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과학이 만들 미래를 만나다

[2019 우수과학도서]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 허블

“과학을 적용한 부분에도 흠잡을 구석이 없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리뷰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 리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의 작가 폴 맥어웬은 소설에서 등장하는 나노과학 분야에서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소설은 나노과학 기술이 상용화된 가까운 미래의 사건을 다룬다.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은 64년의 시차를 두고 펼쳐지는 리암의 죽음 이후 6일 동안의 이야기다. 아시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암살자 오키드에 의해 비로소 드러나는 731부대의 악행과 2차 대전 직후 일본에서 개발된 종말 병기 ‘우즈 마키(소용돌이)’의 비밀, 그리고 리암의 유언에 따라 인류 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 공격을 막아 나선 제이크와 매기, 딜런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야기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코넬대학교 생물학과의 명예교수인 리암 코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뱃속의 ‘마이크로 크롤러’ 네 마리와 함께, 다리 밑에서 발견된 리암의 시체. 경찰은 그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동료 교수인 제이크 스털링과 리암의 손녀인 매기는 그가 스스로 다리 밑으로 뛰어내렸을 가능성은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리암을 죽음을 둘러싼 거대한 비밀을 쫓기 시작한다.

한 노인의 죽음을 넘어 ‘우즈마키’라는 종말 병기를 소재로 삼아 소설은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곰팡이 균 하나가 언제든 인류를 끝장낼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비관론과 ‘인류의 종말을 막는 건 결국 사람이다’라는 낙관론은 평행세계처럼 나란히 소설을 끌고 나간다.

소설 내내 선과 악은 일관되게 충돌하며,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리암 코너와 그의 손녀 매기, 증손자 딜런, 그리고 제이크 스털링의 모험을 응원하게 된다.

과학소설이자 성장소설이고, 가족소설이자 정치소설인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은 무엇보다 거대한 음모를 다룬, 그럼에도 ‘착한’ 스릴러 소설이다. 소설은 블록버스터급 스케일, 매력적인 등장인물, 치밀한 스토리, 뜻밖의 반전, 풍부한 역사적·생물학적 지식, 곳곳에 등장하는 유머와 명랑함, 음모론, 그리고 휴머니즘을 골고루 갖추었다.

이토록 오락 소설이 지녀야 할 모든 것들을 갖추었음에도 맥어웬은 메시지 전달에도 부족함이 없다. 나노과학을 둘러싼 명암을 예측하고 보여주면서, 소설은 전쟁의 참혹함으로 질문을 이어간다.

소설에 등장하는 731부대의 일원인 히토시 기타노는 실존 인물인 ‘기타노 마사지’를 모델로 그려냈으며, ‘옳은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전쟁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작가는 포착해낸다.

작가이자 나노과학의 대가인 폴 맥어웬은 미국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선정한 ‘2017년 노벨과학상이 유력한 우수 연구자’로 꼽혔다. 탄소 기반 전자학 연구에 대한 공헌이 그가 노벨상 후보로 주목받은 이유다.

폴 맥어웬은 현재 코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나노 단위 과학을 연구하는 코넬대 카블리 연구소(Kavli Institute), 코넬대 재료 연구 센터(CCMR), 원자력 및 고체 물리학 연구실(LASSP)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나노과학 기술의 상용화를 가까운 미래에 앞둔 시점에서, 기술을 둘러싼 명암을 그 분야 최고 연구자가 써낸 한 편의 근사한 이야기로 만나볼 수 있어 이 책이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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