 들고 다니는 토르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둥의 신으로 사람과 신을 통틀어 가장 강한 존재다.
한편 폰 브라운의 로켓팀은 레드스톤을 계속 개량해 ‘주피터(Jupiter)’와 ‘주노(Juno)’ 시리즈를 내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1961년 5월 머큐리 캡슐(Mercury capsule)에 미국 최초의 우주인을 싣고 지구 저궤도까지 쏘아 올렸다.
우주로 사람을 보내는 ‘머큐리 프로젝트(Project Mercury)’는 모두 6차례 발사에 성공했다.
첫 두 번은 ‘레드스톤’으로 저궤도까지, 나머지 네 번은 좀 더 강력한 ‘아틀라스’에 실어 지구궤도까지 보냈다.
‘아틀라스’로켓은 공군에서 대륙간탄도탄(ICBM)으로 개발했던 것으로 로켓 제작사의 수석 디자이너가 제안한 이름이다.
그는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로켓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그리스신화에서 하늘을 짊어진 엄청난 힘을 가진 거신(巨神) 아틀라스의 이름을 붙였다. 아틀라스는 자신이 몸담은 컨베어(Convair) 항공기제작사의 모기업 이름이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나온 로켓은 ‘타이탄(Titan)’이다. 역시 공군이 개발한 ICBM이었는데 ‘머큐리’ 다음의 ‘제미니 프로그램(Gemini Program)’에 쓰였다. 아틀라스보다 더 강력한 로켓으로 개발사인 마틴(Martin) 항공기제작사의 임원이 붙였다.
타이탄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거신족(巨神族)을 가리키는 말로 거대함과 강력함을 상징했다. 아틀라스도 타이탄족에 속한다.
한편 ‘제미니’ 이후 추진된 ‘아폴로 프로그램’에는 더 강력한 로켓이 등장했다. 바로 ‘새턴(Saturn)’로켓이다.
새턴은 개발자인 폰 브라운이 직접 작명했다. ‘레드스톤’, ‘주피터’, ‘주노’를 개발한 폰 브라운은 ‘목성(Jupiter)’ 다음 행성이 ‘토성(Saturn)’이기에 로켓의 단계적 발전을 보여주는 이름으로 알맞다고 생각했다.
또 토성은 밤하늘에서 아주 밝게 빛나는 별이기에 로켓의 이름으로 잘 어울린다. 로켓의 작명에 ‘고대 신화의 영웅이나 신의 이름을 붙이는 미군의 관례’에도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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