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매머드 멸종 논쟁

소행성 충돌 가설 놓고 과학계 갑론을박

1만3000년 전 지구는 마지막 대빙하시대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수천년 간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을 덮고 있었던 빙하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툰드라, 초원 지대가 형성됐다.

새로운 자연환경에 울리 매머드, 스텝 들소, 검치 호랑이와 같은 대형 포유류가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때 아시아계 수렵 민족인 팔레오 인디언(Paleo Indians)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시작했다.

클로비스 족(Clovis people)이라 불리는 일단의 사냥꾼들 역시 알래스카에서 북아메리카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독특하게 생긴 창으로 매머드, 들소 등을 사냥하며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프랑스 도르도뉴에 있는 루피냑 굴벽화 유적에 빙하기에 살았던 가 그려져 있다. 매머드 멸종 원인을 놓고 과학계에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Wikipedia

프랑스 도르도뉴에 있는 루피냑 굴벽화 유적에 빙하기에 살았던 털복숭이 매머드가 그려져 있다. 1만3000년 전 빙하기 말기가장 번성했던 동물이다. 매머드 멸종 원인을 놓고 과학계에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Wikipedia

“소행성 충돌로 인한 화재로 온도 급락”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0년이 지난 1만2800년 전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구가 다시 추워지기 시작한 것.

북반구 일부 지역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섭씨 8도가 더 낮았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한파는 1200년 동안 이어졌다. 지질연대로 보았을 때 눈 깜빡할 정도의 기간이지만 생태계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매우 긴 시간이었다.

이 시기에 몸집이 큰 매머드가 다 사라졌다. 매머드를 주식을 했던 클로비스 족도 모두 사라졌다.

지질학자들은 이 1200년 동안의 기간을 ‘신드리아스기(Younger Dryas)’라고 칭한다. 마지막 빙기가 끝나가는 과정에서 기온이 다시 내려가면서 후퇴하던 빙하가 움직임을 멈추거나 다시 전진했던 시기를 말한다.

27일 ‘사이언스 뉴스’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은 거기까지였다. 어째서 지구 생물이 멸종하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는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연구를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많은 과학자들은 빙하에서 녹은 엄청난 물이 바다로 흘러가면서 해류 온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론에 불과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지구 온도를 내려가게 했는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10여 년 전 일단의 과학자들이 기존의 가설과는 달리 우주적 원인을 제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만2800년 전 한 혜성이 북아메리카를 뒤덮고 있던 거대한 로렌타이드 빙상(Laurentide ice sheet)에 떨어졌다는 것.

그래서 폭발을 일으켜 북아메리카 전역에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탄소 알갱이, 즉 검댕이와 같은 분순물들이 지구 대기를 뒤덮으며 태양 빛을 차단했고, 지구 온도가 급강하했다고 설명했다.

소행성충돌론에 반대론자들 거세게 반발

과학자들은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 떨어진 직경 약 40m의 소행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하면서 3~5메가톤급 폭탄 위력을 보였다.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보다 수백 배의 위력이었다.

이 충돌로 서울시 면적의 3배가 넘는 약 2,000㎢의 숲이 초토화됐다. 그보다 훨씬 큰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을 때 지구에 유사한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이 주장을 통해 1만800년 전에 벌어진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물리학, 고기후학, 고고학 등 또 다른 분야에서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다. 반대자들은 소행성 충돌론이 지금까지 제기된 다른 가설들을 잠재울 만큼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소행성충돌론을 주장하는 과학자 알렌 웨스트(Allen West)와 그의 연구팀이 1만2800년 전 상황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증명하는 논문을 ‘지질학 저널(Journal of Geology)’에 발표했다.

오랜 기간 묻혀 있던 빙하 속에서 발굴한 아이스 코어(ice cores) 안에서 거대한 산불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소행성충돌론의 리더인 웨스트 박사는 “이 데이터가 1만2800년 전 큰 화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소행성충돌론을 뒷받침하는 주장이 지난해에도 발표된 바 있다. 1만2900년 된 얇은 지층인 신드라이아스 층에서 이리듐(iridium)과 미세소구체(magnetic microspherules)와 같은 충돌 물질과 함께 다섯 종류의 나노-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주장은 또 다른 과학자들로부터 격한 반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애리조나대의 지질학자인 밴스 홀리데이(Vance Holliday) 교수는 “웨스트 박사가 지난 10여   동안 이어진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홀리데이 교수는 “소행성충돌론이 인류학적 관점에서 한때 살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클로비스 족의 소멸이 하나의 이유는 될 수 있지만,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클로비스 족이 실제로 존재했었는지에 대한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수는 “매머드와 같은 대형 포유류가 사라진 것은 분명하지만 웨스트 박사의 주장처럼 1만2800년 전에 그렇게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머드의 멸종이 세계 전역에서 각각 다른 시기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웨스트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화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린랜드 깊은 빙하 속에서 찾아낸 암모늄 안에는 신드리아스기에 외부 영향에 의해 발생한 화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뾰족한 물질들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예일대의 고생태학자이면서 바이오매스 연소 전문가인 제니퍼 말론(Jennifer Marlon) 교수는 “1만5000~1만년 전 북아메리카에서 채취한 침전물에서 신드리아스 기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1만2800년 전의 매머드와 클로비스 족의 멸종을 증명하는 일은 6천500만 년 전 공룡 멸종의 원인을 찾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매머드 멸종 원인을 놓고 결론이 어떻게 날지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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